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쓰자 고사성어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군자는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
p 234 <69. 반구저기 反求諸己 >중에서

몇 년 전 중국에 있는 어학당에서 한국 사람, 일본 사람, 유럽 사람들과 중국어를 공부한 적이 있다. 내 또래의 한국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한자를 배워 익숙해, (성조가 있는 중국어 회화는 잘 못해도) 중국어를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속도가 서구권 사람들 보다 빨랐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이 한자에 대해 질문을 해 올 때,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라 어떻게 답변을 해줘야 할지 곤란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아이들이 고사성어, 사자성어에 대해 물어올 때 과거 어학원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다다익선, 일거양득, 조삼모사, 어부지리, 동상이몽 등 나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말의 기원을 잊은 채)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인데, 아이가 그 어원과 뜻을 물어오면 무어라 답변을 해줘야 할지 몰라 잠시 뜸을 들인다. 그래서 다시 고사성어를 공부하고자 하여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사성어는 우선 지식이다. 첫째, 한자를 알아야 한다. 글자를 알아야 하고, 가장 바탕이 되는 기초 지식을 늘려야 한다. 둘째, 한자로 이루어진 고사성어의 지식 안에 정보가 들어 있다._중략_ 셋째, 고사성어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다듬어졌기 때문에 중국인의 처세, 일처리 방식, 세태를 바라보는 관점, 인간관계에 대한 지혜가 함축되어 있다. 꾸준히 공부해 나가면 지식 •정보 • 지혜라는 세 가지를 통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p16 <머리말_고사성어 공부의 필요성과 자세> 중에서

본론에 앞서 저자는 왜 고사성어를 배우고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중국은 고사성어라는 말과 더불어 성어전고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성어는 영어의 Phrase 또는 Idiom로 사람들이 오랜 세월 즐겨 사용해 온 정제된 짧은 단어이자 문구로 문장이나 어구 안에서 한 덩어리로 쓰인다고 한다. 전고는 시나 문장 등 작품에 인용된 옛 서적에 나오는 고사나 문장을 가리킨다. 전고의 범위가 더 넓으며, 넓은 의미에서 고사는 전고에 속해있다고 한다. 좋은 성어전고는 1. 역사성, 2. 과학성, 3. 지식성, 4. 흥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성어전고, 즉 고사성어를 배우는 것으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의 속뜻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역시 한자문화권이고, 한국만의 독특한 성어도 존재하므로 우리의 과거를 배우는데도 한몫할 것같다.

고사성어를 배우는 목적을 알려주고 그 다음에는 교과서에 수록된 고사성어를 분석한다. 이 책은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된 고사성어 189개 항목을 ㄱ~ㅎ순으로 설명하고 있다. 뜻이 같은 단어는 한 항목(예: 사상누각은 공중누각 항목에서 함께 설명)으로 묶어 설명하고 있어 실제로는 189개 보다 더 많은 고사성어를 다룬다.

본문은 고사성어의 순번, 한글표기, 한자표기, 중국어 발음, 단어의 직역, 의역, 실린 교과서, 고사성어의 출전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해당 고사성어의 출처, 비슷한 의미의 고사성어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본문 뒤에 부록으로 <교수신문>이 선정한 2001~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 독서관련 고사성어(나도 위편삼절해야 하는데^^) 및 격언/명언명구가 실려 있다.

이 책은 뒤로 갈수록 내가 모르던 고사성어도 많이 나오고 (지금 뜻과 다른 의미를 지닌) 새로 뜻을 알게된 성어들도 있다. 다다익선 같은 경우 현재는 많을 수록 좋다는 의미지만 원래는 한신의 오만한 성격을 비유하는 성어였다고 한다. 일부 고사성어의 경우 글자배열이 한중일마다 다른 고사성어가 있다는건 미리 알고 있었는데, 한국 또는 일본에서만 쓰는 성어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고사성어가 중국에서 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성어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유투브에 더 많은 내용이 있다고 하니, 책으로 못다한 이야기는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을 통해 확인하면 될 듯하다.

(창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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