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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다양한 인간군상
새의 선물, 은희경, 문학동네, 2022
은희경의 장편소설 새의 선물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한해에 신춘문예와 문학상을 수상한다. 새의 선물은 1995년 초판이 쓰여지고 2022년 3판이 쓰여지고 100쇄를 돌파한다. 그처럼 많은 독자들이 읽었다는 뜻이다. 그의 책은 재미있다. 이 책은 12살 진희의 눈에 그려진 성장소설이다.
그의 문장은 화려하여 그의 언어에 탄복하게 된다. 27년만에 다시 개정판을 내면서 다시 손보게 된다. 처음에 책이 넘어가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쉽게 읽혀졌다. 장편소설은 그만큼 인내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 많은 인물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다. 삶에 있어서 사랑과 성의 요소가 빠질 수가 없다. 그는 담대하게 성에 대한 묘사도 하고 있다. 문학에서 성을 금기시하면 안 된다. 성은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개척지인 성문학에 발전이 있어야 한다.
그의 상상력과 묘사는 뛰어나다. 그의 강연에서 어릴 때부터 허구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소설적인 상상력이 오늘의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픽션(fiction)은 우리의 삶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픽션은 팩션(Faction)이 된다.
그의 책을 완독했다는 기쁨이 있다. 좋은 책은 재미와 함께 치유와 의미를 준다. 이처럼 글이 파급력이 있어서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프롤로그|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본다. ’보여지는 나‘에게 내 삶을 이끌어 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든다. 이렇게 내 내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지켜보게 하는 것은 이십 년도 훨씬 더 된 습관이다.
그러므로 내 삶은 삶이 내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거리를 유지하는 긴장으로써만 지탱해왔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거리 밖에서 지켜보기를 원한다.
섹스도 예외일 수는 없다. 나는 섹스의 순간에도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다. 관능적 교태와 서정적 수줍음을 적당히 연출함으로써 상대방과의 일치된 행복감을 꾀했을 뿐 스스로가 완전히 몰입해본 적이 없다.
누구의 가슴속에서나 유년은 결코 끝나지 않는 법이지만 어쨌든 내삶은 유년에 이미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순수한 시절에 내 인생을 결정하도록 해준 건 애초부터 선의라고는 갖지 않은 삶의 그나마의 호의일 것이다.
섹스에 몰두하지 않는 내 감정을 위선적인 사랑이라고 의심하고 있으므로 그의 목소리는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남자를 향해 허락된 내 사랑은 작위일지언정 위선은 아니다. 그의 의심을 덜어주기 위해서 나는 나의 모든 신체의 재능을 동원할 뿐 아니라 그 기회를 빨리 갖도록 오늘 당장 그를 기꺼이 내 아파트로 유혹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