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인간 -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민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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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서를 훑어보는데 최근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라는 철학자가 눈에 띄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1601년~ 1658년)은 스페인 철학자이자 사제 서품을 받은 종교인(신부)이다.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설교로 마흔에 설교자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현실 비판적인 설교 내용 때문에 가톨릭 교단과 마찰을 일으킨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살던 시기, 유럽은 가톨릭과 개신교 종교전쟁(1618년~1648년)과 흉작을 겪으며 혼란에 빠졌고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왕권을 강력히 세우고 있었다. 가톨릭 교단에 있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유일신이 아닌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를 끌어오고 현 유럽 상황을 비판적으로 말했다고 하니, 교단과 얼마나 마찰이 심했을지 짐작이 간다. (덧붙여 발타자르가 활동하던 시기, 우리나라는 임진왜란(1592년)과 병자호란(1636년)을 겪었다.)

저자 배경 조사를 할수록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설교가 명언처럼 들린다. 이 철학자의 다른 책은 못 읽어봤지만, <완전한 인간>에도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명언이 가득하다. <완전한 인간>에는 스물다섯 가지 사람 유형이 나온다. 여기 나온 사람을 모두 모으면 완전하고 완벽한 인간이 된다. 책 목차를 살펴보면 어떤 사람이 완전한 인간인지 알 수 있다. 말과 행동의 주인이 되는 사람, 포용력 있는 사람, 현명한 사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진실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

각 장마다 다룰 주제와 피에르 보나르(19세기 말, 20세기 초 프랑스 화가)의 삽화, 주제를 풀어쓴 짧은 글귀로 시작한다. 스물다섯 장은 왕이나 귀족을 찬사하기 위해 쓴 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한 쓴 글, 친구와 토론한 글, 타인에게 쓴 편지 내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사람을 경계하고 어떤 사람을 본받아야 하는지 설명하면서 이솝 우화와 고대 그리스 현인, 그리스 로마 신화, 유럽 왕과 귀족의 모습을 예로 든다. 각장이 끝나면 다시 한번 주제를 간략하게 피력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인용한 문구 중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을 알고(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소크라테스가 아닌 다른 그리스 현인이 한 말일 수도 있다고 함), 16 ,17세기 유럽 정세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있다. 그러나 강민지 옮긴이가 적재적소에 달아 주석을 은유적인 표현과 언어유희를 이해하기 쉽게 해놓았다. 천천히 문장을 여러 번 읽으면 어느 순간 문장이 이해가 된다.

책을 읽으며 무심결에 한 나의 행동을 반성했다. 마음에 닿는 여러 문장들이 있지만, 과시욕과 관련된 이솝우화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공작새가 다른 새들에게 자신의 깃털을 뽐내며 자랑하자, 여우는 공작새가 깃털을 뽐낼 때마다 자신의 추한 발을 보게 하자고 한다. 공작과 까마귀, 다른 새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모인 숲속 동물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 모습과 겹쳐진다.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책 주제와 뒷장에 두세 줄로 정리된 문구만 봐도 좋을 거 같다. 책 소개에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사랑한 철학자라고 써있다. 그래서인지 니체 철학서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명언구가 닮아 보인다.

(교보문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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