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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평점 :
아름다운 만남
청구회 추억, 신영복
신영복선생은 통일혁명당사건으로 20년 수감생활을 하였다. 이 책은 어느날 문학회원들과 나들이 가는 길에 달동네 어린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어진 스토리를 말한다. 이 책은 마치 동화책같이 짧은 책이다.
그 어린이들이 숙명여대에 있을 때 편지를 보내왔다. 그후 장충체육관에서 매달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가난한 어린이와 오랫동안 만남을 유지하는 추억을 갖게 된다. 육사교수로 있었기에 육사생도, 이대 청맥회원, 어린이들과 백운대로 소풍을 갔던 일도 기록한다. 그후 만남이 끊어졌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추억처럼 수없는 사람들과 만남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 추억을 간직하고 되씹어보곤 한다. 때로는 연락이 되기도 하고 연락이 끊기기도 한다.
신영복선생은 쇠귀라는 호로 불리우며 고유한 신영복체를 만들 정도로 글씨를 잘 쓰신다. 진보 지식인인 선생은 우리시대의 선생으로 존경받고 있다.
이 책은 조병은씨가 영어로 번역하고 김세현씨가 그림을 그렸다. 영어로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생각하면 명멸하는 추억의 미로 속에서 영위되는 우리의 삶 역시 이윽고 또 하나의 추억으로 묻혀간다. 그러나 우리는 추억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추억은 화석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추억을 새롭게 만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p.115)
사형이 선고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스치는 느낌은 한마디로 ‘공허’였다. 나의 존재 자체가 공동화되는 상실감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리고 너무 짧게 끝나는 생애에 대한 아쉬움이 뒤따랐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청구회 어린이들과의 약속이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장충체육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감옥의 벽에 기대어 그들과의 만남을 처음부터 끝까지 떠올렸다. 그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쓰기 시작했다. 하루 두 장씩 지급되는 재생종이로 된 휴지에, 항소이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빌린 볼펜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이라기보다는 회상이었다. 글을 적고 있는 동안만은 옥방의 침통한 어둠으로부터 진달래꽃처럼 화사한 서오릉으로 걸어 나오게 되는 구원의 시간이었다.「‘청구회 추억’의 추억」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