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마크 오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살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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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의 절규」는 아예 야생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야성의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르포다.
p6 추천의 말(최재천 교수) 중에서

4. 50여 년 전 아프라카 보츠와나에서 동물생태를 연구하던 부부가 있었다. 그리고 동물생태 연구를 결과를 묶어 한권의 책으로 펴내었다. 이 책 <칼라하리의 절규_Cry of the Kalahari>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쓴 델리아 오언스가 남편과 함께 쓴 논픽션 생태보고서이다.

본즈는 우리의 첫 번째 환자였다가 친구가 되었고 어느새 마스코트가 되었다. 우리의 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죽여버렸다.
p290 전리품 보관소 중에서

델리아와 마크는 조지아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커플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정식으로 지원금을 요청할 수도 있었지만 당장 아프리카의 동물들을 보고 싶어, 최소한의 살림과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 6,000달러를 들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1974년 1월 4일 결혼한지 1년도 안된 델리아 오언스와 마크 오언스의 연구는 그렇게 시작된다.
둘은 여러 시행 착오 끝에 1974년 5월 2일 보츠와나 공화국 중부에 위치한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 북쪽에 위치한 디셉션 벨리에 둥지를 튼다. 그리고 7년 간의 아프리카 생활이 시작된다.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그 큰 자연보호 구역 안에 사람이라고는 델리아와 마크 둘 밖에 없다. 그래서 동물들은 (사냥꾼을 본 적이 없어) 이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 곳에서 둘은 중고 자동차 한대를 구입하고 마운에서 구입한 생필품과 미국에서 가져온 최소한의 살림으로 살아간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동물들이 사람 손에 길들여지지 않길 바라면서! 둘은 칼리하리에서 우기와 건기를 겪고 가뭄과 홍수, 들불, 폭우 등의 자연재해를 만나기도 한다.

칼라하리는 다 비슷하게 생긴 곳이라 초행자들은 길 찾기가 쉽지가 않다. 야간에 동물들을 추적하다가 길을 잃어 당황하기도 한다. 물을 모아둔 드럼통에 새가 빠져 죽은 줄도 모르고 마셨다가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텐트 밖에서는 사자들이 몰려와 앉아있기도 하고, 텐트 안 차 상자 위에 코브라가 누워있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생태학자되는 길은 너무 힘든거 같다고 되뇌였다. 이 책의 추천서를 쓴 최재천 교수도 젊은 시절 정글에서 개미를 연구하다가 곤충들에게 물려 기절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지식과 끈기는 물론,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야 동물학자가 될 수 있나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델리아와 마크는 들개 반디트와 그의 무리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자칼, 사자무리들을 알게 되고 딱쥐와 새들은 그들의 텐트에 스스럼없이 들어온다. 그러나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흔하지 않은 동물을 연구해야 했기에 델리아와 마크는 대형육식동물 갈색하이에나를 연구하고 그들의 번식횟수, 새끼들의 생존율, 양육 방식에 대해 연구한다.

물론 갈색하이에나 외에 탄자니아 세렝게티에 살고 있는 사자, 하이에나, 초식동물들과 칼라하리의 동물들을 비교/연구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프리카 북부 탄자니아에 위치한 세렝게티 초원에 대해서만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보츠와나 칼리하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같은 아프리카이지만 비교적 먹을 것이 풍부한 세렝게티와 건기에는 물 한방울 구하기 힘든 칼라하리. 건기에 물을 마시기 위해 칼라하리에서는 누떼가 40킬로를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안타까웠다. 보츠와나 정부가 야생동물들이 가축들에게 구제역을 옮긴다며 울타리를 쳐놔서 긴 거리를 돌아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물 마시러 갔다가 사냥꾼이나 원주민, 다른 육식동물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야생에 개입하기를 꺼리지만, 사자 본즈가 호저 가시에 상처를 입자 둘은 본즈를 수술시켜 준다. 마을 캠프에서 사람들과 칼리하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본즈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라는 서양인 부부가 그 다음날 본즈를 죽이고 가죽을 벗겨낸다. 동물들에게 인식표를 부착하고 이름을 주고 애정을 갖지만, 그 동물들의 1/3 정도는 죽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지 버퍼고 같은 사람들과 동물단체는 물론, 일반시민들의 도움으로 보호구역의 동물들이 조금은 야생의 삶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우라늄 개발을 위해 야생보호구역에 구멍을 파는 개발업자들도 있지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더니 내셔널 지오그래픽으로부터 연구비 지원금 결정 편지를 받자 델리아의 만성 복통이 씻은 듯 나았다.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과 못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제한이 강한 델리아를 괴롭혔던거 같다. 얼마 후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국내개봉한다고 한다. 제목은 익숙한데 읽어본 적이 없다.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을 영화로라도 먼저 접하고 싶다.

(살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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