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이름 책고래숲 6
김태란 지음 / 책고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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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에 잡혀 끌려다니는 표지 속 여자는, 꽃들 사이에서 느긋하게 바람 맞는 걸 좋아하는 여자였다. 긴 생머리 나부끼며 온전히 바람을 맞던 여자는, 이제 머리를 곱게 손질할 시간이 없다. 긴 머리를 틀어올려 끈으로 질끈 묶고 아이를 따라 나설 뿐이다.


최근 나는 아이랑 많이 다툰다. 즐거운 때는 한없이 사이가 좋다가, 어떨 때는 크게 다투고 각자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밥 잘 먹고 건강한 것만 바랬는데, 아이가 커감에 따라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일 거라 생각은 한다. 그럼에도 욕심과 바람은 놓을 수 없기에, 온전한 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기에 오늘도 싸운다.

어느 날은 내가 왜 온전히 <나>의 일이 아닌, <아이> 때문에 기운을 쓰고 힘들어야 하는지, 아이를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더 크게 싸우는거 같다. 나도 엄마이기 전에 감정을 가진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가 태어나고 성인이 될 때까지를 그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 책은 중간 부분에 해당한다. 서로에게 큰소리치는 구간이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도 아이랑 한차례 다툼이 있었다. 내가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닐때는 , 팀플레이가 아니라 개인플레이를 할 때가 많았다. 물론 팀별 발표를 할 때도 있지만, 과제며 시험 등은 온전히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치뤄야 하는 일이었다. 회사 또한 도움을 주거나 받을 수 있지만 해당 업무를 처리하고 평가받아야 하는건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그러던 내가 아이를 낳고, 내가 사라지고 <누구의 엄마>라는 틀에 갇혀, 밖에서 아이와 내가 한 팀이 되어 움직여야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놀이터에서 친구랑 싸우면 내가 사과해야 했고, 아이가 학교 가기 전 한글을 못 떼면 내가 죄인인양 작아졌다.

혹자는 그 나이면 한창 예쁠땐데 왜 다투냐고 의아해한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내 삶은 비극은 아니지만, 삶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듦이 있다. 10년 후의 내가 지금을 돌아보면서, 왜 그랬냐고 물어볼거 같다.

나도 우리 엄마가 있다는걸, 나도 울 엄마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아이에게 알려줘야겠다. 나는 누구의 엄마가 아닌, 책 읽는거 좋아하고, 맛있는거 먹는거 좋아하는 한 사람이라는 또다른 이름이 있다.

(책고래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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