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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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27번째 책은 서울대 영어영문과 이동신 교수의 영미 SF 강의다. 최근 김초엽의 SF 소설과 듀나의 미스터리 SF 소설을 관심 있게 읽어서 SF라는 장르에 대해 생각하던 중이었다. 멀티버스를 다룬 30일의 밤도 재미있게 읽어서 다중 세계관에도 관심이 갔다.

SF는 다 문학 장르에 비해 비교적 역사가 짧다. 혹자는 1800년 초반에 쓰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SF 문학의 시초로 본다. 이동신 교수는 1800년 후반에 쓰인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을 SF 문학의 시작이 아닐까 서술하고 있다. SF (Science Fiction) 소설은 한국어로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SF 소설은 과학기술적 요소를 내용 전개에 중요한 요소로 둔다.

판타지와 SF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그래서 판타지 문학 속에 SF 문학을 넣어둔 곳도 있다고 한다. 판타지는 마법과 같은 허구, SF는 과학이 들어간 (어쩌면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이루어질 수도 있는) 허구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저자는 흔히 아는 SF소설, 영화, 드라마를 예시로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SF와 판타지를 구분하는 것은 인지적 낯섦과 노붐(Novum)이라고 한다. 알고 있지만 다시 보면 실제 생각과는 다른 것이 인지적 낯섦이고, 노붐은 새로운 것, 특히 SF장르에서는 그 노붐 때문에 우리의 세계관과 우주가 다 바뀔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한다.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 장르이다. 그래서 왕좌의 게임에 나온 용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 영화 트랜스포머는 SF장르이다. 로봇과 과학이 얽히고설킨 장르에 상상의 동물인 용이 나온다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연계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SF 장르가 무너진다. 초반 SF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을 듣고 SF에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SF장르를 넓히며 후반의 사변소설이 나왔을 때 SF란 무엇인가 정의하기가 어려워진다. 좁은 의미의 SF와 넓은 의미의 SF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건즈백에게 SF는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도구였지만, 가르친다는 걸 드러내지 않는 도구'여야 했다. 당연히 잡지에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새로운 과학기술이나 제품에 관한 기사가 실렸기 때문에 '과학 저널리즘'의 역할도 수행했다.
p145 <3부 I 우리에게는 SF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중에서

SF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휴고상은 미국의 SF 잡지 작가이자 편집장인 휴고 건즈백의 이름에서 따왔다. 유럽에서 SF 문학이 시작되었으나 유럽은 세계 1,2차 대전을 겪으며 과학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SF는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다. 1900년 초반 미국은 과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었고, SF 잡지를 펴낼 수 있는 값싼 펄프지가 있었고, 잡지 광고 수익금으로 잡지를 싼 가격에 팔 수 있었다. 이에 휴고 건즈백은 SF 소설 잡지를 통해 과학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자 했다고 한다. SF 문학이 순수문학이 아니라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외삽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그 외삽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SF 문학의 인기가 판타지 문학 보다 떨어졌다고 한다(어벤저스 시리즈가 나오면서 관심을 가짐). 사람들은 힘든 현실을 잊고자 책으로 도피한다. 판타지 소설은 사람들의 훌륭한 현실 도피처가 되어주나, SF 문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비판하는 등 현실도피처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자는 SF를 외면하고, SF는 외삽을 하고, 독자는 계속 SF를 외면하고, 결국 아무도 읽지 않는 문학 장르가 될까 저자도 걱정, 나도 걱정된다.

SF장르를 다루다 보니 다양한 소설과 미디어가 예시로 쓰이고 있다. 그중 흥미로운 책은 로저 맥브라이드 앨런(Roger MacBride Allen)의 <더 모듈러 맨>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음)이다. 최근에는 이런 류의 소설이 많이 나왔는데, 그 당시만 해도 놀라운 내용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이 죽기 전에 자신의 정신을 로봇청소기에 넣고 로봇청소기가 사람이냐 아니냐로 재판을 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아직도 난 이런 내용에 답을 내기가 어렵다. 로저 맥브라이드 앨런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냈을지, 한국어판으로 나온다면 한번 읽어보고 싶다.

내가 왜 SF영화를 좋아했지 생각해 보았다. 한때 스페이스 오페라에 속하는 스타트렉을 좋아했다. 주차 걱정, 도로 막힘없는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인이 멋있고 그들이 탄 우주비행선도 독특하게 멋있고, 어쩌다 흥미로운 외계인도 만나 볼 수 있어서였던 같다. 영미문학권 SF를 학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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