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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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서른다섯 해를 살며 많은 문학작품을 남기고 간 이효석 작가를 기리기 위해 2000년 이효석 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이효석 작가는 장돌뱅이 허생원과 어쩌면 그의 아들일지도 모를 젊은 사내 동이, 그리고 숨 막힐 듯 흐드러진 봉평 메밀밭을 그린 소설 <메밀 꽃 필 무렵>으로 유명하다.

2023년에는 안보윤 작가가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에는 안보윤 작가의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과 자선작 <너머의 세계>, 우수상을 수상한 강보라, 김병운, 김인숙, 신주희, 지혜 작가의 우수작품상 5편이 실려있다. 책 말미에는 전년도 대상수상자 김멜라 작가의 자선작 <이응 이응>이 실려 있다.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과 자선작 <너머의 세계>에서 안보윤 작가는 학교 내 문제, 학교 폭력과 추락한 교권을 다루고 있다. 사회 이슈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룬다. 피해자의 가슴속에는 태풍이 치고 번개가 치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듯 사건을 그린다. 피해자들은 학폭을 당하기도 하고, 교사지만 교권이 무너진 학교에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피해자 개인이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떠도는 가장 큰 이유는 사건 발생 후, 제3자가 대수롭지 않게 언급하는 소문 때문이다. 그 때문에 피해자들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속으로 삭힌다.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은 손녀가 할머니와 강아지 보리차차와 함께 살던 시절을 떠올리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서로 살을 맞대지 않고 이응이라는 섹스 토이로 억압된 감각을 푼다. 이응을 즐기는 할머니와 이응을 꺼리는 손녀, 할머니가 죽고 할머니와 보리차차의 흔적과 감촉을 찾아 돌아다니는 손녀의 이야기가 SF소설처럼 그려진다.

작품마다 사회적인 이슈가 담겨 있다. 학교 폭력과 교권 추락, 이중적인 인플루언서, 사정을 안고 해외로 떠도는 한국인, 퀴어, 호더, 블록체인과 코인, 노년의 문제, 섹스 토이. 이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이다. 생각이 말랑말랑하다고, 부당함과 맞서 싸울 힘이 있다고, 꼰대나 기득권이 아니라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한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 나이 든 내가 보인다. 새로운 생각을 사랑한다. 하지만 지켜야 할 것들이 있어 새로운 생각을 지지하기보다는 안전한 길로 가길 원한다. 젊고 도전적인 사람들이 부럽지만 막상 내가 그들이 될 수 없음을 안다. 그들 역시 나처럼 되길 원치 않을 것이다. 평행선을 걷는 사람들, 동상이몽을 가진 사람들. 그래서 호경이 재아에게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을 건넸을 때 재아가 받은 느낌을 이해할 수 있나 보다.

이효석 문학상에 대해 살펴보던 중, 문단 데뷔 15년 내외의 작가의 작품을 심사대상으로 삼는다는 문구를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기준이 변경되었는지 15년이 넘은 작가의 작품도 보인다. 작년 봄부터 올해 봄까지 어떤 사회적 이슈가 있었는지 훑어볼 수 있는 작품집이었다.

(북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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