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생구 낙원동 개미가 말했다 - "휴, 간신히 여기까지 기어왔네."
송개미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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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흰 글자들이 눈에 잘 들어와, 제목 “서울시 고생구 낙원동 개미가 말했다”와 그 아래 “휴, 간신히 여기까지 기어왔네”가 부제처럼 읽힌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첫 번째는 표지가 아기자기하니 너무 내 취향이다. 두 번째는 내 (어설프고 힘들었던) 20대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작가가 결국 고생을 해서 변호사가 된 “인간승리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혹자는 “무슨 변호사가 무슨 개미야?” 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래서 궁금해서 읽어본 것도 있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아 대학합격통지서를 받자마자 오빠 손에 이끌려 학자금 대출 통장부터 만들었다고 한다. 19살의 소녀가 400만원씩 일년에 두번, 4년동안 대출받을 생각을 하네 얼마나 갑갑했을까 싶다.

프랑수와즈 사강의 어록 중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나는 버스보다는 재규어를 타고 울고 싶다. Money may not buy happiness, but I'd rather cry in a Jaguar than on a bus.)”는 말이 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있으면 없는 것보다 삶이 좀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대학에 입학 후 과외는 물론 학원, 마트, 호텔, 파티홀 등에서 일한다. 그 중에서 월 30만원만 용돈(교통비, 식비, 통신비, 교재비 등)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부모님께 드린다. 물론 부모님도 일을 하시지만, 생활이 궁핍한 건, 추측컨데 갚을 빚이 좀 많았던거 같다.

작가의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보면서, ‘세상물정 모르는 대학생을 최저시급 주면서 막 시키는 사람이 아직도 있구나, 나 때도 있었는데’라고 감정이입하며 읽었다. 그리고 자기가 월급 주는 것도 아니면서 정직원이라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막 대하는 사람들도 아직 있구나 싶다. 인과응보, 벌 받을거다. 나도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일을 겪었는데, 나 보다 어린 작가도 이런 일을 관문처럼 겪었다니 씁쓸하다. 성희롱도 섞인 말도 그때는 월급이랑 일당 잘 받아야해서 어색하게 웃으면 넘겼는데 말이다. 나보다 20살은 많은 본사 아저씨들이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한테, 젊은 여자들이 같이 야유회 가야 즐겁지라는 말이나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데 남자손님이 주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여기 얼마 받냐고, 자기 술집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말, 지금 그말 들으면 버럭 소리를 지를텐데 말이다.

작가는 가난 때문에 연인과도 헤어진다. 결국 작가는 가난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기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가 결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다. 로스쿨에 들어가서 공부하는게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중산층 가정의 아가씨”가 대학 때 알바 조금하고 공부해서 변호사된 이야기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처절하게 공부하고 처절하게 일한 20대에게 바치는 글이었다. 앞으로 백화점에서 플렉스한 신발 신고 꽃길만 걸으시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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