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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호랑이는 향토적인 이야기의 단골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빠르게 변하다보니 요즘 어린이들은 호랑이를 친근하게 느끼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전래동화를 찾아 읽지 않으면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라고 말하는 못된 호랑이를 알지 못하고,
"나보다 무서운 동물이 곶감이라고?"하고 말하는 우스운 호랑이도 알지 못하지요.
그럼에도 어쩐지 호랑이는 여자의 치마를 두르고, 사람을 홀리고도 남을 요물처럼 느껴져요.
그것이 오랜 역사와 문화를 다룬 이야기의 힘이겠지요.
사냥에 쫓긴 짐승이나 낡은 집을 빼앗긴 도깨비,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이 찾아와 숨어든 산.
그 산 골짜기에 오래 전 호랑이들이 살았어요.
넓은 땅에서 자유롭게 홀로 지내던 호랑이들이 좁은 골짜기로 모여들어 싸움이 끊이지 않자
산이 사람으로 변신하는 법을 알려주었지요.
그 변신 기술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시작한 호랑이들이 내 이웃일지도 모른다는 호기심,
그 호랑이를 잡기 위해 산을 떠도는 호랑이 사냥꾼 강태를 향한 두려움 등이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하게 했습니다.
또한 사람이면서 동물이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호랑이 사냥꾼을 아비로 둔 탓에 떠돌이 생활을 하는 지아와 승재의 이야기도 크게 와닿았어요.
그들의 생활이 고달프게 느껴졌고
어쩔 수 없이 가장 노릇을 도맡은 지아의 의젓함에 괜히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외로웠을 지아에게 루호는 둘도 없는 귀한 친구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비밀을 부탁하지 않은 이의 비밀을 지키며
우정을 이어가는 지아가 멋있고 대견했습니다.
그런 지아의 마음을 알았으니 루호와도 더 친해지겠지요?
작년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라는 한국계 작가의 뉴베리상 수상작을 읽은 후
호랑이를 소재로 한 <루호>를 읽고 나니 호랑이처럼 신비로운 영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책들로 호랑이를 만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