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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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리커버판이다. 이 책은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에 일본 주간문춘에 연재된 작품으로, 2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다. 그래서 길을 찾을 때 네비게이션을 보는게 아니라 지도를 찾거나 지역주민에게 길을 묻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되잖아라고 생각했던 장면들이 신문이나 뉴스, 컴퓨터를 통해 단서를 쫓아 현재와 이질감이 있다. 심지어 비디오 테이프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일본 남자아이돌 SMAP(한국으로 치면 신화같은 장수 아이돌, 1990년대 초반에 데뷔해 2016년 경에 해체했다. 기무라 타쿠야와 초난강이 속한 그룹이다)의 <밤하늘의 저편>이라는 노래를 듣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청춘과 그 청춘이 지난 사람들의 이야기말이다. 그리고 작품 연재가 끝난 후, 저자는 인터뷰에서 그의 전작 <비밀>(영화로 제작, 여주인공은 히로스에 료코)의 후속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다른 작품인 <용의자 X의 헌신>이 떠올랐다. 굉장히 복잡하게 얽힌 사건과 이를 추적하는 두뇌들의 싸움, 그리고…


매년 11월 3번째 금요일에는 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원들이 모여 한해를 정리하는 모임을 한다. 대학을 졸업한지 10년이 지났지만 레퍼토리는 매년 같다. 이건 완전 공감한다.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초등학교 때 이야기,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중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한다. 레파토리도 만날 때마다 똑같다.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같이 말이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아니면 어떻게 똑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공감해 주겠나~ 대학교 때는 각자 수업을 듣느라 대학 때 이야기 말고 현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게 책이랑 조금 다르지만 책 속 인물들이 이야기하는 모양새가 상상이 되어서 웃겼다.


책이름이 외사랑(片思い)은 짝사랑을 말한다. 그래서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인 줄 알았다면 아니다. 작가는 추리/미스터리/사회고발이 전문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다시 돌아가, 미식축구부 모임이 끝나고 다들 취기가 올라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하나둘 모임에 빠진다고 투덜대고 있는데, 길가에서 한 사람이 니시와키 데쓰로와 스가이를 쳐다본다. 오늘 모임에 안나온 미식축구부 일원이다.


그녀의 이름은 히우라 미쓰키, 미식축구부 매니저였다. 그리고 그녀가 그 둘에게 어떤 고백을 하면서 그녀의 길었던 짝사랑의 역사가 펼쳐진다. 특히 니시와키 데쓰로에게 히우라 미쓰기는 3번의 고백이 시차를 두고 하는데, 들을수록 충격이다. 겉으로 (당황해서) 담담해 보이는 니시와키 데쓰로의 모습도 당황스럽다.


이 책이 최근 한국에 소개된 줄 알았는데 2 차례에 걸쳐, 짝사랑, 아내를 사랑한 여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20년 세월 속에 한국에서도 젠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물가에서 자고 있는 몽환적이고 나르시스적인 여인의 느낌이었다. 소설을 다 읽고는 극 중 나카오(다카시로) 고스케의 대사가 생각났다. 거울에 비춰 뒤바뀐 모습…여기서는 물에 비춰 뒤바뀐 모습이다.


오랜 우정, 부부간의 신뢰, 얇팍한 자존심, 젠더, 살인, 감춰진 속내 등 이 소설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많다. 그러나 다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실망하지 않을거 같다.


(소미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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