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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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 읽었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통해서였다. 그때의 느낌은, 어떻게 포인트를 이렇게 잘 찝어서 이야기하실까, 글은 왜 이렇게 매끄럽게 잘 쓰실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풍부한 배경지식까지. 그후 이어령 작가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올해 초 이어령 작가의 별세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게되었다. 아……

이 책은 이어령 작가의 산문집이다. 4가지 단편 속에 작은 단편들이 또 실려있는 형태이다.

여섯 가지 은유에서 작가는 본인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으로,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 귤, 바다”를 말한다. 작가 나이 11살 때 어머니는 수술이 잘못되었는지(태평양 전쟁 때라 거의 마취없이 수술하심) 돌아가신다. 어머니의 유골과 거의 동시에 온, “귤”은 어머니가 병문안 온 사람들에게 받은걸 먹지않고 아껴두었다가 막내아들에게 보낸 것이다. 나에겐 사이다병과 콜라병인거 같다. 어릴 적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유리로 된 아주 작은 사이즈의 사이다병과 콜라병.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감기 한번 걸려본 일이 없는 사람과는 악수도 차 한잔도, 그리고 대문의 빗장을 열어주는 일까지도 사절하지 않을 수 없다. p45

그 이마를 집는 손은 내 것이 아니지만 온전히 타인의 것도 아니다. 이마를 집은 손에서 나는 내 몸이 얼마나 뜨거운 지 느낄 수 있다. 아울러, 그 맨 손에서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수(憂愁)의 이력서에 나오는 우수는 “근심과 걱정을 아울러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 참고)”이다. 작가의 어린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우수는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가를 기록하고 있다.

서른세 살 때는 울어서는 안된다. 속으로 흐느낄지언정 통곡 같은 것을 해서는 안 된다.p75

이어령 작가의 서른세 살은 지금으로 치면 마흔쯤되지 않을까 싶다. 결혼을 늦게하니까. 가장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어령 작가의 서른 셋, 우리의 마흔 셋.

가위바위보를 하면 언제나 나는 나의 고향에게 진다.p112

이어령 작가는 추억할 고향(충청남도 아산군 온양읍 좌부리)이 있다. 하지만 나에겐 고향 기억이 없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외지생활을 해서이다. 나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란 외갓집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간 외갓집은 내 상상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푸른 바다라 생각했던 곳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이 책는 이어령의 어머니에 대해서만 쓴 것이 아니다. 이어령 본인에 대한 이야기, 고향이야기, 삶에 대한 성찰 등을 나열하며 간간히 어머니에 대해 짤막한 문구를 얹기도 한다. “어머니는 내 문학의 근원이었으며 외갓집은 그 문학의 순례지였다(p127)”와 같이 고향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를 기억하는 문장을 넣는다.

눈이 많이 오는 날 국민학생 (지금의 초등학생) 이어령은 혼자서 언덕을 넘고 논길을 건너 집에 온다.

어째서 똑같은 사건이었는데도 어머니는 그처럼 눈물까지 흘리셨으며 아버지는 또 웃음을 지으시며 그토록 기뻐하셨는가?p165

어머니와 아버지의 반응을 보고 어린 이어령은 여자와 남자, 어머니와 아버지의 차이를 느낀다. 예전에 “아버지는 현명한 아이를 좋아하고, 어머니는 모자람있는 아이를 좋아한다”는 뉘앙스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자식이 혼자서 잘 살길 바라고, 어머니는 자식을 뒤에서 지켜봐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글을 다 읽고 나서 이어령 작가님의 삶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열살 갓 넘은, 잔병치레가 많은 막내아들을 두고 눈 감았을 어머니의 걱정도 보였다. 그럼에도 이어령 작가의 문학의 근원이 되신 어머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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