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곰 웅진책마을
김남중 지음, 김중석 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

<주먹곰>: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책읽으며 쉬기

2013/08/08 12:56 수정 삭제

복사 http://phillia0424.blog.me/80195685978

전용뷰어 보기

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

<주먹곰>: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책읽으며 쉬기

2013/08/08 12:56 수정 삭제

복사 http://phillia0424.blog.me/80195685978

전용뷰어 보기

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

http://phillia0424.blog.me/801956859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청합니다 (1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방학 탐구 생활 -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5
김선정 지음, 김민준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학탐구생활>, 김선정, 문학동네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백석! 너 그렇게 놀다 크게 되겠다.
 
2013.7.19. 우경숙
 자연 속에서 뭐하고 놀지?
 음하하!! 고대하던 여름방학이다. 나는 어린시절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읍내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셨고 자연과 친해질 경험은 드물었다. 내 초등시절 여름방학은 매번 성당 산간학교 밖에 별다른 기억이 없다.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내겐 자연 속에서 한데 먹고 자는 산간학교는 단체생활은 늘 어색하다. 모래밭 곳곳에 친 텐트 행렬, 이른 아침 송창식의 '사랑이야'로 기상음악을 대신했던 수녀님, 일욜에는 뜸하다가 산간학교 때만 놀러오던 낯선 성당오빠들, 청년회 언니 오빠들이 와서 진행을 도와주던 것, 후포 바닷가의 공소에서 너무나 어두워서 무서웠던 밤도 기억난다. 나는 이틀째이면 으례 체하고 배가 아프고 갑갑해서 집 생각이 간절했다. 다들 비치볼도 하고 바다에도 뛰어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자연 속에서 난 어떻게 놀 줄 몰랐던 것 같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텐트 안에 벌레 들어올까봐 무섭고 정체 모를 부시럭 소리도 거슬렸다. 그때 만약 단체여행이 아니고 혼자 훌쩍 떠났더라면 달랐을까.
그래서인지 자연 속에서 놀 줄 알고 자신만만한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언젠가 책모임에서 누군가 라배도(나배도)라는 남쪽바다 아름다운 섬에 갔다온 이야길 들려주었다. (라배도: 전라남도 진도군의 남서부 해역에 위치한 섬. 조도면 나배도리에 속하는 나배도 羅拜島) 그걸 듣곤 곧장 다른 분이 가족과 함께 라배도로 놀러갔다. 바닷가에선 낚시질도 하고 그 섬 이장님도 만나고 했다고. 나라면 전기 없는 곳에서 뭐하고 놀까 막막하다. 그러고보면 난 모험 결핍인가 보다. 늘 다니는 길로만 다니고 자연과 친해질 기회는 드물고, 방학동안에도 정해진 스케줄 대로만 움직이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장차 나같은 소심녀와 다르지 않을 거 같다. 어쩌지?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이 왔다. 삐삐롱스타킹 이래 이런 녀석은 처음인 듯하다. 반갑고 또 반갑다. 내가 갖지 못한 건 다 갖고 있는 부러운 녀석. 살펴보면 가진 건 넉살과 배짱밖에 없는 열세살 백석이다. 석이는 선 밖을 넘겨다보는 분방함에다 기지를 갖춘 천상 자유인이다. 더군다나 아이들 마음 안에 있는 모험의 씨앗에 불 붙이는 호쾌함이 매력만점이다. 허풍을 잘 떠는데 이것도 참 재간은 재간이다. 그것도 사고가 억눌려있지 않고 자유로워서 그러지 싶다.
삐삐는 어른들이 착한 아이라면 요기까지라고 금 그어놓은 그 금 바깥에서만 노는 아이 같았다. 그렇지만 엄청난 양의 금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 곁에 흔히 볼 수 없는 아이, 상상 속의 아이로 비춰진다.  그런가하면 삼백만두 집 아들 백석이는 하는 말마다 호언장담이다. 맹랑하고 철없으나 알고보면 대인배 중에 대인배이다. 학원을 고박꼬박 잘 다니는 착실한 백석이는 방학 안에서 틈을 내보려 아버지를 설득하고 기어이 바라던 모험을 떠난다는 점에서 현실 속에서 있음직한 아이로 다가온다.
전설의 섬 칠금도
 주인공 백석도 그렇지만 만두가게 알바 하는 한수형과 한수형 할머니도 매력만점 인물이다. 한수형 할머니는 칠금도에서 혼자 살고 계시고 어린 나이에 부모 잃은 한수는 섬에서 뭍으로 학교 다니러 나왔다가 지금 열여섯 나이에 서울 삼백만두집에서 알바를 한다. 한수나 한수할머니는 청승이 없고 되려 자화자찬이 취미이며 열심히 사는 자기자신을 몹시도 사랑한다. 이렇게 자신만만하니 어찌 매력이 없을까. 역시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눈에 보이고 사랑할 수 있다. 칠금도에서 입담 좋고 손맛 좋고 속정까지 깊은 한수형 할머니 하나만 보고 백석과 백호 형제는 섬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정한다.
그리하여 만두 가게 아들 백석과 백호의 칠금도 좌충우돌 모험기는 출발~~! 동생 호가 깐깐하고 야무져서 여간 의지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신비한 섬 칠금도에 전설이 없을쏘냐. 그옛날 용굴에서 살던 구렁이가 사람들 손에 마누라를 그만 잃었단다. 그러니 "어디서 우리 마누라 왜 죽였냐? 하고 서방구랭이가 나올까 모르니 나가놀 때는 조심해야써." 하며 한수형 할머니가 전설을 들려준다. 그런다고 작정하고 모험 온 백석 일행이 잠자코만 있을 턱이 없다. 조용하던 섬 곳곳에 제 발자국을 남기고 별별 추억을 다 만든다.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백석! 너 그렇게 놀다 크게 되겠다.
 가당치 않은
 모험은 무슨 모험? 가당치 않아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학부모라면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미리 하는 걱정과 간섭이 아이들의 상상력까지 가두는 때가 많으니. 혼자 하는 모험, 동생이랑 둘이 하는 모험, 친구랑 하는 모험, 시시한 모험~ 다 제쳐두고서라도 아이들에게 놀이와 휴식을 돈으로 사주는 것 말고 스스로 고르고 짜볼 기회를 주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궁량껏 놀아보라고.
자! 그럼 준비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학탐구생활>, 김선정, 문학동네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백석! 너 그렇게 놀다 크게 되겠다.
 
2013.7.19. 우경숙
 자연 속에서 뭐하고 놀지?
 음하하!! 고대하던 여름방학이다. 나는 어린시절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읍내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셨고 자연과 친해질 경험은 드물었다. 내 초등시절 여름방학은 매번 성당 산간학교 밖에 별다른 기억이 없다.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내겐 자연 속에서 한데 먹고 자는 산간학교는 단체생활은 늘 어색하다. 모래밭 곳곳에 친 텐트 행렬, 이른 아침 송창식의 '사랑이야'로 기상음악을 대신했던 수녀님, 일욜에는 뜸하다가 산간학교 때만 놀러오던 낯선 성당오빠들, 청년회 언니 오빠들이 와서 진행을 도와주던 것, 후포 바닷가의 공소에서 너무나 어두워서 무서웠던 밤도 기억난다. 나는 이틀째이면 으례 체하고 배가 아프고 갑갑해서 집 생각이 간절했다. 다들 비치볼도 하고 바다에도 뛰어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자연 속에서 난 어떻게 놀 줄 몰랐던 것 같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텐트 안에 벌레 들어올까봐 무섭고 정체 모를 부시럭 소리도 거슬렸다. 그때 만약 단체여행이 아니고 혼자 훌쩍 떠났더라면 달랐을까.
그래서인지 자연 속에서 놀 줄 알고 자신만만한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언젠가 책모임에서 누군가 라배도(나배도)라는 남쪽바다 아름다운 섬에 갔다온 이야길 들려주었다. (라배도: 전라남도 진도군의 남서부 해역에 위치한 섬. 조도면 나배도리에 속하는 나배도 羅拜島) 그걸 듣곤 곧장 다른 분이 가족과 함께 라배도로 놀러갔다. 바닷가에선 낚시질도 하고 그 섬 이장님도 만나고 했다고. 나라면 전기 없는 곳에서 뭐하고 놀까 막막하다. 그러고보면 난 모험 결핍인가 보다. 늘 다니는 길로만 다니고 자연과 친해질 기회는 드물고, 방학동안에도 정해진 스케줄 대로만 움직이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장차 나같은 소심녀와 다르지 않을 거 같다. 어쩌지?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이 왔다. 삐삐롱스타킹 이래 이런 녀석은 처음인 듯하다. 반갑고 또 반갑다. 내가 갖지 못한 건 다 갖고 있는 부러운 녀석. 살펴보면 가진 건 넉살과 배짱밖에 없는 열세살 백석이다. 석이는 선 밖을 넘겨다보는 분방함에다 기지를 갖춘 천상 자유인이다. 더군다나 아이들 마음 안에 있는 모험의 씨앗에 불 붙이는 호쾌함이 매력만점이다. 허풍을 잘 떠는데 이것도 참 재간은 재간이다. 그것도 사고가 억눌려있지 않고 자유로워서 그러지 싶다.
삐삐는 어른들이 착한 아이라면 요기까지라고 금 그어놓은 그 금 바깥에서만 노는 아이 같았다. 그렇지만 엄청난 양의 금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 곁에 흔히 볼 수 없는 아이, 상상 속의 아이로 비춰진다.  그런가하면 삼백만두 집 아들 백석이는 하는 말마다 호언장담이다. 맹랑하고 철없으나 알고보면 대인배 중에 대인배이다. 학원을 고박꼬박 잘 다니는 착실한 백석이는 방학 안에서 틈을 내보려 아버지를 설득하고 기어이 바라던 모험을 떠난다는 점에서 현실 속에서 있음직한 아이로 다가온다.
전설의 섬 칠금도
 주인공 백석도 그렇지만 만두가게 알바 하는 한수형과 한수형 할머니도 매력만점 인물이다. 한수형 할머니는 칠금도에서 혼자 살고 계시고 어린 나이에 부모 잃은 한수는 섬에서 뭍으로 학교 다니러 나왔다가 지금 열여섯 나이에 서울 삼백만두집에서 알바를 한다. 한수나 한수할머니는 청승이 없고 되려 자화자찬이 취미이며 열심히 사는 자기자신을 몹시도 사랑한다. 이렇게 자신만만하니 어찌 매력이 없을까. 역시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눈에 보이고 사랑할 수 있다. 칠금도에서 입담 좋고 손맛 좋고 속정까지 깊은 한수형 할머니 하나만 보고 백석과 백호 형제는 섬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정한다.
그리하여 만두 가게 아들 백석과 백호의 칠금도 좌충우돌 모험기는 출발~~! 동생 호가 깐깐하고 야무져서 여간 의지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신비한 섬 칠금도에 전설이 없을쏘냐. 그옛날 용굴에서 살던 구렁이가 사람들 손에 마누라를 그만 잃었단다. 그러니 "어디서 우리 마누라 왜 죽였냐? 하고 서방구랭이가 나올까 모르니 나가놀 때는 조심해야써." 하며 한수형 할머니가 전설을 들려준다. 그런다고 작정하고 모험 온 백석 일행이 잠자코만 있을 턱이 없다. 조용하던 섬 곳곳에 제 발자국을 남기고 별별 추억을 다 만든다.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백석! 너 그렇게 놀다 크게 되겠다.
 가당치 않은
 모험은 무슨 모험? 가당치 않아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학부모라면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미리 하는 걱정과 간섭이 아이들의 상상력까지 가두는 때가 많으니. 혼자 하는 모험, 동생이랑 둘이 하는 모험, 친구랑 하는 모험, 시시한 모험~ 다 제쳐두고서라도 아이들에게 놀이와 휴식을 돈으로 사주는 것 말고 스스로 고르고 짜볼 기회를 주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궁량껏 놀아보라고.
자! 그럼 준비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리엇 - 175년 동안 바다를 품고 살았던 갈라파고스 거북 이야기 보름달문고 45
한윤섭 지음, 서영아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6월
장바구니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