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책과 우연들_김초엽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얼마 전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을 인상깊게 읽었다. 작품에 대한 정보 없이 책을 다 읽은 후, 작가소개란을 다시 보니 작가가 공과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였단다. 그래서 <지구 끝의 온실>에서 더스트나 식물에 대한 묘사를 실감나게 표현했구나, 싶었다. 그러다 김초엽 작가와 같은 SF 작가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과생은 어떻게 글감을 찾을까 궁금해졌고 그러던 차에 작가의 에세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과학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작가는 공과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했다. 글을 써볼까 생각도 했지만 세상에 재능많은 작가들이 많은데, 내 나이가 벌써...라는 생각으로 주저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공모전에 글을 냈고 어쩌다 보니 돈 받고 글 쓰는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에세이를 통해 담담하고 겸손하게, 어쩌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역시나 어쩌다 뚝딱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걸 느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과 글짓기 대회에서의 수상, 고3때 친구들의 자기소개서 상담, 온라인상에서 만나 사람들과 짧은 글짓기 한 일들이 모두 모여 김초엽을 작가로 만든 것 같다.

그녀는 SF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SF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인터뷰나 사인회에서 사람들이 SF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마다 곤란해서, SF가 무엇인지 책으로 공부했다는 그녀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책을 쓰다가 난관이 닥칠때 마다 책에서 크고 작은 돌파구를 찾았다고 한다. 책도 읽고 그 책과 관련된(인용된) 논문도 읽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탄생한 책들은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하다. 난 그녀의 SF책을 아직 한권 밖에 못 읽었는데......

김초엽 작가가 인상깊게 읽은 책, 작가가 되는데 도움을 준 책, 읽어볼 만한 책이 이 에세이에 담겨있다. 나는 주로 문학상을 받은 소설이나 고전, 추리소설 등을 좋아하는데 작가는 주로 SF소설과 비평서, 과학 관련 논픽션 서적 등을 언급한다. 그 중 내가 어려워서 읽기를 멈춘 책도 있다. 이런 책들을 매우 좋아하는 분이 있구나, SF작가가 되려면 이런 책들을 좋아해야 하는구나, 사람은 다 다르구나 등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작가가 언급한 책 중에서 내가 읽었던 책이나 읽고 싶었던 책 리스트를 볼 때는 "역시나, 이 작가 책 읽을만 하지."라며 흐뭇해 했고, 알지 못한 책을 설명할 때는 나도 한번 읽어볼까하고 인터넷에서 해당 책의 리뷰를 검색해 봤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진작부터 읽어보고 싶었고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는 처음 보는 책이지만 김초엽작가의 설명이 흥미로워서 나의 위시리스트에 넣어놨다. 그리고 읽다가 쉬고 있는 마리아 포포의 <진리의 발견>은 오래 걸리더라도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작가는 이야기 밑천이 없는데 신인작가가 되어서 부담스러웠다고 한다(화수분 같은 이야기 보따리를 가진 작가가 있을까. 있다면 나 역시 그 작가가 너무 부럽다.). 또한 독자들이나 비평가의 악플과 혹평에 담담하지 못했다고도 고백했다. 이제는 조금 자유로워지는 법을 터득했다고 하지만...비평가와 독자들의 혹평에 많이 상처받지 않고 작가로서 자기만의 색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김초엽 작가의 이전 책들을 읽고 김초엽 작가에 대해 궁금한 독자나, SF작가는 어떻게 글을 쓰는지 작가의 독서리스트를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책과 우연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내가 앞으로 읽어야 할 추천도서목록을 잔뜩 받은 기분이다^^

(열림원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