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라일락 피면 - 10대의 선택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4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책이 도착했다. 아들녀석과 둘이서 동시에 뱉은 첫 말! 엄마 표지 이쁘다! 창비청소년시리즈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 중이다. 아들은 루이스 새커 구덩이가 아주 재밌었다고 했다. 음음..  나 역시 오랜만에 재밌는 청소년책을 발견해서 들떴던 생각이 난다.

[라일락 피면]은 여러 이름 있는 작가와 요즘 주목받고 있는 동화작가들이 함께 모여 낸 단편소설집이기때문에 더욱 관심이 갔다. (성석제, 공선옥, 이름만 들어도 아, 소리나오는 그들)아들과 나는 플로라의 비밀을 읽고 오진원작가의 팬이 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신작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설레이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는 정말... 책이 오자마자 서로 읽겠다고 싸웠으니 아들의 힘을 감당하지 못했기에 결국은 아들이 먼저 읽었다.

소감을 말하자면 역시 오진원작가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왜 이렇게 잘쓰는 건데... 그런 말이 절로 나왔다.... 81년생이라며.... 나는 얼마나 써야 이 정도 쓸 수 있는 거야... 동화썼을 때랑 완전 달라..... 문장 하나하나가 탐이 나서 계속 밑줄을 그으며 봤다. 엄마 배속에서 엄마의 말을 모두 듣고 반응하는 아기, 그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고 화장실에서 폴과 아빠가 만나는 장면은 웃음이 나서 죽을 뻔 했다. 진정으로 좋았던 건 문장.... 엄마 배속에서 태어날 때의 그 표현들.... 아이를 가진 엄마로써 너무 흐뭇해지고 감동받은 장면이다.. 여자들이라면 이 부분의 장면을 쉽게 넘길 수 없으리라.... 아들왈 엄마, 나는 이런 가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만약 우리가정이 이렇게 되는 건 절대 싫다! 그리고 폴 이 사람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아들은 폴의 행동에 분개까지 하며.... 그래 나도 그렇다 이놈아!

조은이 작가의 (헤바)도 재밌게 읽었다. 사촌누나 캐릭터가 어쩜 그렇게 내 친구 L모양과 똑같은지.... 그녀의 행방이 궁금해진다. 조은이 작가는 나이가 꽤 있는데도 청소년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한번쯤 사랑의 열병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큭큭 웃게 되는 글이다. 끝마무리가 조금 썰렁한 감이 없진 않지만. 

성석제 작가의 글도 좋았다. 다른 아이의 그림으로 상을 받게 된 아이가 커서 화가가 된 후로도 그 일로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는 설정이 차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다. 어린 시절의 양심의 가책이라는 건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 

조금 실망스러웠던 건 방미진 작가의 (영희가 0형인 이유)이다. 나는 그녀의 작품 금이간 거울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그녀의 글은 지나치게 수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자유로운 10대들의 혈액형 말하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우리 아들은 이 글을 읽고 엄마, 이거 꼭 인터넷 소설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혈액형 가지고 내내 말하는 애들이 어디 있어? 나도 그 말에 공감이 갔다. 너무 상식적이라고 해야 하나. 지나치게 수다를 떨다가 정작 주제에 가서는 힘을 팍 줘서 그렇고 그런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녀가 언어를 깊이 있게 탐구하기 바라고, 지나치게 기교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총평을 하자면, 라일락 피면의 글은 아주 분위기가 다른 글이라는 거다. 심각하기도 하고 발랄하기도 하고, 너무 획일적이지 않아서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 연령이 꽤 차이나는 작가들이지만 그들이 청소년문학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맞대어 이런 책을 냈다는 게 뿌듯하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로라의 비밀 - 3단계 문지아이들 82
오진원 지음, 박해남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월
장바구니담기


"얘야..... 많이 아프지...... 고통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찾아온단다. 너는 앞으로 더 많이 더 깊이 아프게 될 게야. 혼자 울어야 할 날도 있을 테고 울고 싶더라도 꾹 참아야 할 날도 있을 테지...... 하지만 걱정 말아라. 너에게는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힘들다고 돌아서면 안 된다. 도망쳐서도 모른 척 해서도 안 돼. 한 번 물러서면 계속 물러서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아라. 네게 오는 고통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면 매 순간이 행복으로 변하게 되는 거란다."
나는 울음을 삼키고 푸르니에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면 고통을 이길 수 있는 거죠?"
푸르니에 할머니가 나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아라. 두려움을 마주볼 때, 행복이 찾아온단다." -p.199쪽

"난 늘 내 자신에게 말을 걸곤 해.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에도 내 자신에게 말해. 니벌엘리, 이 음식 어때, 맛있어? 아니, 별로야. 내일은 뭘 만들어 줄까? 글쎄, 네가 좋을 대로 해. 이제 그만 자야겠다. 잘자, 니벌엘리. 너도 잘자, 니벌엘리...... 이렇게 살아도 살 만해. 혼자라는 생각만 버리면 외롭다는 생각도 잊게 되니까."-p.1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