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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
장화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9월
평점 :
용기 내어 말하는 어두운 그림자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기록
친족 성폭력은 생각보다 많다. 여기 실린 글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픈 상처를 용기있게 말하고 있다. 아버지, 오빠, 할아버지에게 당한 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머니가 원해서 아들과 관계를 하고 이것을 입막기 위해 아들을 사주해서 누나를 범하는 내용도 나온다. 이렇게 성폭력에 노출되다 보니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어려운 가정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빠의 폭력과 술이 성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부유한 가정에서도 이러한 일은 벌어진다. 이들을 돕는 쉼터와 성폭력 상담소와 치유센타가 있다. 우리 주위에 알게 모르게 당하는 피해자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제목이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이다. 이러한 일이 아니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을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죽지 못해 생존하는 사람들은 작은 말하기 자조 모임을 갖고 연대하고 있다. 그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반성폭력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상담가로 심리학과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내일을 꿈꾸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성폭력 가해자의 80퍼센트는 아는 사람이고, 그중 30퍼센트 이상은 친족 성폭력이다. 즉 가족 내 성폭력은 통념과 달리 흔하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이렇게 빈발하는 폭력이면서, 이토록 비가시화되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억압당하는 인간사가 있을까.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가장 ‘미치게 하는’ 상황은, 가족 구성원을 비롯해 피해자의 경험을 믿지 않는 사회다.(p.8)
열한 살이 되고 네이버 초록색 검색창에 “오빠한테 성폭행 당했어요”라는 문구를 입력해 수없이 검색하면서 도피처를 만들고자 했다. 검색 창 안에 던진 내 질문에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절규가 몇 페이지씩이나 쏟아졌다. 그 경험들이 아파서 그들의 고민이 오물처럼 여겨졌고, 네이버는 그 오물을 받아내는 변기 같았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알리라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고 나는 용기 내서 4년 만에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했다.(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