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대학시절 교양으로 들어본 철학수업은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에 한장한장 넘기기가 힘들어 한 학기가 끝난후 철학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인생에서 힘든시절을 거치며 읽었던 계발서에서 알게 된 '존 스튜어드 밀 독서법'. 삶에 대해 고민했던 나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해줄 것만 같은 마음에 철학쪽으로 다시 관심을 기울이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논어''맹자'에 익숙해져 있는 내 사상체계속에, 21세기에 살고 있는 나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장자가 들어왔다.

조선시대 유교를 강조한 탓에 유교를 비판한 노장사상은 퍼질 수가 없었고, '논어''맹자'를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탓에 상대적으로 우리는 장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접할 기회도 적었을거라 생각한다. 또한 공자는 사회혼란원인을 인간도덕성 타락으로 보고 세상속에서 적극적으로 도덕성 회복을 위해 인과 예를 강조했으나 장자는 사회혼란원인을 인간이 만든 도덕때문이라 보고 도덕, 법률같은 것을 없애야 한다고 보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거기에 빨리빨리를 강조해 세계경제무대에 우뚝 올라선 대한민국에서 장자의 사상은 뜬구름 잡는 신선놀음이라는 비판 속에서 잠들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쁜 세상 속에서 어느 덧 지쳐있는 우리에게 장자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장자의 사상을 토대로 저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설해나간다. 그의 사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놓았거나 어려운 한문으로 도배해놓은 것이 아니라 기본사상을 전제로 때에 맞는 공자, 맹자, 노자등의 사상을 인용해 장자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우리에게 전한다.

 

장자는 우선 문제점을 제시한다. 우리의 가치관을 뒤엎는.

백이와 숙제. 신하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은 그들은 죽음을 불사한 지조로 인해 노래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에게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훌륭한 선인으로 알고 존경해 마지않아야 할 인물로 알고 있던 그들을 장자는 비난한다. 그들은 명분과 신념의 신봉자들이었다는 것, 뒤집어 말하면 그들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들의 가치 외에는 다 가치없는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나누고 대립하게 되므로 결국은 지키는게 아니라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이에 따르면 사육신등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 이들또한 신념의 노예가 되어 자신을 죽음앞에 몰아넣었다는 것인가. 읽으면서 장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만 했다. 거기에 4대성인중 한명인 공자는 기성의 편중된 가치를 지닌, 그리고 그것을 꿰뚫어본 자들 앞에서는 제대로 변론을 못하는 자로 표현되고 있다.

 

장자가 주장하듯 외부로부터 들어와 자리잡은 외래적 관념을 깨려면, 그리고 어떻게 해야 본연의 모습을 알 수 있고 그런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것인가.

깨달은 마음이 어찌 옳은 본연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

 

여러가지 의문과 기존 생각들이 들고 일어나는 반발을 우선 제거시키고 장자의 사상에 몰입해 보기로 했다. 뒤의 해결편에서 그가 나의 의문을 명쾌히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우리가 진실을 보지 못하는 원인은 정형화 된 관념이 우리 마음에 자리잡음이다. 개념화된 언어와 문자를 습득함으로 그에 매여 진정한 자신을 보지 못하고 변화화는 사물의 표면에 얽매이기 때문에 자연과 하나되길 원하는 본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한다.

 

상대적인 가치의 인정,  옳고 그름 분별의 무의미, 나의 참과 사물의 참이 만나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펼쳐내는 장자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의문에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시킨다는 명분하에 자녀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

사람들이 사는데 편하고 보기좋게 만든다는 명분하에 파괴되어져가는 자연.

자신들의 가치를 주장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혁명이 일어나고 보수대립이 끊이지 않으며 종교간에는 보이지 않는 싸움의 기가 흐르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본연의 모습을 중시하는 것, 어떠한 작위도 가하지 않고 해치는 요소만 제거해주는것이 장자가 이 세상에 해 주고 싶은 말인 듯 하다.

 

기본적으로 공자도 장자와 마찬가지로 이루고 싶은 것은 같았다. 그러나 백성과 나라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바꿔보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고 그 결과로 장자의 비난을 받은 것이다. 나 또한 지식 함양을 위해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욕심을 쌓아가는 것이다. 장자는 욕심을 버리라한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일, 그것은 나라는 것조차 사라지는 일이다.

장자의 모든 가치, 사상을 이해하고 수용해서 삶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는 순간 이미 인식된 가치를 위하여 진정한 것을 보지 못하는 인위적인 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나는 신선도 아니고 도인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분명 그의 가르침은 나에게 많은 것을 던져주었다.

옳고 그르다는 분별을 버리라는것. 사랑과 정의를 강조해 따르지 못하는 사람은 죄인처럼 정의를 내려버리고 죄인들 사이에서 기세부리는 유가와 묵가. 나 또한 세상 가치관에 매여 나 자신이 죄인처럼 느껴질때가 있었고 은연중 나만의 옳고 그름으로 다른이를 죄인취급했을수도 ,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주변 누군가에게 그런 느낌을 받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절대적인것은 없다는것.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에 맞추기 위해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온 삶에,,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과 말들에 얽매여 고통받을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는 법을 알려준 장자의 가르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누구나 청소년기를 설레게 해준 소설하나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기쁨을 주었던 소설, 슬픔을 주었던 소설, 설레임을 주었던 소설등 여러가지면에서 세심한 소녀의 맘을 흔들어놓은 다양한 문학작품속에서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기억. 그 중 설레임면에서 단연 최고라 꼽을 수 있는 소설은 '오만과 편견'이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무뚝뚝하면서 서서히 진행되어가는 사랑에 같이 숨죽이고 부러움에 한숨지었던 추억을 만들어준 고전이다.

 

 그 소설에 좀비가 나타났다. 고전에 좀비라는 특이장치를 집어넣어 원작의 팬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은 작가.

거기에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등의 찬사로 도배되어 있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진다니 얼마나 괜찮은 작품이 나왔나 싶어 책을 열어보았다.

 

괴상한 역병이 돌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것들'인 좀비무리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잡아먹는 일들이 영국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에 사람들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무술훈련을 받아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도 하고 마을과 국가를 지키는 일에 쓰임받기도 한다.

 

재산과 외적인 매력이 뒷받침되는 것에 더해 훌륭한 무술솜씨로 좀비를 많이 쓰러뜨린 자의 매력이 돋보이는 시대.

베넷씨 집안의 다섯딸들도 중국에서 무술훈련을 받은 훌륭한 전사들이며 삶에서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원작을 그대로 갔다 놓았나 할 정도로 새로 추가된 양념들외에는 모든것이 비슷하게 전개되어 간다.

빙리씨와 제인의 사랑, 친척 콜린스와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의 결혼, 다아시의 엘리자베스를 향한 나날이 더해가는 사랑과 위컴일을 해결해준사건등. 전작의 틀을 그대로 유지해 간다.

단 차이가 있다면 전작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의 위선과 이중성이 더 빛나게 부각되었다는 점이랄까.

 

특히 가장 기본적이며 소중하게 그려져야 할 가정내에서 그 부분을 확연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내에 대한 실망으로 남편으로서의 본분은 어디론가 내팽개치고 중국에 머무는 동안 동양미인들을 끌어들이는 베넷씨. 다섯자매중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지각있는 여성으로 교육시켰으나 나머지 딸들의 무분별과 경박함은 어찌하지 못하고 방치한채 서재에 박혀 그만의 세상에 몰두하며 살아간다. 그런 남편으로 인해 오직 딸들의 결혼만이 인생의 최대목표라고 생각하며 사는 베넷부인. 주변사람들의 불편함과 경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천박함의 대표주자격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불완전한 가정에서 태어난 고통을 언니 제인에 대한 사랑, 무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마등으로 극복하며 살아가는 엘리자베스. 그러나 나름 분별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 그녀마저도 색안경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대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어느정도 절제된 언어로 여자들의 결혼관과 상류층의 가식을 꼬집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는 인간본연의 추악함을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내고 있으며 본질을 보지 못하는 오만함과 편견이 살아가는데 있어 얼마나 큰 어긋남과 후회를 남기는지를 상세히 서술해낸다.

 

또한 일본무술이 최고라 생각하며 중국무술을 폄하하는 캐서린 영부인은 엘리자베스가 최고의 일본닌자 경호원들을 여럿 해치워냈음에도 끝까지 중국무술을 비하하는 일관된 태도를 취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내것만 옳다는 식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원작에 무협소설을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고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내지도, 무협소설의 재미를 부각시키지도 못한 어정쩡한 스토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어설프게 등장하는 동양무술에 대한 동경. 소설 곳곳에서 원작을 살려야된다는 부담감이라도 있었는지 맥없이 끊어져버리는 좀비라는 특이장치.

 

철없는 소리를 계속 늘어놓는 리디아의 목을 치는 상상을 하는 엘리자베스, 자신의 언니와 빙리씨의결혼을 막았다는 사실을 알고 언니에 대한 모욕을 값고자 다아시의 피를 보고자 했던 그녀가 정작 리디아와 위컴이 도망갔을 때는 그들이 무사히 결혼하기를 바라는 모습은 그녀의 이중적인 가치관이 드러난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표지를 보고 괜한 반전을 상상해보았으나 결국 괜한 기대를 품은 셈이었다.

 

기대가 많았기에 느꼈던 실망또한 크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오만과 편견이란 주제를 소설속에서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은 가질 수 있었다.

DSRL렌즈선택가이드

고급 사용자를 위한 DSLR렌즈선택가이드
니시히라 히데오 지음 / 제이앤씨커뮤니티 / 2009년 5월

DSRL에 대한 욕심으로 정보만 수집하고 있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현재 사용하고있는 카메라에 대한 불만이 조금은 커져서 꿈만 꾸던 DSRL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구매를 해야겠다 결심을 하고 있던 요즘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정보들, 그리고 과연 어떤 의견이 좋은것인지 헤매고 있던 가운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아직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지라, 그저 화면으로 카메라 바디와 렌즈만을 항상 갈구하던 나에게 이 책은 한편의 축복이요, 저주였다.
랜즈와 노출에 대해서는 꼭한번 공부하고 싶었기에 많은 정보를 잘 설명해놓은 이 책 덕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으나 과연 이 렌즈중에서 내가 보유 할 수 있는 렌즈가 몇개나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욕심이 너무 많은 탓에 좌절이 맘속에 남기도 했다.

아직 바디가 없지만 캐논의 5D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기에 평소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저자가 캐논 바디중 5D를 많이 소개해주어서 반갑기도 하고 유용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 중 하나는 과연 바디인가? 렌즈인가? 라는 문제였다.
렌즈 개별의 특징 뿐만 아니라 바디와 렌즈 만남에서의 화각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과연 풀프레임을 고집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어서 렌즈로 풀프레임의 단점을 카바 할수 있지는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결론은 렌즈만으로 바디의 모든 결함을 커버할 수 없을거라는 것이었다.

 

아직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렌즈의 종류별 추천에 대해 이해가 될듯 말듯한 문장들이 많기도 했고,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이책이 발간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저자가 집필한 시기는 적어도 한 1년은 더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하는 바디들이 아주 조금된 바디들인 까닭에.

그리고 렌즈가 너무 많다보니 읽다가 앞 렌즈의 장점에 대해서 잊어먹기도 하고, 렌즈들의 비교만 하다보니  해당 렌즈들을 활용하는 팁들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 렌즈는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설명들이 있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명확히 새기지 못해 안타깝기도 했다. 너무 사용설명서 식으로 설명을 해주어 전문가에게 비법을 전수받는 느낌은 없었다는 것이다. 광각, 망원등 한 카메라로 렌즈를 교환해가면서 같은 지점에서 직으면서 리뷰를 써 주었다면 렌즈 특유의 화각이라든가 색감이라든가에 대해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몸으로 체험으로 느껴야 하는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러나 렌즈 말고 여러가지 바디들에 대해서 제조사 별로 서술해 준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조사들 특유의 구동받식이라든가 등등 카메라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겠지만 평소 맘속에서 궁금해하던 것들을 어느 정도 시원하게 해결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대가 많았기에 어느 정도의 아쉬움도 남았지만 그럼에도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는 만족감을 떨칠 수 없는, 그리고 소유한 것만으로도 든든함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 더 많은 바디와렌즈들을 훑어보고 있는데 좋은 DSRL을 만날 수 잇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무심한 듯 시크하게 ㅣ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재밌는 영화한편을 봤다. 그것도 책으로.

마약과 살인을 소재로 한 형사소설이라기에 사실 많은 기대를 가지진 않았으나 제목이 은근 끌렸다.

패션잡지에나 등장할 만한 표현이 형사소설의 제목이라니, 그것도 하나 가공하지 않은채 그대로 표지에 박혀있다.

 

여자를 좋아하지만 연애에는 관심없는 외적으로 괜찮은 남자 정태석.

그를 열받게 하고 달아난 마약판매원 변성수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빠르게 전개시켜나간다.

 

트릭도 없고, 가슴설렐 연애도 없는 소설이지만 이 책은 참 솔직담백하다는 느낌이다.

한국토종 형사소설 느낌이랄까.

분위기있는 와인바도 아니고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고급 호텔 레스토랑도 아닌, 삼겹살에 소주한잔 기울일 수 있는 동네 술집같은 정이 흐르는

소설.

 

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면서부터 쉬지 않고 단숨에 읽게 한 책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 책도 그 범주에 들어가게 되었다.

독자를 소설속으로 빨아들이는 능력은 도대체 무얼까.

맛깔스런 문장이 없어도, 화려한 단어들의 나열이 아니더라도, 뭔가 교훈을 주는 사건이 없다 하더라도 충분히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파악한 듯 하다.

무협소설을 전문으로 썼고 '백야행'을 각색했다고 하니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법을 일찍부터 터득한것은 아닐까.

 

작가 한상운은 모범생 같은 생활을 하다가 삼성 입사 원서를 받기 위해 한시간 넘게 뙤약볕 아래서 줄을 서 있다가 이제부터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뙤약볕아래 줄을 서 있지 않았더라면 그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까.

그의 문학적 끼를 폭발시켜준 그 날에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네시간을 재미있게 해준 그의 소설을 봐서라도.

 

그러나 책을 덮고나면 남는게 재미뿐이라는 허무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읽고나서 오는 가슴가득한 여운도, 다시 뒤집어 읽고 싶은 구절도, 왠지모를 설렘도 찾을 수 없는게 이 책의 다른 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혹시 영화로 나온다면 꼭 보고 싶은 작품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상상이 되었던 인물들, 배경들이 화면속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이 밀려오는건 어쩔 수 없기에 말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가끔은 표지가 너무 이뻐서 혹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노란표지와 두 단추. 너무 이뻐서 혹했다.

그리고 이사카의 작품이라는 것도 크게 한몫했다.

 

 현재와 2년전으로 구성된 책.

현재는 시나와 가와사키 중심으로, 2년전은 고토미와 부탄인 도르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두 시점 다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어서 남녀 성별이 무지 헷갈려 계속 앞뒤로 살피는 쇼를 진행하다가

시나와 고토미가 서술해나간다는 것을 알고 그제서야 책 진도가 나가기도 했다.

 

현재와 과거의 인물들이 겹쳐져 가면서 도대체 2년전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서 정신없이 읽어나갔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들!!

머리 한대 맞은거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이어져 있는 실들이 궁금해 따라가면 폭탄이 터지듯이 이사카의 작품은 이런저런 실마리들을 엮어 독자의 아~ 하는 탐성을 지어내게 만든다. 그 마지막을 위해 전개해나가는 그의 글솜씨는 정말 천재적인거 같다.

 

영화로 나온 포스터를 봤다.

책을 읽다보니 영화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포스터로 봤을때는 나름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단 펫숍주인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르다는 것~

영화를 실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책과같은 감동이 밀려올 것인지,, 모든 사실을 알아버리고 봤을때 느낌은 어떨지,,

 

신을 가둬버린 시나와 도르지의 코인로커.

그 안에서 들릴 음악,, 그 신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