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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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의 승부를 정할 때 주로 사용하는 <가위바위보, Rock Paper Scissors>. 노란 바탕의 예쁜 케이크 표지만 보면 달달한 로맨스물 같다. 그러나 예쁜 케이크에 꽂힌 가위와 파이에 꽂힌 펜촉은 이 소설이 미스터리 스릴러임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남편 애덤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로 타인의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일을 잘한다. 특히 유명 작가 헨리 윈터의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해 성공한 덕택에, 라이트 부부는 런던의 부촌 햄스테드에 2층 저택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애덤의 진짜 꿈은 자신이 창작한 소설을 영화 또는 드라마로 만드는 일이다. 애덤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힘들게 살았다. 어머니마저 사고로 13살에 돌아가시자, 애덤은 16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극장에서 일을 하며 글을 쓴다. 애덤은 태어날 때부터 안면실인증(안면인식장애)을 갖고 있어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심지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마저 낯설다.

부인 어밀리아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한다. 그녀는 점점 일 중독자가 되어가는 남편에게 불만이 많다. 대화도 부족하고 둘 사이에 뻔히 보이는 비밀도 불만이다. 어밀리아와 애덤은 둘 사이가 예전 같지 않아 예민한 상태이다.


애덤 라이트와 어밀리아 라이트 부부는 삐걱대는 부부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상담사를 찾아간다. 상담사는 부부에게 새로운 곳에서 둘만 있다 보면 관계가 개선될 거라며 여행을 권한다. 마침 어밀리아는 직장 내 이벤트를 통해 1박 2일 숙박시설 이용권에 당첨된다. 그렇게 둘은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여행길에 오른다.


런데 하필 여행을 떠난 날, 눈앞을 가리는 바람과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다. 30년도 더 된 차 안에서,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도로에서 둘은 또다시 티격태격한다. 관계 개선은커녕 관계 악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숙박시설은 비석으로 가득 찬 음침한 예배당이다. 심지어 마녀사냥을 위한 장소였으며 주변에 인가와 가게도 없다. 불안한 날씨 때문에 정전도 계속된다. 아이 없는 부부에게 아이나 다름없는 늙은 개 <밥>도 불길하게 컹컹 짓는다. 도대체 이 부부는 왜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


각의 독백에 있는 문양을 눈여겨볼 만하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는 어밀리아에게는 강아지 문양이, 작가인 애덤에게는 타자기 문양이 있다. 울새를 뜻하는 로빈에게는 울새 문양이, 탐정에게는 돋보기와 지문 문양이 있다.

이야기는 부부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나온다. 그래서 한 상황을 놓고 둘의 속마음을 알아볼 수 있다. 시점이 교차되는 소설의 특징은 한 사건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실수가, 누군가에게는 살의로 느껴지는 점이 재미있다. 또한, 현재 시점에서 쓴 부부와 탐정 이야기 외에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쓴 아내의 일기가 나온다. 아내의 비밀일기에는 기념일마다 주고받은 물건 문양이 그려져있다.

이들이 말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조각을 맞춰야 한다. 왜 둘이 폭설이 내리는 먼 지방의 예배당까지 흘러오게 된 것일까. 둘 중 하나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데, 둘 중 누가 이 판을 짠 것인지, 아니면 제3자가 관여한 건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나치듯 흘려버린 이야기가 막바지에 이르면 하나의 큰 퍼즐 조각임을 알게 된다.

 책 제목 <가위바위보>는 애덤이 쓴 소설의 제목이자, 라이트 부부의 암묵적인 게임 방식이다. 항상 가위를 내는 부인을 위해 항상 보자기를 내서 져주는 남편 역할을 통해 둘의 관계 변화를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 진행 중이라니, 음침한 분위기와 애덤의 안면실인증을 어떻게 영상화할지 기대된다.

ps. 이 책을 읽기 전에, 온라인 서점에 나온 출판사 소개글을 먼저 읽었다. 소개글에 이 소설의 반전이 살짝 소개되어 있으니 이 책에 흥미가 있는 분들은 출판사 소개글을 읽지 말고, 부부의 배경만 알고 읽기를 권한다 ^^.

(밝은세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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