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무니타스 이코노미 - 모두를 위한 경제는 어떻게 가능한가
루이지노 브루니 지음, 강영선 외 옮김 / 북돋움coop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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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가 우리 나라에 들어온 지 이제 막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세상은 정말 엄청나게 변했다. 세계경제에 미친 직접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예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거리두기 1단계니, 1.5단계니 하는 정부 방침이나 공식명칭마저 이제 친숙한 생활용어가 되었고, 반면 예전에 친숙했던 이웃들, 동료들, 나아가 단골손님들에게까지 양팔간격이상의 거리를 두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과 고립을 부추기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 또한 서글픈 변화이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헬레니즘, 헤브라이즘, 르네상스 같은 패러다임이 고대, 중세의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패러다임이었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같은 개념이 구체적으로 경제를 작동시키는 원리라고 배웠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루이지노 브루니는 지난 2백년 동안 군림해온 이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음 세상을 떠받칠 패러다임으로 무상성이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있다. 모든 경제학 책이 그렇듯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가 많다 보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며칠을 두고 차근차근 읽어가다보니 큰 틀의 흐름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각 장의 논지들은 하나의 주제를 향해 점점 모여 결국 시장의 인본주의’, ‘인간적 경제학으로 수렴되는 책의 구성, 흐름은 꽤 자연스럽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무상성’, ‘관계재라는 개념은 조금은 어렵고 독특하기도 하다. 가족도 친구도 아닌 그냥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재화가 될 수 있다고 하고, 또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타인과 타인 사이에 무상성아가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개념들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 더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세상을 떠받쳐 왔다는 견해는 매우 흥미롭다.

 

책을 읽는 며칠 동안은 저자가 말하는 주제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데 집중했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니 참 생각이 많아졌다. 우선 그의 말처럼 무상성아가페가 떠받쳐주고 있는 세상이 왜 이렇게 부조리하고 혼탁한가, 그리고 요즘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것이 돈, 경제인데, 이 각박한 영역에서 과연 저런 인간적인 개념이 작동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아이들이 무수히 굶어죽는 줄 알면서도 돕지 않는 세상이 아닌가 말이다. 매일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국가간, 인종간의 분쟁, 빈부의 격차, 기성 종교들의 배타성에 기인하는 끔찍한 테러가 횡행하는 세상에 무상성’, ‘아가페라니 하는 회의마저 든다.

 

사람들은 하루빨리 백신이 보급되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원체 시크한 사람이라 코로나 이전은 뭐 대단히 좋고, 그리워할 만한 세상이었나싶어서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또한 지금 수준의 자유와 평등을 향해 거의 천년을 달려왔는데, 이제 걸음마를 뗀 무상성’, ‘아가페가 보편화되려면 또 얼마만큼의 세월이 필요할까? 우리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심을 제어할 수 있는 그런 강력한 기제가 있기는 한 것일까? 나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면 길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루이지노 브루니가 주창하고 있는 무상성’, ‘아가페가 바로 그 목적지이고, 이 책은 우리에게 그 길의 들머리를 알려주는 길잡이라 할 만하다. 모처럼 나의 굳어가는 뇌와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책을 읽었다.

 

上善若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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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y 2021-01-1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서평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이 많이 어려웠는데 이렇게 핵심을 잘 간파해주신 서평 덕분에 머릿속이 더 잘 정리되는 것 같아요^^ 희망과 회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시 한 번 정리해가며 생각을 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