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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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서일까. 오르골 가게라고 하면 항상 음악이 들려올 것 같지만 이곳은 조용했다. 오르골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부러 음악을 틀지 않는거라고 예전에 들었다.

p211 건너편 중에서

소설의 제목은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인데, 정작 가게 안은 조용하다. 음악도 없고, 불빛도 희미하다. 간혹 오르골을 돌리는 주인과 손님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시끄러울 정도는 아니다.

북쪽의 조그만 바닷가 관광도시에는 해마다 일정시기가 되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이 남자의 작은 가게는 관광지에서 떨어진 한적한 골목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가게가 늘 어두워 영업을 하는지 안하는지 갸우뚱하다. 이 남자의 오르골가게이다. 이 오르골 가게는 만들어져 있는 오르골도 판매하지만, 고객맞춤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고객맞춤형으로 완성된 제품이 맘에 안들면 언제든지 반품 및 취소도 가능하다. 이래서 장사가 잘될까 싶지만 그럭저럭 망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오르골 가게 맞은 편에는 작은 카페가 있다. 카페 주인은 오르골 가게가 자기네 가게 맞은 편에 있다고 <건너편씨>라는 뜻의 <무카이>라는 별명을 지어 부르고 있다. 이 책은 7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오르골 가게를 찾는 손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손님과의 대화 속에서 오르골 주인에 대해 조금 알아볼 수도 있다.

형태가 있는 것은 반드시 부서진다. 요즘 그 말이 계속 준페이의 머릿속에 들러붙어 떠나지 않았다.

p47 콧노래 중에서

각자의 사연을 들고 오르골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은, 기성품을 사기보다는 대부분 주문제작을 의뢰한다. 그러면 가게 주인은 귀에 달린 보청기같은 기계를 벗고 손님이 어떤 음악을 오르골로 만들지 함께 이야기한다. 어떨 때는 손님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딱 맞는 곡을 찾아주기도 한다. 대부분 흡족해하며 물건을 구매하는데 어떨 때는 실패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남자친구와 오르골 의뢰를 하러 온 여자에게, 오르골 주인은 여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의뢰가 잘 마무리되었을 때는 훈훈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내가 다 민망해진다.

처음 에피소드를 보고 오르골 가게 주인의 귀에 달린 <보청기>같은게 무엇일까 궁금했다. 마지막까지 읽으면 그것에 대한 정체가 나온다. 말도 안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는 손님들의 사연이 시끄럽게 어우러져서, 남자의 마음이 예민해서도, 이 글을 읽는 나의 마음이 시끄러워져서이다.

내 입장에서 내 마음에 각인된 노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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