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의 개구리가 보는 한국사 - 하버드대 출신 한국학 박사에게 듣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 역사
마크 피터슨.신채용 지음, 홍석윤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문학, <흥부전은 저항문학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글과 함께 유투브 짤을 보았다. 저자 마크 피터슨의 글을 읽기 전까지 흥부전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만 생각하며 읽었다. 그런데 흥분전이 장자상속에 반대하는 저항문학이라니,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던 차에 마크 피터슨이 유투브 채널 <우물밖의 개구리>를 운영하고 있고 거기서 다룬 주요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고 해서 읽어 보았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해서 몰랐던 부분을 마크 피터슨은 콕 집어 이야기해준다. 그는 1965년 11월 선교사로 처음 한국에 방문한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지독히도 가난한 나라였다. 연간 국민소득이 120불 정도로 지독히 가난한 나라, 교회에 들어와 선교사의 옷가지를 가지고 도망갈 정도로 먹고 사는게 급급했던 나라였다. 이후 마크 피터슨은 한국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아시아학 프로그램이 있는 브리검영대학교로 편입한다. 더 나아가 하버드에서 한국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아 모교 브리검영대학교에서 30여년간 한국학을 가르쳤다.


이 책은 한국의 역사와 특수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한국과 관련하여 겪는 에피소드로 풀어놓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들로 가득찬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국계 미국인 중 하나가 저자에게 한국에 대해 아는게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미국 학교의 한국어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그 지역에 갔음). 그때 저자는 이 몸이 죽고 죽어~로 시작하는 정몽주의 <단심가>를 읊었다고 한다. 먼 타향에서 백인 심사위원이 읊는 고려말 충신의 시조라니, 우뢰와 같은 박수가 귓가에 울린다. 타향에서 한국어 인사말만 들어도 너무 기분이 좋은데 말이다.


저자는 한국인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역사인식 중 일부는 일제강점기에 심어진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 슬픔이 가득찬 <한>의 민족이 아니라 <흥>의 민족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몽골의 침략 및 임진왜란 외에 큰 침략이 없었다고, 대체적으로 평화로운 국가였다고 한다. 조선후기 2차례의 호란(정묘, 병자)은 조선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선과 화친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며, 이 역시 인명피해가 큰 침략전쟁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라가 힘이 없어서 그랬다며 부끄럽게 여겼을까. 그리고 왜 외세 침략이 잦았다고 분통을 터트렸을까.


 저자는 일제강점기때 우리한테 그런 생각이 주입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1592년 임진왜란부터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될 때까지 300년의 평화의 시대(중간에 호란이 있지만)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를 잘 잊는다. 평화의 시대는 재미가 없으므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로 만들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겠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시험을 통해 중앙관료를 선발하는 제도(칼 보다는 펜이 강한 나라), 압록강이라는 자연적인 국경선, 왕권이 교체될 때 큰 저항없이 교체된 점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에 전 시대 왕족과 귀족의 성씨 김, 박, 최 등이 아직도 많은 것도 왕권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멸족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신라 왕족인 박씨와 김씨도 살아남아 고려와 조선시대에 중앙관료가 되었다~!


일제강점기 때 선비들은 망국의 상황에 분개하고 붓을 꺽은 이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다시 펜을 잡고 공부를 하며 후일을 도모하였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인에게 한국어를 빼앗아가려고 했지만 결국 한국어를 빼앗지 못하였다고. 오늘날 우리는 선비를 낡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단어로 사용한다. 그러나 저자는 선비정신이야 말로 1960년대 한국을 오늘과 같이 만든 원동력이라며 자랑스러워 하라고 한다.


자국의 역사는 공기와 같아서, 너무 당연해서 우리 상황이 특수, 특별하다는 것을 잊고 산다. 이 땅에 전문무덤도굴범이 없어 우리 왕릉이 무사하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어릴 적에 그렇게 인디아나 존스를 봤는데도 말이다. 물론 전시 중에 외국인들이 우리의 무덤을 파고 18세기 말에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무덤이 파헤쳐기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무사하다.


외국인이 한국사를 공부하는 것도 신기한데 한국인인 나보다 우리를 더 잘아는 것 같아 신선했다. 유투브로 한번 봐야겠다.


(지식의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