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의 인생 동화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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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안도현 시인의 연어를 읽은 후 어른을 위한 동화에 푹 빠져있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의 매력은 순수성과 감동 그리고 지금은 깨어진 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애틋함을 상기시키는 그 무엇이다. 아무리 악한 어른일지라도 어린이를 거쳐간다. 세상을 몰랐고 악을 몰랐고 기껏해야 순수한 악의의 유치성으로써 어린 아이 특유의 그것을 발휘하여 얄미움과 놀라움을 유발하는 것이 전부인 동심의 나이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순수함. 그런 것은 사회을 적응해감과 동시에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채 꿋꿋이 우리를 외면한다.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의 인생 동화이다. 이 책은 단편모음집이다. 정말 짧은 단편들이라 어떤 이야기는 한 장만에 끝나기도한다. 또한 상상보다 책이 두껍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이것은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어른을 위한 동화는 환경을 순수성으로 점칠한 채 어른적 요소를 던져놓아 순수성을 돋보이게 하는 구성을 취한다. 대다수의 어른을 위한 동화는 소설이나 일반적인 동화의 형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성으로 느끼고 비판하며 아련함을 느낀다. 그러나 정호승 시인의 인생 동화는 다르다. 그것은 동화의 요소와 흐름을 가지고 있으나 이야기적인 기승전결이 부족하다. 즉 이것은 순수한 요소를 끌여들여 인생 속에 어떤 교훈같은 것들을 말한다. 글 속 주인공들은 장호승 시인을 대변한다. 그들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 중점을 두지않고, 교훈을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인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보는 책이라 생각한다. 또한 시인으로서 유명한 사람이다보니 글 중 시형태를 취한 글도 있고, 전반적으로 시적인 느낌이 풍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류의. 전달하려고 하는 바를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녹여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닌 전달하려는 바를 위해 이야기를 끌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썩 호감이 가지는 않았다. 또한 시인이 전반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강함이 약함이고 약함이 강함이다 라는 것같은데 강함이 약함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어떤 모순과 보수성이 나에게는 다소 와닿기 힘들었다. 그러나 세상사 힘든 일을 겪으며 심각한 책은 다소 미뤄두고 가볍게, 그리고 이동 중 하루에 몇편씩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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