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이라는 마을에서 하키는 절대적 존재이다. 낙후되고 내세울 것 없는 베어타운에서 하키는 자부심이 되고, 사람들은 하키를 중심으로 모이며, 하키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묻는다. “하키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하키에는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하키에 담긴 각각의 사연들을 들려준다. 하키 스틱과 퍽은 더 이상 스포츠 용품이 아니다. 열일곱 사내 아이들에게 그것은 상대를 향해 휘두르는 무기가 된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이기자’이다. 로커룸에서 주고받는 시시껄렁한 농담 속에는 차별과 혐오가 깔려 있다. 빠르고 공격적이며 몸싸움에서 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더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또 묻는다. “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 늙은 리더는 이에 대해 답한다. “어떤 사람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면 뭐라고 하는가? 리더십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숲속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면 뭐라고 하는가? 산책이라고 한다.”(427쪽) 하키와 삶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늙은 리더와 ‘이겨라’ 한 마디로 복종시키는 젊은 리더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 사람은 혼자 산책 중이며 다른 한 사람은 무리가 뒤따르고 있다.저자는 다시 묻는다. “어려운 문제, 단순한 해답. 공동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랫줄에서 “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총합이다.”고 바로 답한다.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가 한 사건을 통해 드러난다. 가장 잘 나가는 하키 선수는 여자 아이를 겁탈한다. “열다섯 살의 소녀는 눈을 감는다. 입을 연다. 말을 한다. 그들에게 전부 이야기한다.”(321쪽) 소녀의 용기있는 고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베어타운 공동체는 이 일로 하키단이 흔들리고 자신의 공동체가 무너질까 두려워 한다. 피해자는 2차, 3차의 피해를 입게 되고 개인의 인권은 단체의 이기심 아래서 신음할 뿐이다. 꽤 두꺼운 소설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많아 그들의 캐릭터를 분석해 보는 재미가 있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저자가 거리를 두고 장면을 묘사한다. ‘어떤 엄마는’ 또는 ‘한 소녀는’으로 시작되는 장면을 빠르게 전환시켜서 마치 시나리오집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저자가 일일이 다 설명하기보다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는 바람직하다. 신문기사나 TV뉴스에서 여과없이 받아들인 이슈를 두고 내 이야기인양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이 소설이 지닌 강력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