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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 장석남의 적막 예찬
장석남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9월
평점 :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장석남
저자의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러나 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좋은 시라는 것만 깨닫는다. 이어서 저자의 수필을 읽어보았다. 시인답게 군더더기 없는 글이다. 그러면서도 깊은 통찰이 있는 책이다. 저자는 사람이 있는 도시보다는 사람이 없는 산으로 산으로 들어가기를 좋아한다. 그곳에서 돌과 새와 이야기를 한다. 그는 적막을 예찬한다.
진정 세속이 끊어진 자연속에서 깊은 통찰이 이루어진다. 그는 음악에 대한 소회도 많이 기록하고 있다. 시와 음악은 서로 통한다. 장석남이라는 시인을 알게 된 것이 기쁘다. 나도 시인과 가까이 하면 시적인 세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소풍
소매 끝으로 나비를 날리며 걸어갔지
바위 살림에 귀화(歸化)를 청해보다 돌아왔지
답은 더디고
아래위 옷 깃마다 묻는 초록은 무거워 쉬엄쉬엄 왔지
푸른 바위에 허기져 돌아왔지
답은 더디고
입춘 부근
끓인 밥을
창가 식탁에 퍼다놓고
커튼을 내리고
달그락거리니
침침해진 벽
문득 다가서며
밥 먹는가,
앉아 쉬던 기러기들 쫓는다
오는 봄
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
발이 땅에 닿아야만 하니까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김소월,〈산유화〉중에서
형용 불가능한 감정이 문장의 그늘에 모여들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과 눈을 맞춘다.
세상에 답이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한번 물을 손으로 떠서 던진다. 겨울이 되면 여지 없이 물은 얼어붙어 버릴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어리둥절해진다. 나도 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 그것을 생각해도 어리둥절해진다. 하여튼 평반 정도의 연못가에 앉아서 물을 움켜 건너편 소나무 아래의 돌멩이에 뿌려보는 것이다. 돌멩이는 젖어서 이번에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늘 멀리 있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