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상한 이름 - 충돌하는 여성의 정체성에 관하여
멜리사 호겐붐 지음, 허성심 옮김 / 한문화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왜 모성에 관한 글을 좋아하지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가? 왜냐하면, 여성들부터 그러하기 때문이다.

p159 새라 멘케딕의 말 중에서


임신은 뇌의 회백질 감소를 일으켜 가벼운 인지능력 감소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양육자로서의 공감, 정서조절, 공간감각 능력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생긴다고 한다. 임신 및 출산 후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를 <엄마의 뇌>라고 한다. 출산 후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있었는데, 아마 여자의 뇌가 <엄마의 뇌>로 변했기 때문인가 보다.


아이가 있으면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하고 완벽해진다는 사회의 암묵적 메시지도 번아웃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p193 육아 번아웃은 왜 일어날까 중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을 당연시 생각했다.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책에서 아이를 기르는 부모, 특히 엄마는 아이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모습만 담고 있었다. 나 역시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아이를 낳는 과정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십 수년 전, 대부분의 매체는 갓난 아이의 사랑스러움과 모성애, 부성애를 강조하지 임신을 통한 임부의 몸의 변화나 아이를 낳는 과정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친한 친구들 중에서는 내가 결혼을 일찍했고 아이도 빨리 낳은 편이기 때문에 주위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부랴부랴 지식을 쌓고 공포에 빠졌다. 막상 아이를 낳았지만, 예쁜거 반, 힘들어서 우울한 거 반이었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호르몬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나의 경우 아이가 생후 백일까지 취침이 일정하지 않아 나까지 수면부족이었다.


저자는 네델란드인으로 어린 시절을 네델란드에서 보냈다. 네델란드는 아이들을 베이비박스 안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학업스트레스도 낮은 편이라고 한다. 출산휴가도 대략 3개월 안팎이지만, 여성의 경력단절과 업무숙련도 하락을 막기 위한 일이라 여겨, 대부분의 출산 여성들은 이에 불만이 없다고 한다. 아이를 맡아주는 시설도 잘되어 있고 말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BBC 과학기자로 10년 근무 후 BBC 플랫폼 콘텐츠 제작자 및 편집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앞서 네델란드의 육아 환경과 영국의 육아환경을 비교하고 있다. 영국은 네델란드 보다 긴 1년 정도의 출산(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복직문제와 경력단절문제 때문에 출산휴가를 쓸 때 마음이 편치않아 저자는 6개월만 휴가를 썼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과 비슷해보인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고 여자가 일을 하기 좋은 곳을 꼽는 곳은 대체적으로 북유럽국가이다. 그에 반해 영국은 한국과 비슷한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집중육아의 붐이 불어,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집중육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들 옆에 붙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워킹맘은 아이들과 오래 보낼 수 없어 죄책감을 가진다고 한다. 전업맘은 아이들과 하루종일 부대껴 힘들어한다고 한다. 워크맘과 전업맘 모두 <육아번아웃>을 겪는 아이러니이다.


저자는 두 아이를 모두 제왕절개로 낳았다.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죄책감이 처음에 있었다고 한다. 역아일 경우, 제왕절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럼에도 블구하고 사람들은 제왕절개를 한 사람에게 눈치를 주고, 저자도 주눅이 들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저자의 제왕절개수술의 봉합이 잘못되어, 집에 와서 샤워를 하는데 내장이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한다. 그 밤에 남편이 없었으면, 남편이 자신의 구조요청을 못 들었으면……상상만해도 끔찍하다. 한국 같으면 수술 후 3일 정도 입원, 그리고 산후조리원에서 1,2주 가량을 보낼텐데, 이 분은 수술 후 하루만에 퇴원했다고 한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자궁 및 골반이 다르다고는 하던데.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자 출신답게 각종 자료를 인용하여 수치를 보여주며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네델란드와 영국 외의 유럽은 물론, 미국, 아프리카, 동양의 예도 나열하고 있다. <모든 엄마는 위대하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아빠는 훌륭하다>라는 말로 리뷰를 마칠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