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하루 일본문학 컬렉션 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의 역사는 500년 정도, 서예의 역사는 800년이면 끝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말의 힘이 다하는 데는 얼마나 걸리는 것일까? p33 <피아노_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중에서


작가와 비평 출판사의 일본 문학 컬렉션 4번째 이야기이다. <눈부신 하루>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에도가와 란포 등 1900년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유명 작가들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100여 년 전 일본 작가들의 에세이를 통해, 그들에게 문학이란,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이란, 추억이란, 인생이란, 세상이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원고 청탁을 받았지만 글 쓰는 게 힘들다는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보자니 <인간실격>의 요조가 떠오른다. 도요시마 요시오는 <다자이 오사무와 함께 보낸 하루>라는 에세이를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성격을 보여준다. 도요시마 요시오와 다자이 오사무가 만난 날이 1948년 4월 25일(다자이 오사무 사망 1948년 6월 13일)로, 이후 도요시마 요시오는 다자이 오사무를 만나지 못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여러 면모를 본인과 타인의 글을 통해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소설이 그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하나의 단편이었는데 편집자가 재밌다고 권유해서 잡지에 시리즈로 연재하다 보니 오늘날의 장편 소설이 되었다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이다(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의 일본 이름이 에도가와 코난인데,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는 이 필명을, 에드거 앨런 포에서 따왔다. 에도가와 란포는 죽은 동생과 한 여자의 편지 내용이 궁금해서 추적한다. 죽은 사람, 죽은 사람이 남긴 단서, 암호해독... 에세이가 아니라 범인을 찾는 탐정소설 같다.


원래 알던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으면 그들의 작품이 떠오른다. 같은 주제의 수필인데도 작가의 성향에 따라 유머러스한 글, 으스스 한 글, 따스한 글, 힘이 넘치는 글, 힘이 빠져 축 처지는 글로 나뉜다. 그리고 타국의 대문호를 비교하고 취향에 대해 언급하는 글, 특히 톨스토이와 도예프스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대놓고 비판할 수 있구나! 또한 이 책에 실린 일본 작가들끼리 어떤 작가의 글이 지루했다느니, 이런 글을 10년 동안 썼다느니 비판하기도 한다. 예민하고 자신의 주장이 확고한 작가들이다.


낯선 작가들의 멋진 필력을 보면 모르던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왜 이 작가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을까(아마, 일본시, 하이쿠 같은 것을 써서 한국 정서랑 안 맞거나... 떠오르는 생각이 몇 개 있다). 물리학자 출신의 수필가 데라다 도라히코의 글은 이과생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이과생이 문과생의 감성을 더해 수필을 쓰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생각이 든다.


많은 에세이들은 기억에 남지만, 마사오카 시키의 <죽음에 대한 객관적인 느낌>이 가장 와닿는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너무 잘 정리해놔서, 일부분만 읽으면 내가 쓴 글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매장에 대한 무서움, 어릴 적부터 늘 무서워했던 이야기를 잘 표현했다. 화장은 뜨거워서 무섭고, 관은 너무 갑갑하고, 방치도 동물한테 공격당할까봐 무섭다니, 다들 이런 생각하지 않나 싶다.


책 목차에 작가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에세이 안에 쓰여있음), 연필로 작가의 이름을 하나씩 쓰며 읽어보았다. 짤막한 에세이이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필력이 담긴 에세이이므로,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작가와 비평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