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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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님께서는 고양이를 위해 인간을 창조 하기로 하셨다. 인간에게는 관절 달린 다섯 개 손가락이 붙은 손을 만들어 주어 고양이가 필요할 때 즉시 음식과 잠자리 제공하도록 만드셨다.p269 / 24. 고양이 성경 <창세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이 나왔다. 10대, 20대 시절에 <파피용, 나무, 뇌,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을 한창 열심히 읽었는데, 삶이 바빠서 한동안 그 책들을 잊고 지냈다. 표지에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대신 고양이 여신상이 그려져 있다. 여러 버전의 자유의 여신상 중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럽다.



행성은 두 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은 고양이 바스테트의 관점에서 쓰여진 이야기와 책 속 책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이야기가 교차로 나오되고 있다. 고양이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는, 나쯔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소로이다>와 비슷한 느낌이다. 둘다 인간들의 행위를 냉소적으로 보고 있어서일 거다.



우주여, 제가 이 행성을 통치하게 되길 바라신다면 지금 저를 구해 주소서! p256 / 23. 엎친 데 덮친 격



바스테트는 로망 웰즈에 의해 머리에 제3의 눈이라고 하는 장치(USB단자)를 달았다. 바스테트는 이 장치를 통해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고, 목에 매달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USB도 읽을 수 있고, 집사 나탈리와도 이야기할 수 있다.



바스테트는 고양이 144마리, 인간 12명, 돼지 65마리, 개 52마리, 앵무새 1마리를 대형 범선 <마지막 희망>호를 태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파리에서 뉴욕으로 상륙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내 생각에는 인간들에 의해 이주한거 같은데, 이 이야기는 자의식이 강한 바스테트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라 이해하고 넘어가자).



암고양이 바스테트, 수고양이 피타고라스(바스테트 남편/ 샴고양이), 수고양이 안젤로(바스테트 아들), 암고양이 에스메랄다(바스테트의 라이벌), 바스테트의 인간집사 나탈리와 나탈리의 애인 로망 웰즈 교수, 앵무새 샹폴리옹, 보더콜리 나폴레옹, 돼지 바댕테르를 소개하길래 이들이 주요 등장인물(동물)인 줄 알았다. 바스테트가 인간 보다 돼지 바댕테르를 더 똑똑하다고 설명하길래 중요한 동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남은 인물(동물) 수가 점점 줄어든다. 바스테트의 입에서 나오는 명단이 데스노트에 적힌 이름이었나보다.



한마디로 통신이 가능해진 대신 우리의 기억은 모두 소실 된다는 거죠?
p170 / 15. 길고 지루한 토론 중에서



바스테트 일행은 쥐 떼의 공격을 피해 범선에서 파이낸셜 디스트릭트로 다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101인의 부족 대표단을 보게 된다. 실뱅(드론팀), 제시카넬슨(뱅크 오브 아메리카 타워/ 컴퓨터 바이러스 전공), 이디스골드스타인 (파이낸셜 데스트릭트/ 생명공학전공) 등의 인간들은 힘을 합쳐 쥐떼들의 공격에 반격을 가한다. 부족 대표단 의장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나와서 눈을 비비고 다시 읽었다. 못 이룬 대통령의 꿈을 이 책에서 이루는구나.



사람들의 이름은 흔한, 많이 듣는 이름인데 여기에 나오는 동물들의 이름은 의미심장하다.



이집트 여신의 이름을 딴 <바스테트>, 수학자 <피타고라스>, 노틀담의 꼽추에 나오는 매혹적인 여인 <에스메랄다>, 이집트 학자 <샹폴리옹>, 프랑스 정치가 <바댕테르>, 정복자 <나폴레옹>, 미국 현대문학의 아웃사이더 <부코스키(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의 저자)>,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 성 바울로 <폴>이 항서그룹이다.



그리고 악으로 규정된 프랑스 쥐떼 대장 <티무르(몽골 제국의 건설자)>, 미국 쥐떼 대장 <알카포네>와 그를 따르는 <제후들>이 있다.

샹폴리옹이 부코스키에게 잡아먹힌 것은 이집트 문학이 미국 문학의 이단자에게 잡아먹힌 걸로 확대 해석해야 하나? 이게 프랑스식 고급 유머인가, 알아들으려면 사전지식이 많이 필요하겠다. 그런데 몽골 티무르와 프랑스는 무슨 관계일까.




인간들은 신이라는 것을 상상해 만들어 내고 그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죽인다.p124 / 11. 맨해튼 빌딩 꼭대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인데, 이 책에서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적 티무르도 탐내는 지식백과로 나온다. 언제 14권까지 내신건지(이 책에서 가상의 14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옴). 고양이 바스테트 보다 멍청하고 개인적인 인간들이 과연 쥐떼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쥐떼에 대항하는 <항서抗鼠연합> 대 <쥐떼 연합>, 가까운 미래는 쥐 또는 고양이가 다스리는 디스토피아가 될 지 유토피아가 될지 빨리 2권을 읽어 봐야겠다. 그리고 바스테스의 귀에 맴도는 엄마의 목소리가 진짜 그녀의 엄마인지도 궁금하다. 덧붙여서, 자유의 여신상을 점거하고 있는 건 쥐떼들인데, 왜 표지는 고양이 얼굴의 여신상인지, 2권에 밝혀지려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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