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 조영래변호사 남긴 글 모음
조영래 지음, 조영래변호사를 추모하는 모임 엮음 / 창비 / 199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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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친구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 조영래 변호사를 추모하는 모임

 

조영래 변호사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삶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는 43세 폐암으로 타계하지만 삶의 자취는 많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3때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하고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 민청학련사건으로 6년동안 도피생활을 하게 된다. 고시를 공부하다 전태일 사건을 만난 후에 공부를 중단하고 전태일사건을 기록한 책을 만든다.

 

변호사로 변론을 하면서 약자들 편에서 일을 하게 된다. 가장 유명한 사건이 권인숙 성고문 사건이다. 이 일에 뛰어들어 가해자 문귀동은 형을 받게 한다. 망원동 수재피해 사건은 집단소송으로 승리를 얻게 한다. 미혼여성 이경숙씨 교통사고 무료 변론을 맡아 여성 조기 정년제를 철폐했다. 87년에는 후보단일화 운동에 앞장선다.

 

맡은 일에 성실했고 약자의 아픔에 눈물을 흘렸다. 그의 글은 완벽에 가깝고 말솜씨는 글보다 더 감칠맛 났다. 자기가 맡은 사건에 귀찮아하지 않고 열정을 가졌다. 밤을 새워서 변론서를 고친다.

 

학생운동으로 인권변호사로 민주화운동으로 삶을 살다가 일찍 생을 마감한다. 그를 추모하는 많은 사람은 그의 활동과 인간적인 면모에 애도를 표한다. 그는 자기를 나타내지 않고 숨어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전태일 평전도 자기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다.

 

일평이에게,

 

앞의 사진은 뉴욕의 엠파이스테이트 빌딩이다. 아빠가 어렸을 때는 이 건물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다. 아빠는 네가 이 건물처럼 높아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이 되거나 제일 유명한 사람, 높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작으면서도 아름답고,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건물이 얼마든지 있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다. 건강하게, 성실하게, 즐겁게, 하루하루 기쁨을 느끼고 또 남에게도 기쁨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실은 그것이야말로 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처럼 높은 소망인지도 모르겠지만

1990.1.18. . 아빠가.”(p283)

 

 

이에 맞서 권양 우리가 그 이름을 부르기를 삼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이 사람은 누구인가?”로 시작되는 조변호사님이 만드신 변호사들의 변론은 이 세상의 진정한 죄인이 누구이고 우리는 얼마나 터무니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규탄하면서 나의 무죄를 주장했다. 변론 내용이 너무 고마워서 울고, 그 속에 나의 아픔이 있기에 울고, 내가 너무 크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 부끄러워서 울었다.

 

그러나 그 감동 외에도 나는 사실 더 진하게 감동받고 있었다. 그것은 조변호사님의 눈물 때문이었다. 변론하시면서도 자주 눈물 때문에 목이 메셨고, 그 후에도 계속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눈물에 익숙한 여자도 아닌 그분의 그 절절한 눈물에 나는 놀라면서 깨닫고 있었다. 내 사건에 조변호사님이 얼마나 함께 아파하고 있었는지. 그동안 나에게 보여주셨던 그 정성의 의미는 무엇인지. 더럽혀진 이 사회가 이런 성고문이라는 현실까지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얼마나 통탄하고 계셨는지.”(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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