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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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지 못한, 그래서 뺏고 싶은 다른 세계 속의 '나'의 삶, 30일간의 다중우주, 내가 나에게 납치되었다는 책 소개문구를 보게 되었다. 양자역학이 요즘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이와 관련된 다중우주에 대한 영화와 소설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한다. 선택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나>가 되었다. 다중우주에서는 다른 선택을 한 다수의 <나>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제이슨 데슨은 레이크몬드대학 학부에서 양자역학을 가르치는 물리학교수이다. 20대 후반에 사귄 다니엘라 바르가스와 결혼을 하고 슬하에 십대 아들 찰리가 있다. 제이슨 데슨은 물리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지는 못해도, 다니엘라 비르가스는 화가로서 성공하지 못했어도 서로가 있어 행복하다. 그러던 10월의 어느 날, 제이슨은 친구 라이언 홀더가 주인공인 파티에서 술을 한잔한다. 그리고 씁쓸한 기분으로 귀가하던 중 납치를 당한다. 괴한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괴한이 놓은 주사를 맞고 어느 공장에 버려진다.

이 책 표지는 3D안경을 쓰고 봐야할 것 같은 모습이고, 챕터와 페이지 숫자도 일반적으로 정렬되어 있지 않다. 챕터 2를 보고는 인쇄가 잘못되었나 생각했다가 3, 4, 5를 보고 뭔가를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표지는 다차원을 가리키는 것일테고, 챕터의 숫자는 제이슨의 정신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이 책은 굉장히 빠른 속도감을 가진 SF소설이다. 납치된 주인공이 30일간 겪는 일을 나열한 것인데 장소, 만나는 사람이 급변하고 겪는 일도 많이 급박하다. 그래서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영화로 만들려고 하다가 지금은 드라마로 변경하여 작업 중이라고 한다. 영화로 담기에는 2시간 동안 책의 모든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 없을 거 같아 드라마가 나을 것 같다.

내가 만약 원래의 제이슨 데슨이라면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다 아니라고 하는데 나만 맞다고 할 수 있을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데 내가 확신했던 것이 진실이었다고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제이슨 데슨의 도전을 응원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타협하고 멈췄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손에 닿을 듯 멀어지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거듭생겨나는 상황에서 결말을 읽기가 조금 두려웠다. 긴장감 넘치는 SF를 원한다면, 읽어볼만 하다. 누군가가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흥미로운 책이라고 했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뒷부분이 무서우면서도 흥미로워서 금방 읽었다.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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