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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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린이여야 한다는 말

결단코 그 말은

헛된 말이 아니었다.

p215 축복 중에서


나태주 시인의 신간이 나왔다. <두 손에 아직도 시가 쥐어져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라는 문구가 띠 종이에 적혀 있다. 정말 시인다운 문구이다.


나태주 시인이 초등학교 교사로 오랜 시간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늘 하던 이야기를 시로 지었는데, 그게 바로 풀꽃이라는 시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풀꽃>라는 시를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시를 통해 나태주 시인은 <풀꽃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나도 이 시를 통해 나태주 시인의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번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는 최근 2년 동안 나태주 시인이 하루에 한편씩 써내려간 시를 엮은 것이라고 한다. 칠순이 넘은 노시인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연 속 꽃들과 나무를 보고 감탄한 내용과 아이들을 보며 이 곳이 천국이라고 느낀 감정을 시로 적어냈다.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고 또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났다는 시를 읽을 때는 괜히 걱정스럽기도 했다.


이 시에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특히, 아내분)과 얼마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코로나로 인해 지구에게 미안한 감정과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오랫동안 산 것에 대한 미안함과 건강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가지 내용이 적혀있다. 그리고 이 시집의 제목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처럼 소소한 행복에 대한 격려와 위로도 담겨져 있다.


이 시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나이>와 <가족>이다. 울 엄마가 생각나서였다. 울 엄마도 지나가는 애들을 보고 몇살이냐고 묻고, 우리 손주 보다 나이가 많네 적네 같네라고 덧붙이신다. 엄마가 없어서 가족이 없다는 시인의 시도 인상적이다. 울 엄마가 없으면 나도 고아가 되기 때문일까. 고아라고 하기에 내 나이가 너무 많지만. 시의 목차를 보면서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를 만나로 갔다. 대부분은 엄마가 날 만나러 와줬는데, 오늘은 내가 엄마를 만나러 갔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인데, 왜 늘상 엄마만 힘들게 왔을까 싶다. 차 안에서 엄마가 나를 만나러 온 길을 되짚어 본다. 딸과 손주를 잠깐 만나려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렇게 왔겠구나 싶다.


막상 만나도 살가운 말 한마디 못하는 딸래미이지만 엄마 얼굴을 봐서 너무 기분이 좋다. 엄마라는 이름은 내게 늘 눈물로 다가온다. 별로 슬픈 이름도 아닌데, 하하하. 모녀가 만나 시골에 있는 아흔이 넘은 나의 할머니, 엄마의 엄마 이야기도 했다.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 어린이가 되는 울 엄마. 칠순이 넘은 나이든 노시인도 휴대폰 속 돌아가신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 시집 덕분에 엄마를 생각하며 오랜만에 엄마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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