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의 비밀 - 3단계 문지아이들 82
오진원 지음, 박해남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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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한국적이라기 보다는 굉장히 이국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 책에 들어 있는 모든 삽화가 다 이런 느낌이다. 굉장히 꼼꼼하게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동화책 그림치고는 굉장한 수확이다. 뒷표지 글에 '우리가 사랑한다 말할 때 저 광활한 우주에는 새로운 행성이 탄생한단다." 이 한 줄이 굉장히 강렬했다. 더욱이 내 눈을 끈 건 81년 생 작가가 쓴 동화라는 사실이다. 이제는 소설에 이어 동화책에도 젊은 작가 바람이 부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물네 살 때 쓴 동화라니 더욱 놀랍고, 이번에 연거푸 대산재단과 한국예술원에서 상을 받은 저력이 놀랍다.

  동화책 내용은 재미있고.....슬프고, 경쾌하기도 하면서 무엇보다 상상력에 굉장히 놀라게 된다. 판타지는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얼마나 자신의 상상력으로 엎어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애들은 마냥 재미있어 했지만 어른인 내 입장에서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진짜 그랬다. 아이들도 나도 책을 다 읽고 난 뒤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사랑해. 라고 말하면 행성 하나가 짠! 하고 생길 것만 같아서. 

  니벌엘리는 그야 말로 나랑 상관없는 일에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마법사이다. 그가 그렇게 된 건 텐투 종족이 니벌엘리를 나쁜 마법사로 몰았기 때문이다. 마로와 로링, 코코가 눈물 두 방울을 줘야만 플로라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자 니벌엘리가 이렇게 말한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죽는 건 나중에 생각하면 돼." 난 이 부분에서 웃음이 나왔다. 유머스러우면서도 슬픈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특히 니벌엘리를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니벌엘리의 말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명받았던 구절 중 하나이다.

  "난 늘 내 자신에게 말을 걸곤 해.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에도 내 자신에게 말해. 니벌엘리, 이 음식 어때, 맛있어? 아니, 별로야. 내일은 뭘 만들어 줄까? 글쎄, 네가 좋을 대로 해. 이제 그만 자야겠다. 잘자, 니벌엘리. 너도 잘자, 니벌엘리...... 이렇게 살아도 살 만해. 혼자라는 생각만 버리면 외롭다는 생각도 잊게 되니까."

  푸르니에 할머니 눈알에 박힌 시계가 참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처음에 푸르니에 할머니를 보고 막 웃었더랬다. 왜 눈알에 시계가 박혀 있을까. 저 여자아이는 왜 대머리일까. 궁금했었다. 캐릭터가 다양해서 재미있고 왜 저런 얼굴이 되었는지 저런 모습인지 이야기 속에서 풀어가기 때문에 그걸 알아내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푸르니에 할머니는 괴팍하고 시간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는 버릇이 있다. 푸르니에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마로는 푸르니에 할머니를 무지 무서워 한다. 하지만 거의 끝부분에 꿈속에서 푸르니에 할머니를 만나고 둘이서 나누는 대화를 읽다보면 눈물이 핑~ 돌게 된다.

  "얘야..... 많이 아프지...... 고통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찾아온단다. 너는 앞으로 더 많이 더 깊이 아프게 될 게야. 혼자 울어야 할 날도 있을 테고 울고 싶더라도 꾹 참아야 할 날도 있을 테지...... 하지만 걱정 말아라. 너에게는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힘들다고 돌아서면 안 된다. 도망쳐서도 모른 척 해서도 안 돼. 한 번 물러서면 계속 물러서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아라. 네게 오는 고통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면 매 순간이 행복으로 변하게 되는 거란다."

  나는 울음을 삼키고 푸르니에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면 고통을 이길 수 있는 거죠?"
  푸르니에 할머니가 나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아라. 두려움을 마주볼 때, 행복이 찾아온단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에 기억 남는 부분이 생각난다.
  "목숨만 붙어 있다고 살아있는 건 아니잖아요. 꿈꾸고 상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식물인간이니까요." 난 정말 살아있는 걸까? 난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삶을 알려주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아이들뿐아니라 어른들도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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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7-12-0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사랑한다 말할 때 저 광활한 우주에 새로운 행성이 탄생한단다."라는 말은 정말 인상적이네요!

아침햇살 2007-12-0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죠. 정말 멋진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