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피를 마실 때
이빗물 지음 / 오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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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빗물 작가님의 글 중 가장 처음 읽은 글은 ‘제주 문어는 바다처럼 운다’ 아작의 거울 단편선 ‘하얀색 음모’에 실린 글입니다. 환상적이고, 한국적이며, 오싹하고, 서늘하며, 따뜻한 글이지요. 처음 읽었을 때 너무나 안타까운 이야기에 가슴 아프다가 끝내 눈물을 줄줄 흘렸어요. 세상에는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선한 이들을 상처입히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기대는 모습이 늘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나곤 해요.

오러 출판사의 “우리가피를마실때”는 처음 접하는 작가님의 경장편입니다. 동생을 흡혈귀에게 잃고, 소중한 사람을 상실한 이들을 위로해준다는 무별촌에 남편과 함께 찾아가게 되면서 휘말리는 기이한 일들이 글의 중심을 차지합니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은 참 답이 없어요. 악하고, 약하며,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비난하거나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이번 이야기에는 무별촌이라는, 거대기업 ‘안현’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버티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지요. 하물며 아직은 동생을, 예서를 잃은 상처가 너무 깊은데요.

그러나, 그러나가 이 이야기 안에서 시작됩니다. 아무리 보아도 너무 수상한데다 남편조차 남의 편이 되어버린 무별촌에서 주인공이 만나는 이들은, 그러나 쉽게 그 수상한 세계 안으로 포섭되지 않습니다. 두렵고, 슬프고, 먹먹한 시간을 겪어내면서도 두렵고 떨리는 순간에서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이들이 이야기 안에 있습니다.

호러 소설입니다. 판타지입니다. 현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한없이 약한 존재가 버티고 싸우고 부딪히는 이야기를, 약한 존재들이 서로의 곁을 허락하는 이야기를.

출판사에서 귀한 책을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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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녕하기를 - 나의 깃든 이에게 저스트YA 15
남유하 지음 / 책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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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작가의 작품을 읽고 느낌이 좋으면, 곧바로 인터넷 서점에 그 작가의 신간 알림을 신청한다. 그렇게 계속 그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 알림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작품에서 알림을 취소하기도 한다. 첫 작품의 느낌이 그대로 갈 때보다는 그게 단지 그 작품만의 느낌이고 그 작가의 느낌인 건 아니구나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남유하 작가님의 첫 작품을 읽은 건 아마도 푸른 머리카락이었을 것이다. 매번 챙겨보는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던 글이 정말로 강렬해서, 이 작가님의 책을 계속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작가님의 신간 알림을 해제한 적은 없다. 여러 작가의 단편이 묶인 엔솔로지도, 작가님의 장편도, 최근의 에세이도, 매번 처음 작품의 느낌과는 같지 않았지만, 매번,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누구보다 빨리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했다.


작가님의 SF는 다정하고, 작가님의 호러는 섬뜩하면서도 또 따뜻한 여운이 있다. 에세이는, 한참을 머리에서 가슴에서 머문다. 그 모든 작품 안에서,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부디 안녕하기를, 은 모두가 다른 사람의 영혼을 깃들이게 되는 세계의 이야기다. 판타지처럼 시작해 사실은 SF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이 세계에서 내 안의 나타난 영혼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로와, 소로의 깃든 이 조영인과, 소로의 언니 해티와, 무하와, 그리고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서 이야기의 세계에 잠겨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슴 속에서 질문이 들려온다.


살아있다는 건 무엇일까. 삶과 죽음이란 무엇일까.


끝없이 바라고 욕심내는 인물들과, 운명에 순응하며 침묵하는 인물들과, 싸우기를 선택하는 인물들과. 이들의 세계가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나는 소설 속의 세계에서 우리 세계를 읽는다.


그리고 나는 바라게 된다. 모든 깃든 이들과 깃들 이들이, 부디 안녕하기를

 

출판사에서 가제본 서평단으로 책을 받아 읽었습니다.


나는 이곳을 벗어날 것이다. 누구보다 빨리 달릴 자신이 있으니까 - P166

그가 어머니에게 예언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운명을 모르는 자의 행복을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와 충분히 교감하며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감정이 북받쳤다. 내 앞에 있는 이가 나쁜 사람 같지 않아서 가슴속에 고인 원망이 갈 길을 잃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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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지옥 - 녹차빙수 컬트 단편집
녹차빙수 지음 / 구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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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빙수 작가님의 전 작품집 바깥세계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님은 다양한 컬트문화에 한 발씩을 담그고 거기에 개성을 더해서 오싹하게 뒷덜미를 당기는 호러를 쓰십니다. 때로는 익숙한 일본 서브컬쳐의 영향을 받은 글인가 하고 읽어보다가 후반부에서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전통 무속문화를 바탕으로 오싹하게 한국사람에게 가장 두려울 이야기를 쓰기도 합니다.

AI와 예술이라는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현실과도 닿아있는 <나와 세그웨이 트윈테일과 동생>도 흥미롭지만, 계속 생각나는 작품은 <경성지옥>이나 <점례아기 본풀이>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무속이라는 소재는 참 매력적이고, 쓰기 어려운 소재지요.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이 두 작품은 각각 독립된 단편이면서도 계속 다른 작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도서전에서 구입해서 다 읽고는 성급하게 지인에게 선물을 해 버려서, #구픽서평단 으로 도서지원을 받아 새로 읽었습니다. 두 번째 읽으면서 이 책은 여름마다 다시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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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정보라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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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힘. 믿을 수 있는 번역. 고전적이지만 탄탄하고 안정적인 설정 하에 빈틈없이 펼쳐지는 서사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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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전
듀나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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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의 북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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