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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
장일순 지음, 이아무개 (이현주) 대담.정리 / 삼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위자연의 철학
노자이야기, 장일순, 이현주
노자의 도덕경을 해설해 놓은 책이다. 대담형식으로 쓰여 있어 읽기가 편하다. 삶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좋다. 지식이 아니라 삶과 직결된다. 장일순은 기독교 불교 유교등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시와 서예에 능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위자연의 사상을 깨닫게 된다. 무위자연이란 욕심이 없는 삶을 말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준다. 장일순과 이현주는 강사료를 받지 않았다. 돈과 명예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자유인이다. 그의 사상은 어떤 특정종교와 교리에서도 벗어났기에 모두의 사상이 될 수가 있다.
2천년 전에 기록된 책이지만 현대인에게 다가오는 경전이다. 고전이 오늘날에 다시 읽혀져야 할 이유를 알게 된다. 분량이 700페이지가 되지만 가독성이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무엇을 이루려고 살았던 잘못을 깨닫게 된다. 큰 것만 좋아했는데 작은 것이 소중하다는 소국과민의 정신을 가르쳐준다. 이전에 가치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무위당선생은, 굳이 말하자면 장자보다 장자방에 가까운 분이셨다. 그분은 노자의 가르침을 당신 삶으로 실현하고자 애쓰셨다. 그래서 그분의 말에는 이른바 식자 티가 묻어 있지 않았다. 그냥 물 흐르듯이 “뭐냐 하면” 이라는 단어를 양념처럼 섞어가며, 쉽고 편하게 말씀하셨다.(p.5)
선생님께서 저에게 처음으로 써주신 글이 『신심명』에 나오는 ‘유수식견唯須息見’ 이었습니다.
그랬던가?
제가 보기를 쉬라는 뜻이냐고 여쭈었을 때, 보기를 쉬라는 말이 아니라 판단하고 구분하고 그러기를 그만두라는 뜻이라고 일러주셨지요.
무엇을 보되 사심 없이 보면 그게 곧 식견息見이지. 그래야 사물이 있는 그대로 보이거든. 조금이라도 감정이 섞이면 벌써 대상이 일그러진단 말씀이야. 제대로 보이지를 않는 거라. 그리고 이제 그런 ‘눈’을 일단 뜨면 말이지. 모든 견해를 여읜 맑은 눈을 뜨면, 보이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얼굴이 되는 거지. 원효대사의 오도송이 바로 그런 경지를 노래하고 있네.
첩첩한 산중은 아미타굴이요 망망한 바다는 적멸궁이라. 보이는 모든 곳이 바로 부처님 자리더라, 이런 얘길세.(p.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