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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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2월 31일 도쿄역 근처 한 호텔에 여든이 넒은 세 사람이 모였다. 그들은 오래 전 직장에서 만나 아직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동료이자 친구이다. 셋은 호텔 바에 앉아 이러저런 추억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식사를 하고,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1월 1일을 바로 앞두고 호텔방에서 엽총 자살을 한다.



이 책은 세 노인이 연말에 만나 자살을 하기 전 까지 한 있었던 일과, 그들이 죽은 후 그들과 관련있는 자들이 과거를 추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이야기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다.



제목을 보고 책 표지를 보았다. 가로등 아래 우산을 쓰고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고독해 보았다. 작품 중간에 나오는 시노다 도요(자살한 시노다 간지의 장남)는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기 전 집에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퇴근했다고 전화한다. 그리고 내가 왜 특별한 용건없이 아내에게 전화를 거는지 생각해 본다. 내가 사는 집이지만 그냥 불쑥 들어가는 건 불청객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러면서 그건 불합리하다고 다시 생각한다.



사람은 홀로 가는 고독한 존재이다. 비 오는 날 조차 혼자 우산을 쓰고 집에 전화를 걸어 귀가를 알리는 건 참 번거롭다. 그리고 사람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이를 깨고 같은날 같은 방식으로 죽기로 한 세 노인은 같은 우산을 쓰고 함께 걸어가는 덜 고독한 존재인 것이다. 혈육이기에 다 안다고 자부했는데, 혈육보다는 지인이 내 부모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있다. 가장, 남편,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의 감투를 쓰고 살아가는 시노다 간지, 미야시타 치사코의 장례식은, 혈육들에 의해 진심으로 다정하게 이름이 불린적이 없다(도우코는 치사코를 다정하게 불렀을까?). 혈육이 하나도 없는 시게모리 츠토무의 장례식 보다 둘을 추모하는 사람이 적다. 에쿠니 가오리는 기존 작품을 통해 해체된 가족과 그들의 고독을 간간히 보여준다. 안개가 자욱히 낀 느낌이다.



덧붙여서, 이 작품은 최근에 쓰여진 작품으로 작품 곳곳에 코로나로 인해 주눅든 일본 거주 중국인의 감정, 덴마크에 유학 중인 일본인 유학생의 이야기, 한산한 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세 사람이 각자의 공간에서 격리되지 않은채, 한날 한시에 죽음을 맞이하다니.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책 앞쪽이 구겨져 있어 새책을 누가 구겼어!, 하고 보니 작가 사인이 있다. 인쇄본인거 같은데, 에쿠니 가오리의 사인을 처음봐서 신기하다.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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