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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공통점
안성훈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창비 출판사의 따끈따끈한 신작, “너와 나의 공통점”을 읽어보았어요. 책과 함께 이 책의 글작가인 안성훈 작가님의 편지를 받아보았는데요, 제목처럼 작가님께서도 책을 쓰는 과정에서 ‘너와 나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셨다고 해요. 그러면서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존재들을 더 잘 알게 되길 바란다고 적어주셨네요. 그래서 저도 따뜻한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어요.
이 책은 주인공인 현서가 독자에게 ‘공통점 찾기’ 놀이를 제안하면서 시작돼요. 현서는 공통점 놀이를 ‘작은 호기심과 열린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놀이’, ‘하다 보면 금세 친해질 수 있는 놀이’로 소개하지요. 책에는 현서가 자기와 이웃들 간, 그리고 이웃과 이웃 간의 공통점을 찾은 서른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서른세 가지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구분해 보았어요. 나와 가족, 나와 이웃, 이웃과 이웃으로요. 첫 번째로 나와 가족 간의 공통점 범위에서는 현서와 엄마, 현서와 아빠, 현서와 사촌 동생 등 자신과 가족의 공통점을 찾아본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두 번째는 나와 이웃 간의 공통점 범위인데요, 아랫집 누나, 윗집 꼬마, 아파트 관리 소장님 등 가까운 거리에 사는 이웃부터, 담임선생님, 엄마의 외국인 직장 동료, 책방지기, 택시 기사님 등 자신이 직접 만날 수 있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범위의 이웃들과 공통점을 찾아본 이야기들이 나와요. 또, 구청장님이나 아이돌처럼 만나기는 어렵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웃, 황제펭귄과 길고양이같이 자연 속 이웃과 공통점을 찾아본 이야기도 있지요. 마지막으로 이웃과 이웃 간의 공통점을 찾아본 이야기도 나와요. 반려견과 사촌형의 공통점, 미모사 화분과 아빠 친구 아들의 공통점, 대왕고래와 증조할아버지의 공통점 등이지요. 제목만 들어도 이웃과 이웃 간의 공통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해지지요.
사실 처음 책 표지에 그려진 머리 긴 현서의 모습을 보고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남자아이더라구요. 머리가 길다고 바로 여자아이라고 생각한 저를 보면서 이웃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런 인식을 가지고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찬찬히 다시 살피니 다양한 밝기의 피부색을 지닌 인물들과 앞서 소개한 것처럼 다양한 범위의 이웃들이 실려있더라구요. 글작가님, 그리고 그림작가님께서 ‘이웃’의 범위를 넓게 잡으시고, 단순히 나와 이웃 간의 공통점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누구를 이웃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세심하게 고민하신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니 이 책이 더 소중하게 여겨졌답니다.
저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 특히 좋았어요. 책의 끝부분에서 현서는 어린 시절의 일기장과 사진을 보면서 불과 몇 년 전인데도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 사이에 차이점이 있음을 이야기해요. 그리고 그 차이점은 이웃과 자신의 공통점을 찾다 보니 성장하면서 생긴 것 같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꾸준히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자기만 가지고 있는 특징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너와 나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나와 나 사이에서도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네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현서가 제안하듯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과 함께 공통점 찾기 놀이를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면 현서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우리의 세상을 한층 더 넓혀 갈 수 있겠죠? 스스로, 그리고 함께 자라가는 우리가 되는 방법을 따뜻하게 제안해주는,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