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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에 달 뜨면
백동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보리밭에 달뜨면/백동호/밝은 세상/2009
백동호의 소설 실미도를 읽고 소록도의 생체실험과 참상을 기록한 책을 읽었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책도 있다. 내가 젊어서 내교회 여자청년 이연희가 병원 간호사로 있어서 그곳에 휴가를 받아 거기서 자면서 지낸적이 있다. 그때 누가 오토바이로 그곳을 구경시켜주었는데 교도소등 여러 곳을 보게 되었다. 왜 소록도에 교도소가 있는가 의아해했다. 소록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중앙에는 소록도공원이 있어서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거기에 무거운 바위를 보면서 어떻게 이것을 옮겼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신혼여행으로 소록도를 다녀왔다. 거기에 이흥수집사님도 있었다. 광주 가난안교회에 있을 때 소록도 동성리교회로 학생들을 데리고 수련회를 간적이 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데 거기에 장로님이 크게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 최근에 소록도를 가보았는데 국가에서 좋은 시설을 짓는 것을 보게 되었다. 소록도는 이제 관광코스로 개방되고 있었다. 그안에까지 들어가려면 검문이 필요하다. 소록도의 애환을 잘 표현해놓았다. 백동호만의 필치로 그의 삶이 교도소의 밑바닥 생활을 했기 때문에 실감나게 그려 놓았다. 그리고 소설적인 깊이도 있게 서술해 놓았다. 오늘 설사가 있어서 몸이 좋지 않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워서 책을 놓을 수 없을정도가 되었다. 이춘상이 소록도 일본원장을 살해한 사건은 유명한 사건이고 얼마나 나환자들이 처참한 삶이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에는 교회도 많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내가 아는 목사가 중앙리교회 목사를 했다. 천주교도 있다. 그때 여자청년이 나를 잘 배려해주어 잠자리도 마련해주고 안내를 해주었다. 그가 그곳을 떠났는데 연락처를 알지 못해 연락을 하지 못했다. 알았으면 인연이 되어 결혼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서정주의 문둥이라는 시와 나환자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라는 시가 떠오른다.
문둥이
서정주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파랑새> 한하운시초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10]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전라도 길 -소록도 가는 길> 한하운시초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는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11]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12]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리리.
<목숨> 한하운시초
쓰레기 통과
쓰레기 통과 나란히 앉아서
밤을 새운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죽어버리는 것만 같었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아직도 살아있는 목숨이 굼틀 만져진다.
배꼽아래 손을 넣으면
三十七度(삼십칠도)의 體溫(체온)이
한마리의 썩어가는 생선처럼 밍클 쥐여진다.
아 하나밖에 없는
나에게 나의 목숨은
아직도 하늘에 별처럼 또렷한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