사기 인문학 - 3천 년 역사에서 찾은 사마천의 인간학 수업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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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거친 사람들이라면 사마천이 쓴 '사기'에 대해서 한 번씩 들어보았을 것이다. 필자는 "사마천의 사기"를 여러 번 연습장에 적어가면서 외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사마천과 그의 대표작 '사기'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다산초당에서 3천 년 역사에서 찾은 사마천의 인간학 수업 '사기 인문학'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도 사마천과 '사기'를 함께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왜 사마천이 쓴 '사기'가 연관수식어처럼 튀어나오는 것일까?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를 읽은 사람은 절대 적으로 돌리지 말라!" 라고 단언한다. 저자의 말대로 라면 사마천의 '사기'에는 특별한 비법이라도 숨겨져 있는 것일까?

저자 한정주는 역사평론가이면서 고전연구가이다. 필자는 최근에 그가 지은 책 '문장의 온도', '율곡 인문학'을 읽고 서평을 작성했던 적이 있다. 그는 한자로 적혀 있는 고전을 저자 특유의 따스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분석해서 쉽게 풀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마천이 쓴 '사기'를 어떻게 풀이했을지 궁금하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사마천이라는 인물과 그가 쓴 역사서 '사기'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사마천은 동양 역사학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면서 환관들에게도 상징적인 시조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죄를 지어서 죄인의 생식기를 제거하는 치욕스런 형벌인 궁형을 당했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의 일이다. 당시 한나라의 가장 큰 적인 흉노와의 전쟁에서 장군 이릉이 흉노에 투항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무제는 분노하면서 이릉의 가족들을 몰살하려고 했다. 이때 사마천이 나서서 이릉을 변호했다. 무제는 사마천을 옥에 가두고 극형을 명했다.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에게 물려받은 역사서 '사기'를 완성시키기 위해 치욕적인 처벌을 감수했다.

'사기'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황제 헌원 시대부터 한나라 무제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황제의 역사를 다룬 <본기>, 주요 사건의 연대를 다룬 <표>, 당대의 풍속과 제도를 다룬 <서>, 제후들의 일대기를 다룬 <세가>, 세상에 이름을 떨친 보통 사람들부터 이민족의 역사를 다룬 <열전>까지 방대하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법칙, 부와 권력의 비밀, 인간과 사회에 관한 모든 것을 밝혀내려 했다.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온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로서, 2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기'가 위대한 책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마지막에 "사마천의 '사기'를 읽은 사람은 절대 적으로 돌리지 말라!" 라고 당부한다.

차례는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 공간을 오가면서 사마천의 '사기'에서 주는 공통적인 교훈을 하나의 범주로 묶었다.

1부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역사의 절대 법칙>는 왜 영웅 항우가 아닌 시정잡배 유방이 천하를 얻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2부 <창업의 전략과 수성의 전략>은 최초의 황제 진시황의 성공과 몰락을 분석하고 있다.

3부 <싸우지 않고 적을 물리치는 필승의 비법>은 손자, 오기, 한신에게 배우는 백전백승 천하를 평정하는 법을 알려준다.

4부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한무제, 상앙, 소하에게서 배우는 승리하는 리더와 실패하는 리더의 특성을 제시한다.

5부 <휘둘리지 않고 부를 다스리는 법>은 범려, 백규 등 역사 속 부자들이 말하는 부의 법칙을 알려준다.

6부 <권력을 가질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은 이사, 진섭, 여태후가 보여주는 권력의 본질을 파헤친다.

'사기'의 원본을 완역한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 각자 거기서 사마천이 주는 메시지를 파악해도 좋다. 그런데 완역본을 읽기 부담스럽다면 고전연구가 한정주가 분석한 '사기 인문학'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왕이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 독자들이라면 5부 <휘둘리지 않고 부를 다스리는 법>을 주의깊게 읽기를 바란다. 최고의 정치가에서 최고의 상인으로 거듭난 범려와 백규를 통해서 부를 거머쥐는 법을 보여준다.

<화식열전>에 따르면 범려는 스승 계연으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 군대를 지휘하는 이치, 재물을 다루는 이치가 같다고 일러줬다. 그 일부를 인용하면 범려가 주먹구구식으로 돈을 벌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별자리를 보면 풍년과 수해, 기근, 가뭄 여부를 알 수 있다. 가뭄이 들 것 같으면 미리 배를 준비하고, 수해가 들 것 같으면 미리 수레를 준비하는 것이다.
(중략)
값이 오를 때 오물을 배설하듯이 팔고, 값이 떨어질 때 귀한 구슬을 넣듯이 사들인다. 이처럼 물자와 돈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활발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200,201쪽)

정치와 군사와 상업은 모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것을 얻어야 뜻을 이룰 수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시세, 그러니까 현실의 흐름과 변화의 추이를 살필 줄 알면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기원전 5세기 춘추시대 후기 초나라와 월나라에 살았던 범려가 이룬 부자가 되었던 방법은 21세기 지금도 유효하다. 돈을 벌려면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서 그들의 주머니를 열게 해야 한다. 그러니 '사기'는 시대에 뒤처진 낡고 진부한 책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서 수많은 독자들이 읽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사기 인문학'을 읽고 나니 사마천이 쓴 '사기'를 읽어보고 싶다. 마침 책장 한 구석에 먼지 쌓인 '사기' <본기>와 <열전>이 있다. 먼지를 털어내고 당장 읽어야겠다. '사기'를 읽기 전 '사기 인문학'을 만난 게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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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시프트 (2019년 1월 독서국민운동본부 추천도서) - 100세 시대 행복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
최승우 지음 / 용오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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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시프트'는 '100세 시대 행복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를 맞아서 행복하려면 '다운시프트'해야 한다는 뜻일게다.

여기서 '다운시프트'가 무슨 뜻일지 궁금해진다. 친절하게도 책의 앞표지에 '다운시프트'의 뜻을 보여주고 있다. 그대로 인용하면 '기어, 혹은 속도를 낮추다; 보수는 많아도 싫은 일을 그만두고, 보수는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다(케임브리지 영어사전)'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의 뜻은 전자일까 아니면 후자일까? 눈치빠른 독자라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다운시프트'에서 저자는 '4050으로 하여금 고달픈 현실을 넘도록 돕는 돈과 행복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왜 4050일까? 4050 이때 100세 시대 후반 50년의 기초가 닦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중년에 이른 독자들이 이 책에 주목하면 좋겠다.

저자 최승우는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국내외 포함 40년 가까이 금융 분야에서 일했다. 소위 한우물을 판 금융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이 책을 펴냈다. 금융 전문가의 책이 금융 지식서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라서 의아해할 수도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100세 시대, 새로운 삶을 꿈꾸다' 라는 화두를 던진다. 100세 시대 인생의 하프라인인 50세 이전의 전반생은 출생해서 교육 받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사회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해 살아온 삶이다.

반면에 50세 이후의 후반생은 성공이 아닌 성장을 추구하며, 목표가 아닌 목적을 중심으로 살아가야 한다. 서드 에이지 시대에 인생의 하프라인을 돌고 나면 삶의 변속기어를 하단으로 낮추어 속도를 조절하는 '다운시프트'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금융 전문가였던 저자는 돈과 행복의 진실을 파헤치고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면서 풍요로운 후반생을 준비하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책의 차례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의 제목을 살펴보면 제1장 <서드 에이지, 새로운 여정의 시작>, 제2장 <돈의 본질>, 제3장 <내가 돈의 진정한 주인이다>, 제4장 <4050, 성장하는 삶으로의 전환점>, 제5장 <다운시프트>, 제6장 <행복한 삶의 조건>, 제7장 <다시 생각하는 행복경제학> 순이다.

차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돈과 행복이다.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돈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은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돈이 행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제1장 <서드 에이지, 새로운 여정의 시작>의 첫 시작부터 의미심장하다. "시간 자체가 짧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나이, 그때가 오십이다."(에리카 종)
비단 오십 줄에 접어들지 않았어도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에리카 종은 오십부터라고 했으니 그 나이가 주는 의미가 특별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나이 50은 100세의 딱 절반이다.

인생 100세 시대의 생애 주기를 4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퍼스트 에이지는 출생 후 20대 중반까지의 나이로 배움의 단계이다. 세컨드 에이지는 40대 후반까지로 독립적인 사회인으로서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펼쳐나가는 행동의 단계이다. 서드 에이지는 70대 중반까지로 인생의 하프라인을 돌고 나서 2차 성장과 자기 실현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나가는 발견의 시대이다. 마지막 포스 에이지는 죽을 때까지로 일생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노화와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어떤 단계에 이르렀는가? 독자의 나이 대에 맞는 단계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저자는 돈과 관련해서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시 돈 장애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돈 장애로 야기되는 비정상적인 재무 행동의 유형을 나열해 보면, 구매 강박장애, 도박증이 병적일 정도로 심한 장애, 비축 강박장애, 여윳돈도 없으면서 남에게 맹목적으로 돈을 베푸는 장애, 돈 문제에 무관심한 경향 등이 있다.

만일 누군가가 이런 유형의 행동장애를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재무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무적 건강을 회복해 삶의 안녕감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

저자는 금융 분야만 파고든 것은 아니다. 박학다식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책의 곳곳에서 많은 위인들의 말이나 글을 인용하고 있다.

특히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쓴 시의 일부는 필자의 마음에 아로새기고 싶다.

나와 함께 들어가자!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인생의 후반, 그것을 위해 인생의 전반이 존재하나니,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동화 '파랑새'의 글을 인용하면서 책을 끝마치고 있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4050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은 직장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서드 에이지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할지를 설득력 있게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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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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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은 제목 그 자체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책을 싫어한다면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눈길이 간 독자들이라면 필자의 말에 수긍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책, 정원, 고양이가 있어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의 그늘막에서 졸음에 겨운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책을 읽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누구나 그 상황이 좋다 못해 행복해질 것이다.

작가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허둥지둥 급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라면서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그렇다. 우리는 작가의 말처럼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급급해서 정작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지나쳐 오고 있다.

작가 이시이 모모코의 약력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1907년에 태어나서 2008년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찌들려 살아가다 요절하는 여느 작가들관 달리 장수했다. 최근 백 세 시대를 거론하고 있지만, 20세기 초에 태어난 사람들은 환갑을 넘기기도 어려웠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작가의 서문이 없다. 바로 차례가 나오고 본문을 시작한다. 굳이 작가가 서문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작가의 장수한 삶에서 그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겠다.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은 이시이 모모코의 에세이이다. '애정의 무게'부터 '백일홍 나무 아래의 인연'까지 총 39편의 짧은 산문이 실려 있다.

어머니는 어느 날 봄 뇌내출혈로 정신을 잃었다. 나는 그때 비로소 어머니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포기한 뒤에도 희미한 불꽃이 타는 한 지켜드리려고 했다. 의사가 기적이라고 했는데, 약 백 일이 지나자 어머니는 눈을 뜨셨고 봄 풍경이 갑자기 여름 풍경으로 바뀌었다면서 울먹이셨다. 그 후로 일 년, 어머니는 내 돌봄을 받는 아기가 되었고 평생 일하느라 가죽처럼 변해버린 손은 부드러워져서 '귀족의 손'처럼 되었다. 나는 어머니가 그 일 년간 어른이 되어서도 어리석기 그지없는 딸에게 최고의 교훈을 남기기 위해 사셨다고 믿는다. 용서와 감사. 어머니는 몸소 그것을 내게 알려주셨다.
(102, 103쪽)

작가는 '어머니와 함께 한 마지막 일 년'을 회상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작가가 구구절절 풀어놓지 않아도 아기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돌보는 나날이 얼마나 힘들고 기나긴 일 년이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어머니로부터 용서와 감사를 배웠다고 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작가의 올곶은 심성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때 가장 아름답게 핀 백일홍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어 주었는데, 상대가 고양이라도 십일 년이나 같이 살면서 둘 사이에 끈끈한 인연이 생기는 법이다. 봄이 되어도 잎이 가장 늦게 피는 백일홍 나무가 유독 추워 보여서 며칠 전부터 마음이 쓰인 차에 가쓰오부시를 고양이 선물로 받아 크게 위로받은 것을 깨닫고 인간은 평생에 걸쳐 마음의 인연을 참 많이 맺는구나 생각했다.
(248쪽)

책의 마지막 '백일홍 나무 아래의 인연'에 나오는 구절이다. 십일 년간 한집에서 가족으로 지내왔던 고양이가 죽었다.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슬프고 공허할까? 그런데 가쓰오부시를 선물로 받고 거기서 위로를 받는다. 작가가 덧붙이지 않아도 독자들은 평생에 걸친 마음의 인연에서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은밀한 일기를 엿본 것 같다. 일기를 훔쳐 볼 때의 짜릿한 기분은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남들보다 오래 살았기에 그만큼 희노애락의 사연도 많다. 그런데 작가는 매사 감정을 저울질하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의 동요없이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롭다.

작가가 공허한 마음을 선물로 위로받았듯이 독자들도 이 책으로 마음을 위로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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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산 : 소보로별 이야기 이야기 파이 시리즈
정옥 지음, 유영근 그림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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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뜨뜻한 방구들에 앉아서 읽을 만한 그림책이 나왔다. 책의 겉표지 그림을 보고, '꽁꽁산'이라는 제목을 대하면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마을 뒷산이 온통 얼어 있고, 때맞춰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한겨울의 흔한 풍경이다. 책의 제목 '꽁꽁산'은 꽁꽁 얼어버린 산을 일컫는 줄임말이다.

'탐험가에게 줄 가장 멋진 선물을 찾아 꽁꽁산으로 떠난 아이들'은 보보와 친구 코코아이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생일 선물로 꽁꽁산 동굴에 있는 무지개 고드름을 따 오기 위해서 마을 뒷산 꽁꽁산에 가기로 한다. 과연 아이들의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그림책은 책을 펼쳤을 때 한 면은 그림이, 남은 한 면은 글이 있다.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상호 보완이 된다. 그런데 '꽁꽁산'은 그림책이지만 곳곳에 말주머니를 달아서 마치 만화를 보는 것 같다.

한 술 더 떠서 만화의 컷처럼 구성한 면도 여럿 있다. 그림책의 중간중간 만화 컷이 들어 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할 새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꽁꽁산의 동굴 안에는 무시무시한 용이 살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끼리 꽁꽁산을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게다가 꽁꽁산으로 가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꽁꽁 얼어서 미끄럽다. 하지만 할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아이들은 위험을 무릅쓴 채 기어이 꽁꽁산에 오른다. 그리고 동굴에서 무지개 고드름을 딴다. 그런데 할머니께 선물로 고드름을 무사히 전해드릴 수 있을까?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할머니의 생일 선물로 꽁꽁산 동굴에 있는 무지개 고드름을 따러 떠나는 두 아이들의 모험이다. 그런데 간단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하다. 독자들은 마음을 졸이면서 자꾸만 책장을 넘긴다.

마지막 결말이 어땠을까? 그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결말이 궁금하다고 곧장 마지막 장으로 가는 것은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야만 재미가 있다.

한겨울 춥다고 웅크리지 말고 '꽁꽁산'을 읽으면 어떨까? 부모와 아이가 같이 읽으면서 인자하면서 엄격했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나눈다면 할머니를 떠올리는 한 권의 그리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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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읽는 친절한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김진연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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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세계의 역사를 뜻한다. 시간적으론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공간적으론 5대양 6대주를 포괄하는 방대한 역사이다. 그러니 섣불리 세계사를 운운할 수 없다.

이 책은 '계속 변화하는 세계사의 포인트를 가장 쉽게 파악하는 간단명료한 해설'이라고 한다. 저자는 학교와 사회에서 학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세계사 수업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세계사를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 책은 영화 한 편을 빨리 돌려보는 듯한 느낌으로 역사를 쭉쭉 읽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에서 쓴 책이다. 그런데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공언한 대로 느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책의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한 후 교사, 교수 등을 거쳐 현재는 NHK문화센터 등의 강사로 활약 중이다. 그리고 세계사 책을 여러 권 저술했다. 혹시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를 쓴 저자라고 하면 누군지 몰라도 "아하!"라는 탄식을 할 것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역사가 따라가는 이정표로 35개의 키포인트를 설정하고, 이에 의거하여 간결하게 본문을 썼다고 한다. 중간중간 토막글을 넣어서 역사적 사실의 의의 및 현대의 관점으로 본 착안점을 제시했다.

일반인들이 알아두어야 할 역사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아니고, 입시와 같은 시험과도 그다지 관계없다. 그런 점에서 방대한 역사서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책의 목차에서 본격적인 역사로 들어가기 전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와 지리>라는 0장을 넣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지역과 나라가 어디쯤 위치하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세계사의 기원
2장. 4대 하천 문명의 출현
3장. 지역별로 등장한 제국 시대
4장. 유라시아의 일체화로 일어난 문명의 대교류
5장. 재편되는 유라시아
6장. 세계사의 무대를 확장시킨 대항해 시대
7장. 대서양이 키운 자본주의와 국민국가
8장. 영국이 이끈 '유럽의 세기'
9장. 세계 규모의 시대로

예전에 세계사를 공부한 적이 있다면 목차의 순서를 봐도 세계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세계사에 문외한이 아닌 독자들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세계사를 가볍게 정리하듯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1장을 시작하기 전 세계사에 자주 등장하는 명칭과 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세계사가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학창시절 교과로 공부했던 세계사가 아닌 지금까지 독자들이 주로 읽었던 세계사는 서양 중심의 세계사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서양인이 쓴 세계사를 읽었던 탓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일본인이 쓴 세계사여서 서양과 동양의 균형감이 있다.

예를 들면 4장. 유라시아의 일체화로 일어난 문명의 대교류는 시종일관 동양의 저력을 보여준다. 소단원의 제목 1.기마유목민이 만들어낸 유라시아의 시대, 2.세계사를 리드한 이슬람의 대정복 운동, 3.유라시아 규모의 거대상권 성립, 4.이슬람 제국을 빼앗은 터키인, 5.몽골 고원에서 시작된 유라시아 통합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동양 즉 아시아가 세계 문명을 주름잡았던 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서양 중심적인 세계사에선 몽골부족을 이끌었던 칭기스칸의 말발굽 아래 점령당한 유럽만을 알려준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세계사의 포인트별 흐름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적절한 참고서가 된다. 하지만 시일이 걸려도 세계사를 깊이 있게 알고자 한다면 한 권이 아닌 여러 권으로 구성된 세계사를 읽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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