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연구의 방향과 과제
조동일 / 새문사 / 198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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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국문학 연구의 방향을 정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조동일의 학문을 개괄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룩한 작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취된 것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조동일의 학문적 기초가 얼마나 튼실하며, 그 기초작업이 얼마나 오랫동안 치열하고 꼼꼼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모두 4부로 짜여졌는데, 제1부 기본방향설정에서는 자료학과 이론학의 상생적 발전을 제안하고, 민족사관이라는 관념적 성향을 갖고 있는 도남학의 비판적 계승을 문제삼고, 국학의 국수주의와 한국학의 제국주의를 뛰어넘는 발상으로 민족문화학을 제안한다. 그리고 국문학과 인접학문과의 상생적 교류를 제안하고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관계를 낙관적 비젼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2부 연구사 정리에서는 국문학사의 시대구분에 대한 검토와 근대문학 형성과정론에대한 체계적 정리가 돋보인다. 제3부 연구 과제 확인에서는 쟁점이 되고 있는 국문학 연구 과제들을 간략하게 검토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글이다. 끝으로 제4부 연구 성과 검증은 서평을 모아 놓은 것인데, 저자와의 정실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의 학문적 성숙을 위해 엄정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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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디자인 문화 탐사
김민수 지음 / 솔출판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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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책이다. 저자의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이라는 물리적 실체 또한 훌륭한 책이다.

김민수는 서울대학교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부당하게 탈락됨으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여러 보도를 통해서 나는 김민수가 진보적 인물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했다. 기존의 모던 디자인에 대한 그의 예리한 비판을 보면서 나의 추측이 어긋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 문화 상징의 변증법'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의 틀을 제공해 준다. 저자는 지금까지 디자인이 산업의 효율적 수단으로만 취급되어온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문화로서의 디자인를 내세운다. 문화로서의 디자인은 통계적인 수치로 계량화될 수 없는 복잡한 '일상 생활'을 문제삼는다. 기존의 디자인은 복잡한 소비의 양상을 단순화 시키고 소비자의 주관을 무시한 객관적 계량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포스트모던시대의 새로운 디자인 개념을 제안한다. 그것은 유기체적인 관점에서 '일상 삶의 생성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고급/저급의 이분법을 해체하면서 키치, 사이버스페이스 등의 문화적 범주까지를 포괄한다.

이 책은 사회학, 미학, 인지론, 정신분석학, 커뮤니케이션학 등 관련학문의 다양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설득력있는 논리를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소비자들의 능동적 기능을 밝혀내는데 주력한 부분은 주목할만하다.

4장의 내용은 그의 예리한 현실 비판의식을 엿보게 하는데, 그러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구역질나는 수구적 가치관들이 김민수를 재임용에서 탈락하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의 편집과 표지 디자인을 저자가 직접 맡았다고 하는데, 내용과 관계없이 책 자체가 하나의 미학을 보여준다. 여기서 영상문화 혹은 멀티미디어 문화에 밀리고 있는 인쇄문화의 한 가능성을 엿본다. 내용에 따른 적절한 도안디자인이 인상깊은데, 예컨데 제 3장의 '사이버스페이스 사이버디자인'에서 도안에 은색을 사용한 것은 사이버틱한 느낌을 적절히 살리고 있다.

3장에서 주변적인 자료나열(사이버 시대를 가능하게 한 기술적 진화를 설명하는 부분)은 군더더기로 생각된다.

이번 독서를 통해 좋은 사람을 알게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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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한알 속의 우주
장일순 지음 / 녹색평론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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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강연과 대담을 엮은 것으로 구술적인 현장감이 잘 드러나 있다. 장일순 선생은 김지하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독서를 통해서 김지하의 정신적 유산이 어떠한 것인가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동학, 특히 해월의 사상(밥, 모심, 경물 등)과 공생의 사상이 바로 그러한 유산의 일부이고 자기 수련으로서의 난치기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일순 선생의 '한살림'운동은 지금까지의 삶이 나와 나 아닌 것을 분리시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경쟁'의 삶이었음을 반성하고 저 작은 풀한포기에 이르는 우주 만물의 전일성을 추구하는 '공생'의 삶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이러한 운동의 사상적 기반은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가르침 받은 생명공경의 마음과 수운과 해월의 동학사상 그리고 노장사상과 불교, 기독교 사상이다. 이렇게 여러 종교와 사상을 아우르는 그의 태도는 다음과 같은 말에 요약되어 있다.

'모든 종교의 말씀은 다 같아요.어차피 삶의 영역은 우주적인데 왜 담을 쌓습니까. 그것은 종교의 제 모습이 아닙니다.이제 생며의 단위는 우주의 단위입니다.모든 생물은 태양과 지구가 존재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종교에서 생명이 빠지면 종교가 아니지요.'(127-8쪽, 135쪽에도 이같은 내용이 나옴)

그런데 장일순 선생의 사상을 조동일의 생극론의 관점에서 보면, 생극론이 '갈등'과 '조화'의 양면을 다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반해 장일순 선생은 '갈등'(경쟁)을 모든 악의 뿌리로 보면서 비판하고 '조화'(공생)을 중요한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그의 사상적 특성을 대담자 정현경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운동이라는 개념은 갈등이론에 근거한 운동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선생님에게 운동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문제 삼았을 때, '다릅니다. 전체가 다 공생하자는 애기죠. 운동이라는 것이 뭐냐 했을 때 으레 투쟁이 기본이냐, 아니면 조화가 기본이냐로 갈리죠.나는 조화가 기본이라고 보죠. 전부 떼어내 버리면 생명이 존재하는 거냐.-하략-'(133쪽)라고 대답하는데 여기서 그의 사상적 방향을 뚜렷하게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이것은 일종의 편향으로 보여지고, 갈등의 측면까지를 포괄하는데까지 나아간 김지하의 '흰 그늘'은 청출어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의 표지에는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이 있는데 그 웃음만큼 그의 사상과 정신 또한 밝고 맑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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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구조의 이론
김천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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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구조를 10가지로 분류하여 각 항목에 대한 외국의 이론들을 소개하고 저자 나름의 생각을 보태, 소설의 형식적 측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책이다. 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식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는데 글의 짜임과 설명이 명료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2부는 실험 소설론인데 소설의 구조적 측면에 대한 실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잘 정리된 소설에 관한 이론들을 읽어면서 나 또한 소설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실제 소설읽기에서 이 책의 논리들을 참고하면서 내 나름의 논리를 발전시켜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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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사의 전개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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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차게 읽은 책이다. 지금까지 조동일 교수가 10여권이 넘는 저술활동을 통해 보여주었던 세계문학사의 각론을 이 한권의 책으로 요약하고 있다.

제1세계와 제2세계를 넘어 제3세계의 전망을 통해 새시대의 세계문학사의 판도를 조망하고 있다.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선진이 후진이고, 후진이 선진'이 되는 생극론의 원리이다.

제1세계와 2세계의 문학사 기술에 의해 왜곡되어온 문학사의 실상을 공정성을 되찾아 차분하게 서술했다.

한국문학통사에서 찾아낸 문학사의 시대구분을 세계문학사에도 그대로 적용시켜 논리적 일관성을 얻고, 각 시대의 특징을 사회사와 철학, 문학의 갈래, 문학 향유층, 창작 언어에 기준을 두어 세계문학사의 전개를 보여준다.

이 책은 요약본인 만큼 논리적 비약이 결점이다. 서구의 포스트모던 담론을 단 몇문장으로 비판해 버리는 것이 그렇고, 우리 문학을 논하는 자리에서 카프문학에 대해 온당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가 의심스럽다. 그러나 이 저서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저자의 탁월한 능력과 노력을 통해 일궈낸 우린 학문의 자랑이자 커다란 성과이다. 저자의 말대로 근대에서 근대 이후로 가는 이행기 학문의 전범을 마련했다.

문학 작품이 주는 감동만큼이나 큰 감동을 작품들의 역사인 문학사를 읽고 그대로 느끼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세계문학사에서 한국문학이 자리한 지점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점검해 볼 수 있었다. 두고두고 재독 삼독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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