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한알 속의 우주
장일순 지음 / 녹색평론사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강연과 대담을 엮은 것으로 구술적인 현장감이 잘 드러나 있다. 장일순 선생은 김지하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독서를 통해서 김지하의 정신적 유산이 어떠한 것인가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동학, 특히 해월의 사상(밥, 모심, 경물 등)과 공생의 사상이 바로 그러한 유산의 일부이고 자기 수련으로서의 난치기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일순 선생의 '한살림'운동은 지금까지의 삶이 나와 나 아닌 것을 분리시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경쟁'의 삶이었음을 반성하고 저 작은 풀한포기에 이르는 우주 만물의 전일성을 추구하는 '공생'의 삶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이러한 운동의 사상적 기반은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가르침 받은 생명공경의 마음과 수운과 해월의 동학사상 그리고 노장사상과 불교, 기독교 사상이다. 이렇게 여러 종교와 사상을 아우르는 그의 태도는 다음과 같은 말에 요약되어 있다.

'모든 종교의 말씀은 다 같아요.어차피 삶의 영역은 우주적인데 왜 담을 쌓습니까. 그것은 종교의 제 모습이 아닙니다.이제 생며의 단위는 우주의 단위입니다.모든 생물은 태양과 지구가 존재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종교에서 생명이 빠지면 종교가 아니지요.'(127-8쪽, 135쪽에도 이같은 내용이 나옴)

그런데 장일순 선생의 사상을 조동일의 생극론의 관점에서 보면, 생극론이 '갈등'과 '조화'의 양면을 다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반해 장일순 선생은 '갈등'(경쟁)을 모든 악의 뿌리로 보면서 비판하고 '조화'(공생)을 중요한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그의 사상적 특성을 대담자 정현경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운동이라는 개념은 갈등이론에 근거한 운동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선생님에게 운동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문제 삼았을 때, '다릅니다. 전체가 다 공생하자는 애기죠. 운동이라는 것이 뭐냐 했을 때 으레 투쟁이 기본이냐, 아니면 조화가 기본이냐로 갈리죠.나는 조화가 기본이라고 보죠. 전부 떼어내 버리면 생명이 존재하는 거냐.-하략-'(133쪽)라고 대답하는데 여기서 그의 사상적 방향을 뚜렷하게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이것은 일종의 편향으로 보여지고, 갈등의 측면까지를 포괄하는데까지 나아간 김지하의 '흰 그늘'은 청출어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의 표지에는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이 있는데 그 웃음만큼 그의 사상과 정신 또한 밝고 맑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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