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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평점 :
미국 작가 길리언 플린의 신작 '나는 언제나 옳다'.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돼서 책이 시중에 풀리기 전에 조금 먼저 읽었다. 가편집본이라 표지도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제목과 작가, 출판사 이름만 써있다. 소장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은 매춘부(정확히는 남자의 자위를 도와주는)다. 우리나라에도 무슨 방이라는 비슷한 곳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일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손목에 터널 증후군이 생긴다. 겨우 서른에 팔십 노인의 손목이 됐단다. 그래서 같은 가게의 다른 직군으로 전환하는데 바로 점쟁이다. 평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꿰뚫어보던 주인공은 점쟁이로서도 무난한 직장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심상치 않은 손님이 찾아오는데..
줄거리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고 쓰는 나도 재미가 없어서다. 읽기 전에 작가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떤 마음의 준비가 전혀 없었다. 초중반 이후 이야기는 갑자기 서스펜스 스릴러로 변한다. 준비없이 맞닥뜨려서 그런지 정말 무서웠다. 그닥 길지 않은 87페이지 중편 소설에서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다 읽고 나서 작가를 검색해 봤는데 많이 들어본 '나를 찾아줘'의 작가였다.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소설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다. 보통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주요 내용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최근작 중 마션이 대표적이이다). 이 소설은 분량이 많지 않은만큼 온전히 영화로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중반 이후 배경이 되는 고택의 음침한 분위기를 시각화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사뭇 기대된다.
소설이 무섭다는 말을 잠깐 했는데 이 부분를 좀 더 이야기해보겠다. 아이라면 모를까 다 큰 어른은 뻔히 예상되는 스토리나 눈 앞에 나타난 귀신, 살인마 같은 식상한 소재만으로는 큰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다. 전혀 예상 못했던 가까운 인물이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순간, 다 큰 어른은 공포를 느낀다. 여기서 '느껴지는 순간'이 중요하다. 실제 사건으로 그것이 밝혀지기 전에 미리 판단을 내리고 상상을 통해 오감으로 느껴지는 순간 공포는 극대화된다. 이 소설은 이 부분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잘 살렸다. 결국 주인공, 그리고 독자는 끝까지 범인(또는 악인)이 누군지 명쾌하게 알 수 없다. 다 읽고 나서도 찝찝한 느낌이 있다.
마무리가 깔끔한 전형적인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맞지 않을 것 같다. 반면 치밀한 주변 환경 묘사, 심리 묘사 등 문장 하나하나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