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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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을 추적하다 보면 늘 동일한 범인, 인간을 만나게 된다.

<앞표지> 중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은 2014년 미국에서 출간되었으며, 2015년 퓰리처 논픽션 부문에 수상되었다. 2014년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된 적이 있다. 최근 인간과 환경, 탄소 배출과 지구 생물의 멸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여섯 번째 대멸종>이 새로운 출판사와 번역가, 감수자에 의해 재출간되었다. 감수자는 생태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교수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언론인이자 작가로 뉴욕타임즈, 뉴요커에서 일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이 보던 어린이 과학잡지에서 의문을 품고, 파충양서류학자의 논문에서 현실을 알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개구리를 관찰하러 파나마로 떠난다. 그리고 다양한 취재와 추적을 통해 이 책을 만든다.

지구는 수차례의 작은 멸종과 다섯 번의 큰 멸종을 맞았다. 다섯 번의 큰 멸종은 화산활동, 지구의 온도 하락(빙하기), 운석 충돌 등 자연적이고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이로 인해 공룡과 같은 몸집이 큰 동물들이 멸종하였다. 하나 상대적으로 작은 동식물들은 절멸하지 않았기에 큰 멸종 후에도 이를 먹이로 한 몸집이 큰 다른 동물이 탄생하였다. 그러나 여섯 번째 멸종은 작은 동식물들부터 절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섯 번째 멸종은 자연적이고 불가항력적이지 않다는 것일까?

다섯 번의 큰 멸종 사이에는 긴 시간이 존재한다. 그래서 인류가 여섯 번째 큰 멸종에 대해 안심하고 있다면? 이 책은 여섯 번째 큰 멸종은 자연현상이 아닌 인류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인류세 (Anthropocene, 人類世)>이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전 지구로 뻗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DNA 구조가 유사한) 형제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을 멸종시켰다. 물론 사피엔스는 그들을 절멸시키기 전에 그들과 결합해 자식을 두기도 했다. 그래서 현생 인류의 DNA에는 그들의 DNA도 적게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사피엔스는 형제를 죽였고 다른 종족들도 죽였고 죽이고 있다.

자연상태에서는 큰 동물은 생존에 유리했다. 어린 시절만 잘 버티면 코끼리, 하마, 거북이 등은 몸집이 매우 커져 육식동물도 쉽게 노릴 수 없는 동물이 된다. 그러나 인류는 그들의 몸집 크기와 상관없이 초기에는 돌과 창으로 사냥하여 죽였다. 지금은 더 업그레이드된 총과 같은 무기로 대형동물들을 사냥한다. 실제로 많은 대형동물들이 그렇게 죽었다. 먹기 위해서도 있지만 상아 때문에, 가죽 때문에, 인간의 용맹심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자연상태에서는 (철새의 경우 장거리 비행을 하나) 일반적으로 동식물의 대륙 간 이동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인류는 이들을 배나 비행기에 태워 다른 대륙으로 이동시켰다. 그래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타 대륙의 동물들(여기서는 양서류, 특히 개구리에 대해 주로 언급한다)을 죽인다. 일부 학자들은 (일부) 대형 멸종 동물의 경우 임신기간이 길고, 한 번에 낳는 새끼의 수도 적기 때문에 절멸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와 같은 문제로 보인다. 사람 때문에 개체 수가 줄어들어 결국 출산할 수 있는 동식물 수가 줄어든 건지, 출산할 수 있는 동식물 수가 줄어들었는데 사람들까지 끼어들어 죽인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도 동식물 멸종에 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건물이 없어지면 입주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p207 <CHAPTER 7 중독된 바다_이스라엘 과학자 잭 실버먼> 중에서

인류는 산업화 이후 200여 년간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대기 중 탄소 농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고 이는 동식물의 터전을 이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대기 중 탄소는 물과 결합하여 바닷물의 산도(PH)를 PH8.2에서 8.1로 점점 산성화시키고 있다. 여러 실험을 거쳐 산도가 7.8이 되면 바닷속 생물들이 많이 멸종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탄산 칼륨이 녹아 산호가 죽고, 산호군집이 죽으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도 살 수 없다고 한다. 생활 속 배경음악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멸종되는 배경 멸종을 기대했으나, 지금 많은 동식물들이 눈앞에서 절멸되는 대량 멸종이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최재천 교수도 자신의 한 종의 멸종을 눈으로 경험하였다고 밝힌다(일반적으로 알려진 명칭이 아닌 가위 개미, 고함 원숭이라고 번역된 부분에서 최재천 교수의 감수가 느껴짐).

그러나 갇혀 있지 않은 거의 모든 곳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대형 포유류들은 곤경에 처해 있다.

p313 <CHAPTER 11 코뿔소에게 초음파 검사를> 중에서

지구 종의 절멸은 인간의 절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인류는 인류세가 오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광기의 유전자를 지닌 현생 인류가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노력을 얼핏 보여준다.

자연부화가 어려운 종을 실험실(공원, 동물원 등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장소)로 데려와 인공부화를 시켜 종의 개체 수를 늘려준다. 경비행기 운전자가 실험실에서 태어나고 키워진 야생성 없는 새들을 위해, 새들의 비행을 도와준다. 함께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간다. 환경단체에 기부를 하고 동물들이 자신의 땅에서 쉬고 갈 수 있게 협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한다. 다양한 연구자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발생될 재해에 대해 무섭게 경고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 보기도 한다. 저자가 언론인이고 작가인 만큼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한다. 그러나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다.

엄마는 어릴 적에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어느 날 큰 거북이 모래사장으로 넘어온 적이 있는데 엄마를 비롯한 어린이와 마을 어른들이 신나게 모여 거북이를 봤다고 했다. 마을 어르신 중 한 분이 거북이에게 (아마도 목 축이고 가라고) 막걸리 한 사발을 먹이고 사람들은 거북이 바다로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마지막 남은 큰바다쇠오리를 사냥해서 판 사람들이 떠올랐다. 거북이를 바다로 보내준 그분들처럼 그냥 큰 바다쇠오리를 놔뒀다면 큰바다쇠오리의 멸종 시기가 조금 더 늦춰지지 않았을까 싶다.

(쌤앤파커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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