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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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우린 지금 전쟁이 없는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보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의 조부모 세대는 전쟁을 직접 겪었고, 나의 부모 세대는 종전 후 어려운 시대를 겪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나와 우리 세대는 전쟁을 직접 겪지도 않았고, 전쟁 여파로 인한 피해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좁은 지역에 국한된 것임을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아직도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나라 등에서는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tvN에서 벌거벗은 세계사를 본 적이 있다. <헤이트_혐오의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 <동급생>,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근대사>을 읽고 전쟁사에 관해 더 배우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벌거벗은 세계사 중 전쟁사 부분만 한권의 책으로 발행되었다고 해서 읽어보았다.


이 책은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미국독립전쟁, 아편전쟁, 메이지유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베트남 전쟁, 소말리아 내전, 아프카니스탄 전쟁, 유고내전에 이어 최근에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미국독립전쟁은 너무 오래 전 일이고, 내가 살고 있는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전쟁사라는 생각에 제3자의 눈으로 유럽과 미국 역사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으며 지나갔다(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다 관계가 있다).


잉글랜드의 왕이 프랑스 왕이, 프랑스 왕위세습을 놓고 문제가 불거지면서 백년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17살 양치기 소녀 <잔 다르크>가 나타나 극적으로 프랑스를 구했으나, 결국 정치적인 이유로 잉글랜드에 팔려가 화형을 당했다는게 참 어이없다. 그러다가 또 정치적 이유로 잔 다르크 사후 프랑스에서 그녀의 명예가 복권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세계1,2차 대전을 겪으며, 전쟁기금을 걷을 명목으로 그녀를 이용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잔 다르크의 전기가 <애국부인전>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퍼졌고 유관순 열사도 읽었다고 한다.


미국독립전쟁은 결국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고자, 북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영국 식민지 13개가 힘을 합쳐 싸운 이야기이다. 그런데 원주민 입장에서 보면, 왜 남의 영토에 유럽인들이 들어와 싸우는지 모를 일이다.


아편전쟁과 메이지유신에 관한 일은, 당시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쟁이라 화가 났다. 왜 유럽인들이 몰려와서 동북아시아의 개항을 요구하고 싸움을 거는지, 그 피해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감정이입이 되었다.


일본의 내분을 바깥의 전쟁으로 돌리자는 것입니다. _중략_ 전쟁에서 이기면 조선을 얻고 져도 불만 세력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p146 벌거벗은 메이지유신 중에서


미국에게 당한 불평등조약을 조선(대한제국)의 강화도 조약으로 갖다쓴 일본 전쟁사를 보니, 화가 난다. 일본은 전쟁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대만, 조선 등에서 차례차례 전쟁을 일으켰다고 하니, 돈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갔구나 마음이 아프다.


영국의 이중약속이 빌미를 제공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국군도 참전한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최초로 패한 전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해방 후 우리나라처럼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이 베트남 중앙에 휴전선을 그어, 공산주의 북베트남과 민주주의 남베트남으로 가르면서 비극은 더욱 심화되었다고 한다. 고엽제와 네이키드 팜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전쟁이 더욱 와닿는다. 어린 여자아이가 공포에 질려 뛰어나오는 사진이 전쟁의 실상을 알려준다.


최근 모가디슈라는 영화로도 알려진 소말리아 내전은 독재와 부패한 정부에 의해 일어났다. 물론 아프리카를 임의로 나눈 서구 열강의 잘못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소말리아는 기근이 심해, 먹고 살기 위해서 민병대에 들어간다고 한다. 돈도 주고 밥도 주고 무기도 주니까. 또한 미래 희망직업 1위와 최고의 신랑감 후보가 <해적>이라고 한다. 해적지원기금을 전담하는 은행도 있고, 소말리아해적을 지원하는 유럽과 아시아의 투자자들고 있다고 하니, 전쟁을 막는 것인지 하라고 부추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프카니스탄 전쟁은 tv에서 본 것인데, 고문이 너무 잔인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기억나는 한 장면은, 아프카니스탄 방송국에서 앵커 같은 사람이 방송을 하고, 그 뒤에 세 네명의 무장군 같은 사람이 앵커를 향해 총을 들고 있다. 총이 발포되면 방송으로 앵커의 죽음을 국민들이 봐야하는 것이다.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책에 첨부된 자료들이 잔인하다. 삽화가 아니라 실제 사진을 넣어놨다. 시체의 모습도 보이고, 피격당한 사람들의 신체훼손 사진도 있다. 또한 고문당한 사람들의 실제 모습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한손으로 사진을 가리고 읽은 내용도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회사생활을 할 때 유고의 관공서에 업무서류를 제출해야 했던 적이 있다. 우리 회사측에서 몇 년만에 연락을 한 것이다. 서류를 준비해서 유고쪽 사무소에 연락을 했더니, 국가가 나눠졌으며 분리된 각 국가마다 각각 연락하라고 했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지도를 꺼내고 각 사무소 연락처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국가가 분리된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았다. 그리고 평화적인 독립/분리는 없다는 것도 말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쟁으로 사망하고 부상당한 사람들의 숫자가 백단위, 천단위를 훨씬 상회한다. 여름철 물놀이를 하다 사망한 한 두 사람의 일을 뉴스로 전해들어도 안타까운데,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의 수는 너무 예상 밖이다. 처음에는 놀랍다가 나중에는 점점 감흥이 없어진다. 물론 뉴스를 보고 인터뷰를 들으면 눈물이 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러니 사망자 1명이라는 수치는 손으로 꼽을 수 있는 현실적이라 숫자인데 반해, 사망자 1만명은 거짓말 같은 숫자라 쉽게 머릿 속에서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다른 사람도 내 집에서 마음편히 쉴 수 있는 평화가 오기를 바라며 감상평을 끝낸다.


(교보문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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