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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봉이라서 ㅣ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평점 :
사계절 출판사의 “면봉이라서” 그림책을 읽어보게 되었어요. 올해 8월에 출판된 한지원 작가님의 따끈따끈한 신작이네요. 작가님은 책상 위에 있는 면봉을 보고는 이게 사용했던 면봉인지, 아니면 깨끗한 면봉인지 생각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되셨다고 해요. 한 권의 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뒷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게 느껴져요. 작가님의 책상에 굴러다니던 면봉으로부터 시작된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면봉이라서”의 표지는 쏟아져 어지럽게 흩어진 면봉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표지를 넘겨보면 면지에는 “면봉 못 봤어?” / “거기 서랍 안에.” / “없는데?” / “다 떨어졌나? 그 많던 게.”라는 어느 집에서건 흔히 오갈 법한 대화가 적혀 있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매일 면봉을 사용하지만, 딱히 면봉을 중요한 물건이라고 여겨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막상 없으면 아쉽지만, 한 번 살 때 워낙 많이 들어있기에 딱히 하나하나의 면봉을 아끼거나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 같지도 않고요.
책을 넘겨보면 우리 생활 속 면봉의 여러 가지 쓰임새가 소개되어 있어요. 면봉이 작고 좁고 가는, 우리가 아는 모습의 면봉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죠. 콧속이나 귓속을 정리하는 일, 화장을 정리하는 일, 약을 바르거나 고치거나 청소하는 일부터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한 재미있는 역할들까지요.
작은 지퍼백에 꽉 차 있던 면봉들을 하나둘씩 꺼내어 쓰다 보면 어느새 헐거워지죠. 그러다 보면 쏟아지기도 십상인데요, 이 책의 면봉들도 어김없이 쏟아진 후에 몇 친구는 사라져 버려요. 그리고 그 친구들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어떤 다른 일을 하게 될까요? 이 부분은 재미있는 부분이라 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생활 속에서 흔히 담당하고 있는 일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꿈을 꾸었던 면봉들.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서 똑같이 줄지어 있는 면봉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면봉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어려움을 만날 때도 있지만, 면봉이 면봉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즐거움과 기대를 이야기해요.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면봉의 모습을 통해 책과 자기의 삶을 금세 가깝게 연결 지을 것 같아요. 게다가 갖가지 것들이 묻어있는 면봉의 그림을 보면서 이건 도대체 무엇이 묻은 건지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보는 재미까지 있겠죠? 책을 읽고 집에 있는 면봉을 가지고 와서 새로운 놀이를 여러 가지 만들어 볼 것 같기도 하고, 함부로 굴러다니는 면봉 하나하나를 더 소중하게 사용해 달라고 어른들에게 당부할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어른들은 책 속에서 가만히 줄지어 있는, 때로는 마구잡이로 흩어진, 다 똑같이 생긴 면봉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매일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라든지, 다른 사람과 비해 봤을 때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면봉과 비슷하게 느껴질지도요. 그래도 ‘면봉이라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설레임을 그리고 있는 책이라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를 향해, 그리고 나와 비슷한 다른 사람을 향해 한 번 더 웃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다른 것들에 비해 유독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면봉 그림이 특히 재미있게 다가와요. 다른 물체들에 비해 면봉을 보면,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솜 부분과 나무의 거칠거칠한 결까지 느껴지는 것 같지요. 쏟아져 있는 면봉 아래의 그림자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손을 뻗어 한 개 집어 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답니다. 평소에는 흔하디흔해도, 이 책에서만큼은 면봉이 주인공인 것이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