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속으로 - 영국 UCL 정신 건강 연구소 소장 앤서니 데이비드의 임상 사례 연구 노트
앤서니 데이비드 지음, 서지희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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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 의학은 신비로울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초자연적인 것은 아니다. 단, 한 공간에서 단둘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p15 <들어가며> 중에서

너무 힘들어서 누구의 격려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 깊은 슬픔에 빠졌거나 큰 시련을 겪고 절망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우리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은이 앤서니 데이비드는 영국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그가 직접 상담하고 지켜본 환자들의 임상사례를 이 책에 기록해놓았다. <심연 속으로 Into the abyss>는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같은 임상 노트이나 일반인들이 읽기 쉽게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줄여 쉽게 써놓았다.
이 책에는 자동차 사고로 이인증과 비현실감 장애를 갖게 된 패트릭, 우울증 환자 토마스, 조울증(양극성 기분 장애) 환자 주니어, 섭식장애 환자 케이틀린, 조현병 환자 말릭, 전반적 거부 증후군(우울증적 혼수) 환자 에마, 전환 장애 환자 크리스토퍼, 뇌종양 환자 에이미 등이 나오고 해당 병이 가진 특징을 보여준다. 그리고 왜 이러한 병이 생겼는지 상담을 통해 추적해 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에는 자극을 주는 도파민,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세로토닌, 흥분을 유도하는 아드레날린, 쾌감을 주는 엔트로핀 등이 있다. 이 책에서는 이중 도파민에 대해 구체적으로 써놓았다. 도파민이 너무 많으면 조현병에 걸리고, 너무 적으면 파킨슨 병에 걸린다고 한다. 조현병 환자 제니퍼의 병을 치료하려고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했더니 환자가 파킨슨병 증세를 일으켰다. 파킨슨병 증세가 심해져 약을 끊었다. 그랬더니 환자의 조현병과 파킨슨 증상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일반적인 치료 과정이 아니다. 저자는 아직까지 병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의사를 세심하게 환자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즉, 일반적인 치료법이 특정인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심리과에 찾아온 환자들은 각기 다른 원인과 각기 다른 성격, 심리상태를 안고 병원에 찾아온다. 의사는 상담을 통해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치료방법을 실타래 풀듯 조심스레 풀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환각과 망상에 대해서도 서술해 놓았다. 환각은 대상이 없는 지각으로 환자가 통제할 수 없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환청, 환시, 환각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망상은 일반인들도 할 수 있다. A라는 사람이 의심스러운데, 증거를 통해 A가 범인인 걸 알았다면 망상이 아닌 사실이 되고, 증거도 없고 A도 범인이 아니라고 할 경우 근거 없는 믿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망상을 진실 또는 근거 없는 믿음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이런 경험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 그러나 망상의 정도가 심해 코타르증후군(부정/허무망상)처럼 발전될 경우 정신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과학은 과거를 바로잡거나, 두 사람에게 가족 외의 대안적 생활을 제공해 주지도 못했다. 어떤 과학적 도전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럼에도 의학은 모든 영역에 걸쳐 신뢰를 회복하고 가끔은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지식을 찾아 언제나 심연 너머로 손을 뻗는다.
p255 <우리는 가족> 중에서

임상 노트인 만큼 위에 언급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가 소설처럼 소개된다. 이들은 유전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병을 안고 병원에 찾아온다. 신체검사를 통해 신체는 멀쩡한데, 정신적 충격으로 거동이 불편해지고 기분전환이 원활하지 못한 이들을 보며, 말 못 할 갑갑함을 느낀다. 우울증이 심해 혼수상태에 빠진 에마가 가장 마음 쓰인다. 그녀를 돌봐줄 부모가 곁에 없어서이다. 나 역시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정신적 충격을 받고 감정이 제멋대로 날뛸 때가 있다. 몇 분, 몇 시간, 며칠의 짧은 시간도 감정이 흘러넘쳐 스스로 감당이 안 되는데, 여기 소개된 이들은 오랜 기간 제어가 안 되는 것이니 얼마나 힘들까 싶다.

이야기책처럼 쉽게 쓰인 책이라, 정신심리학 임상 연구노트임에도 불구하고 단편소설 읽듯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타인의사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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