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상회 - 거짓말 파는 한국사회를 읽어드립니다
김민섭.김현호.고영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기획 / 블랙피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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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인간적이고 온화한 모습을 한 미국 대통령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사진 속 대통령은 몸을 90도로 굽혀 꼬마가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도록 기꺼이 머리를 대어 준다. 우리에게도 이런 대통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곤 부러워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는 역전되고 우리 나라 대통령이 보여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 속에서 대통령은 사인받을 종이를 찾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아 기다려주는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정치인을 실제로 만날 기회는 적지만 사진 속에서 연출되는 정치인을 만나기는 쉽다. 사진 속 온화한 표정과 다정한 모습에 매료되면서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성품을 읽어내려 한다. <<거짓말 상회>>에서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꼬집어 준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정치가의 본질이 내면이 아니라 행위와 정책에 있다는 점이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사는 시민은 사진을 통해 정치가의 내면을 애써 상상하기보다는 그의 정책과 행위를 입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101쪽)

한 정치인에 대해 평가할 때 정책과 실행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진 속 인간미에 얼마나 많이 빠져 있는지 돌아볼 대목이다. <<거짓말 상회>>의 두 번째 파트 <사진의 거짓말>에서는 사진 속 거짓말에 갇히지 말고 프레임 바깥을 읽을 줄 아는 눈에 대해 말하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 같은 동남아시아 음식을 쉬 접할 수 있다. 특이한 향을 빼면 우리 음식과 별반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동남아 등지에서 먹는다는 안남미(인디카쌀)는 풀풀 날리는 게 영 먹을 것이 못 된다는 말을 들어 왔다. 그런데 실제로 동남아 음식점에서 이런 인디카쌀로 만든 볶음밥은 먹어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쌀은 우리가 먹는 쌀(자포니카)이 최고라 여기고 있었다. 여기에도 거짓말이 도사리고 있다. 찰기가 많아 포만감이 강한 자포니카쌀에 비해 인디카쌀은 찰기가 덜 해 가뿐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거꾸로 말하면 포만감은 더부룩함으로, 개운함은 풀풀 날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우리 쌀이 입 천장부터 목 구멍까지 너무 들러붙어”(193쪽) 먹기 힘들다고 한다.

“지난 경험과 고착된 감각의 거짓말이 낳은 “맛없다”를 벗어나야 한다...미각에 깃든 거짓말 하나를 그 뿌리까지 반성하다 보면, 내가 맞을 세계를 더욱 넓힐 수가 있다.”(198쪽)

지금껏 먹어 보지 못한 새로운 미각에 대해 낯설기 때문에 ‘맛없다’고 단정해 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이 또한 거짓말임을 책의 세 번째 파트 <음식의 거짓말>에서 다루고 있다. 최근 관심이 많이 가는 복원 음식과 평양 냉면에 대한 거짓말도 책에서 소상히 다루고 있다.

<<거짓말 상회>>에서 다루는 두 번째와 세 번째 파트는 사진과 음식에 관한 거짓말이었다. 그럼 첫 번째 파트는 무엇이냐고? <자기계발의 거짓말>이다.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이 시대의 청년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들을 대변하는 무수한 닉네임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고루한 청년의 삶을 또 나열하고 있나 싶어 마음이 불편했으나 눈감고 외면한다고 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아프고 답답하지만 또 마주하면서 이 사회가 쏟아내는 거짓말이 참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거짓말에 속지 않는, 속지 않으려는 개인들이 조금은 늘어나고 그로 인해 이 세상은 한발 더 옳은 길로 전진할 것이다...우리는 스스로의 몸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시대의 거짓말과 마주하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33쪽)

참되게 살려면 거짓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참과 거짓을 구별해 낼 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거짓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것만 본다고 거짓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거짓에 대해 눈감아 준다고 더 나은 사회가 오는 것도 아니다. 마침 “거짓말 파는 한국사회를 읽어드립니다.”하며 책 한 권이 외치고 있고 그것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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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히말라야를 걸어라
신한범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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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경험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등반과 트레킹(trekking)이 있다. 등반은 산 정상을 오르는 것이고, 트레킹은 산 기슭을 따라 걷는 것이다. 등반을 하면 산 꼭대기 봉우리를 밟고 더 이상 오를 데가 없어 정복의 기쁨을 누린다. 트레킹을 하면서는 산이 잘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 산과 마주하고 감탄한다. 등반에 비해 트레킹은 겸손해 보인다. 산을 정복해 버리지 않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산 속에 들어가버리는 등반에 비해 산과 거리를 두는 트레킹이 산을 더 잘 볼 수 있을 거 같다.

<<일생에 한 번은 히말라야를 걸어라>>를 쓴 저자는 16년 동안 아홉 번 히말라야를 걸었다. 왜 히말라야를 가느냐는 질문에 ‘끌림’ 때문이라고 답한단다. 그 끌림이 궁금하던 차,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 책에 나도 끌려 들어간다. “네팔에는 3대 트레킹 코스가 있다. 세상의 지붕 ‘쿰부 히말라야’, 천상의 화원 ‘랑탕’,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이다”.(16쪽) 책에서는 쿰부 히말라야와 안나푸르나의 여정을 싣고 있다. 17일 동안 세 명의 트레커, 두 명의 포터, 한 명의 가이드와 함께 쿰부 히말라야를 걷는다. 어느새 나도 책에 실어둔 지도를 따라 이들을 뒤따른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고산을 걷는 것이기에 꽤 힘들어 보인다. 고산병이나 안전의 위험이 따른다. 몸에 이상이 올 때는 바로 쉬어 주어야 하며, 몸 상태에 따라 때로는 중간에서 트레킹을 포기하기도 해야 한다. 눈이나 바람, 안개 같은 날씨 때문에 계획했던 길로 가지 못해서 우회하거나 상황이 나아지기를 마냥 기다리기도 한다. 추운 데다 산소가 부족한 길을 하염없이 걸어야 하는데 얼마나 버거울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걷고 그 다음 발걸음을 내딛으며 묵묵히 걷는다. 트레커들에게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한 걸음을 옮기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기 때문이다.

“톡톡(2,780m) 마을을 지나자 앞쪽이 트이면서 뒤에 숨어 있던 탐세르쿠(6,608m)와 캉데카(6,779m) 모습이 보였다. 설산은 능선 뒤에 숨어 머리만 치켜들고 있었다. 보일 듯 말 듯 보이는 설산 모습이 사람 애간장을 태운다. 산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보여 주지 않는다. 내가 서 있는 위치, 마음 상태, 그리고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산도 사람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봐야 아름답다. 산속에 들면 산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너무 가까운 곳에서 보면 상대방의 참모습을 볼 수 없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통해 적당한 거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배웠으면.”(35쪽)

트레킹을 하며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의 네팔어)’와 ‘안나푸르나’와 마주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가장 좋은 뷰를 보여줄 곳까지 간다. 거기서 바라보는 산은 장엄하고 아름답다. 그 앞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겸손해질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산이 내보이는 속살을 보며 자신의 속을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책의 두 면을 채운 눈 덮힌 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경이로운데 직접 히말라야를 걷는다면 어떨까 싶다.

나는 수직으로 오르는 걸 두려워한다. 산은 저만치 우뚝 서 있는 것이라 여길 뿐 그다지 친하지 않다. 수평선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거나,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평한 숲길 걷기를 좋아한다. 그나마 걷기는 즐기니 트레킹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여정 중 가장 쉬운 ‘오캠’(오스트레일리안 캠프)은 가능할 거 같다. 저자가 사랑하는 ‘포카라’ 마을에서 마음껏 쉬고 즐기면서 트레킹에 대한 마음을 키울 수 있을 거다. 그 곳에서 나는 한 걸음씩 내딛으며 어느새 새로운 겸손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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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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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자는 지독히 현실적인 것 앞에서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배척하고 저항하지만, 그 너머 이상 세계에 얼른 도달하고 싶어 적나라한 세상과 마주하는 것을 마냥 불편해 한다. 하지만 지혜로운 이상주의자라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붙잡으려 할 것이며, 지금이야말로 과거와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임을 알 것이다.

<<모두의 내력>>을 읽고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새벽에 눈이 떠져 마지막 여덟 번째 단편 <상자>를 읽고 작가 후기를 읽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꿈 속에서 열아홉 엄마와 갓난 아기는 상자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고 나는 소리쳤다. “아기 아빠가 돌아오지 않을 거란 젊은 엄마의 예감은 틀렸어. 반드시 돌아와야 해. 그나마 그 상자는 엄마의 자궁처럼 아늑하지? 조금만 더 기다려!”

아침에 눈을 떠서 책 첫 장에 여덟 편의 단편 소설 제목을 적어 보았다. 사흘 동안 읽었던 이야기와 제목이 정확하게 기억났다. 이토록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니 놀라웠다. 각 이야기 사이의 유사점이나 차이점을 찾아보며 잠시 작가 오선영의 눈을 가져 보기로 했다. 여덟 개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시기, 다른 지면에 수록되고 발표되었으나 한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주인공 모두 하나같이 변두리에서 서성거리는 인물이었다.

벽화 마을에 사는 소녀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해바라기 벽>에 갇혀 관광객들의 사진기 속 모델 노릇을 해야 한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은 저마다 <모두의 내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대학생은 도저히 그 내력을 알 길이 없다. 구닥다리가 된 종이 <백과사전>은 업그레이드 될 줄 모르는 비정규직 딸과 그 아버지의 구차한 인생과 닮아 있다. 결혼 행진곡에 맞춰 행복이 찾아오면 좋으련만 신혼집을 구하는 것부터 찌질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밤의 행진>은 그렇게 시작된다.

소설 곳곳에 나오는 공간은 내게 익숙한 곳이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작가는 부산 곳곳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 마을, 그 다리, 그 산, 그 동은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곳이었다. 아, 이래서 이야기가 더 리얼하게 다가왔고 마음이 한없이 불편했구나 싶었다. 처음 만나는 소녀가, 내가 세 번이나 가 보았던 그 마을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고 상상하니 그것은 단지 상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치 내 이웃에서 벌어진 일을 목도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부산을 잘 몰라도 괜찮다. 이 이야기들은 비단 부산 사람들만이 겪는 이야기는 아닐테니 말이다.

“나는 종이 위에 검색된 단어의 뜻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펴 놓은 책장 사이에 끼워 두었다. 백과사전의 쪽수가 한 쪽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아버지의 백과사전은 태블릿 피씨(Tablet PC)의 뜻이 나와 있는, 초록색 커버의 유일한 보존판 백과사전이었다.”(150쪽)
인쇄소에서 찍어낸 이후, 전혀 바뀔 수 없을 거 같던 종이 백과사전도 최신 용어를 담고 업그레이드 되었다. 주변을 서성거리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단지 불편한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아 다행이다. 비록 지금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그들도 언젠가 업그레이드 될 날이 오겠지.

지금도 현실을 살짝 건너뛰고 이상에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크다. 그런데 <<모두의 내력>>은 검지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좌우로 흔들며 “아니야, 그건 아니라구.” 하며 일침을 놓는다. “현실과 적나라하게 마주할 때야 비로소, 꿈꾸고 있는 이상이 성큼 다가올 수 있는 거야.” 이 말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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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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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이라는 마을에서 하키는 절대적 존재이다. 낙후되고 내세울 것 없는 베어타운에서 하키는 자부심이 되고, 사람들은 하키를 중심으로 모이며, 하키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묻는다. “하키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하키에는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하키에 담긴 각각의 사연들을 들려준다. 하키 스틱과 퍽은 더 이상 스포츠 용품이 아니다. 열일곱 사내 아이들에게 그것은 상대를 향해 휘두르는 무기가 된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이기자’이다. 로커룸에서 주고받는 시시껄렁한 농담 속에는 차별과 혐오가 깔려 있다. 빠르고 공격적이며 몸싸움에서 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더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또 묻는다. “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 늙은 리더는 이에 대해 답한다. “어떤 사람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면 뭐라고 하는가? 리더십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숲속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면 뭐라고 하는가? 산책이라고 한다.”(427쪽) 하키와 삶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늙은 리더와 ‘이겨라’ 한 마디로 복종시키는 젊은 리더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 사람은 혼자 산책 중이며 다른 한 사람은 무리가 뒤따르고 있다.

저자는 다시 묻는다. “어려운 문제, 단순한 해답. 공동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랫줄에서 “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총합이다.”고 바로 답한다.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가 한 사건을 통해 드러난다. 가장 잘 나가는 하키 선수는 여자 아이를 겁탈한다. “열다섯 살의 소녀는 눈을 감는다. 입을 연다. 말을 한다. 그들에게 전부 이야기한다.”(321쪽) 소녀의 용기있는 고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베어타운 공동체는 이 일로 하키단이 흔들리고 자신의 공동체가 무너질까 두려워 한다. 피해자는 2차, 3차의 피해를 입게 되고 개인의 인권은 단체의 이기심 아래서 신음할 뿐이다.

꽤 두꺼운 소설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많아 그들의 캐릭터를 분석해 보는 재미가 있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저자가 거리를 두고 장면을 묘사한다. ‘어떤 엄마는’ 또는 ‘한 소녀는’으로 시작되는 장면을 빠르게 전환시켜서 마치 시나리오집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저자가 일일이 다 설명하기보다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는 바람직하다. 신문기사나 TV뉴스에서 여과없이 받아들인 이슈를 두고 내 이야기인양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이 소설이 지닌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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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디에나 있어! - 제21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수상작 사회와 친해지는 책
이남석.이규리.이규린 지음,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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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구리네”
“이건 색이 잘 어울려”
외출하려고 옷을 입을 때 최종 결재는 딸 아이가 해 준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나보다 낫다.

<<디자인은 어디에나 있어!>>는 디자인에 관한 책이라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다. 아이는 나보다 먼저 읽더니 우리 집에 있는 재활용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페트병과 커피 상자를 가져와서는 무언가 만들 궁리를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며 귀여운 캐릭터를 이용해서 놀잇감과 저금통을 공들여 만들었다.
디자인에 관한 책을 읽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자신이 새롭게 디자인 해 보는 시도가 좋아 보였다.

<<디자인은 어디에나 있어!>>는 쌍둥이 남매가 디자인 엑스포를 둘러보며 디자인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디 이 아이들뿐이랴. 어른인 나도 디자인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고나 할까. ‘모두를 위한 디자인’, ‘디자이너의 자질’,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같은 환경을 위한 디자인’, ‘디자인의 가치’ 등을 읽으며 디자인에 대한 매력에 빠졌다.

디자인은 사람, 환경을 위한 것이라 주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는 버스 정류장에 그려진 노선도에 방향 표시가 없어 이용에 불편했다고 한다. 이를 인지한 어떤 대학생이 빨강 화살표 스티커를 붙여 버스가 향하는 방향을 알려줘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선물했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예민한 눈을 갖고 세상을 관찰하고, 사고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상상할 때, 아름다움이라는 옷을 입으며 그 가치가 실현된다.

"디자이너는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해야 해요. 그래서 인문학을 공부하지요. 제품을 만들고 팔아야 하니까 경영학도 알아야 해요. 제품이 현실에서아이디어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려면 공학도 이해해야해요.(80쪽)"

책을 읽은 후, 디자인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려 보고 싶었다.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디자인은 마음이다”, “디자인은 찰흙이다” 고 했다.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디자인은 가깝다” 고. 디자인은 내가 생활하는 곳 어디서나 찾을 수 있으며,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어떤 가치로도 표현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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