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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으로 과학하기
박재용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7월
평점 :
나는 어릴 때 공포영화를 좋아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거의 보지 않게 되었지만 그 당시엔 딱히 무서워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귀신이나 강시, 흡혈귀, 유령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선지 나는 오히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소재들의 영화나 괴담이 더 무서웠다. 지금도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영화나 책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여러가지 괴담을 즐기는 듯 보인다. 우리가 알고있는괴담들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괴담으로 과학하기>>의 저자 박재용은 물리를 전공하다가 전업작가가 되어 과학과 역사, 사회에 대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괴담의 소재와 연결된 과학적 개념을 알아보는 일, 괴담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괴담을 읽는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흥미로운 과정이며, 더불어 괴담에 담긴 현대적 맥락까지 살펴본다면 지식과 교양까지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흡혈귀, 좀비, 유령, 마녀같은 대표적인 괴담 소재부터 평행우주, 인공지능까지 폭넓고 다양하게 뽑아 소개한다. 으스스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흥미를 올리고, 과학적 사실이나 근거를 들어 괴담을 분석한다. 괴담이 만들어진 사회적, 역사적 맥락도 살펴보며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킨다. '더 알아보기'를 통해 괴담과 함께 생각해볼 문제도 덧붙인다.
11개의 주제중에 유령편을 살펴보자.
유령이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남는 것이다. 유령을 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영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간이 영혼과 육신으로 나뉠 수 있어야 한다. 세번째로 유령이 살아 있는 사람의 눈에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모두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유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부터 지금까지 유령을 봤다는 목격담이 많다.
저자는 이런 목격담의 대부분은 뇌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파레이돌리아가 일으킨 착각이라고 한다. 파레이돌리아란 전혀 관련이 없는 모습에서 일정한 패턴을 추출해 다른 모습을 떠올리는 인간의 뇌와 이에 의한 오류를 뜻한다. 가령 콘센트의 플러그를 꽂는 구멍 두 개와 접지를 위해 뚫은 구멍이 마치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것과 같다.
유령이 주로 밤에,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는 이유는 눈의 시각세포 때문이다. 밝은 곳에서는 원뿔세포가 작용해서 얼굴과 비슷한 형태를 보더라도 그것의 원모습을 쉽게 파악한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명암만 구분되므로 사과를 봐도 얼굴로 보이는 것이다.
동서양의 유령은 대부분 하얀 옷을 입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밤에 막대세포만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이다. 막대세포는 색을 구분하지 못하니, 모든 사물이 희거나 검게 보일 수밖에 없다.
어떤 존재를 파악하는 행위는 그 물체와 힘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유령은 질량이 없으니 중력도 없고 물질이 아니라 전자기적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다.
만약 유령이 있긴 한데, 물질이 아니라 영적 존재라면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다. 어떤 상호작용도 불가능하다면 그런 존재 유무조차 무의미하다.
이렇게 유령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자세히 하고, 천문학까지 확장해서 20세기 천문학의 가장 큰 성취인 '암흑 물질'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과학적 지식을 넓히고 지금의 과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도 알 수 있다.
유령에 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나오는 '더 알아보기'의 영혼의 무게를 측정한 실험도 흥미롭다. 각 장의 괴담이야기 뒷마무리에는 간단한 퀴즈가 있어서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었는지 재미삼아 확인해 볼 만하다.
이 책은 청소년을 타겟으로 한 도서지만 초등 고학년부터 성인들까지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과학 교양서로 과학적 상식에 사회와 역사적인 배경 지식까지 배울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