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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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책은 조금 읽어봤는데, 니체가 영감을 받은 쇼펜하우어의 책과 철학 사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쇼펜하우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싶어 쇼펜하우어의 소품집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을 읽었다.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담아내지 못한 글을 추려 <소품과 부록>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은 <소품과 부록>을 원문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핵심 내용만 뽑아 칼럼에 제목을 달았다.

책은 1부 행복론(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과 2부 인생론(온전한 삶을 위한 아포리즘)으로 나눠 진행된다. 여기서 아포리즘(aphorism)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두산백과 참고). 행복론은 총 7장, 인생론은 총 8장에 걸려 쇼펜하우어의 주장이 펼쳐진다. 목차의 소제목 자체가 하나의 아포리즘이며, 이것만 보아도 이 철학자가 주장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다.

한 장은 적게는 4개, 많게는 28개의 소제목이 붙어있다. 철학자는 같은 장에서 하나의 내용을 주장한다. 그 주장을 한두 페이지로 끊고 소제목을 붙은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출판사와 번역가가 배려한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호메로스, 스토바에오스 등을 말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개진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운명을 가르는 차이는 기본 인생 자산에 대해 설명한다. 첫 번째는 인간을 이루는 것, 즉 넓게는 인격, 구체적으로는 건강, 힘, 아름다움, 덕성 등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 재산과 소유물이 있다. 세 번째는 인간의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 명성, 지위, 명예가 있다. 이 중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 내면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내면, 즉 의식 안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가야 하는가, 쇼펜하우어는 설명하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현실적인 조언을 알게 되었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덜 불행하게 사는 것이고 현명한 사람은 인생의 기쁨을 좇기보다는 재앙을 피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고독을 즐기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희노애락은 줄어들지만 사리분별이 쉬워진다(동양 사상가 공자가 말한 불혹, 지천명, 이순(耳順)이 떠오르기도 한다). 현대 자기 계발서가 주장하는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걱정하거나 이미 일어나 버린 사건 때문에 불행에서는 안 된다는 말도 한다.

상대를 너무 너그럽게 대하거나 다정하게 대해서만은 안 된다, 상대의 잘못을 용서하고 잊으면 안 된다는 내용에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생각났다.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상대를 만나거나,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상대(친구 등)를 만날 때 가끔은 그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관계없는 타인의 잘잘못을 고치려고 하거나, 반박하는 말은 삼가야 된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하는 대화는 한편의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아울러 지식인들과 다독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많은 지식인들은 두루두루 책을 읽지만 스스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에 나온 미사여구만 짜깁기해 자신이 생각인 양 이야기한다. 책은 많이 읽고 소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을 읽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말한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뜨끔했다. 책을 비판적으로 읽었나, 중요한 내용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책들을 읽어보았나...

쇼펜하우어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꽃피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고슴도치 딜레마를 언급하며 사람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을 피해 끊임없이 도망 다니고, 소중한 책도 챙기지 못한 채 마을을 떠난 적도 있다. 자신의 철학 내용과 모순된 행동 때문에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평생 11권의 책을 썼으며, 생전에 8권의 책을 출간한다. 성실한 철학자 같다.

무엇이 그를 염세주의자로 만들었는지, 이 책 한 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인 조언들과, 타인을 신경 쓰지 말고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말은 공감한다.

사람들의 평판에 마음이 상할 때, 자존감이 조금 떨어졌을 때 소제목만 읽어도 위로가 될 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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