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서 졸업한다는 것은 언제일까? 60살이 넘은 자식도 걱정이 되어 챙겨주는 고령의 할머니들을 보면 육아의 끝은 없는 거 같다. 황혼 육아라고 육아를 졸업한 듯하지만, 손주를 돌보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아직 육아 전이거나 육아를 시작한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한숨을 쉴 것 같다. 뭐 사람에 따라 육아를 내려놓는 경우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아이와 엄마의 관계는 끝이 없다.
아이가 태어나서 예쁘다 느끼는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느샌가 아이의 입시를 걱정한다. 그 이후에 취업을 걱정하고, 결혼을 걱정한다. 끝이 없는 엄마의 인생, 육아의 과정이다. 노후가 코앞이지만 육아를 끝내지 못하는 엄마들을 위한 일침이자 현타가 오는 소설 '육아는 그만 졸업합니다'이다. 이 책의 저자 가키야 미우님의 전작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를 읽고 인상이 깊어서 신간이 나왔다 하기에 만나봤다. 이 책 역시 몰입해 순식간에 읽었다. 목차가 시간 순서가 아닌 사건, 일의 순서로 되어 있어서 초반에 조금 헷갈렸지만. 그래서 이런 소설책들은 항상 주인공들의 이름과 주변 인물들의 특징을 따로 적어놓고 보고 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었다.
지방에 살다가 대학 동기로 만난 주인공 준코, 아케미, 유카리는 친구다. 도쿄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다니게 되면서 절친이 되었다. 결혼 이후에도 남편과 아이와 함께 종종 만났었는데, 그녀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지만 너무 현실감이 있어서 더 재미있고 공감이 되었던 것도 크다. 이 책에는 그녀들의 학생 때 이야기부터 결혼 이후에 육아를 하게 된 이야기까지 담겨있는데, 시간 순서가 아니라 누구의 이야기인지 꼼꼼하게 챙기며 읽어야 한다. 물론 읽다 보면 익숙해지지만.
아들의 입시로 바쁜 준코, 걱정이 없어 보이는 아케미, 이상적인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해서 프랑스인과 결혼한 유카리까지. 모두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거 같아 보이지만 집 걱정, 입시 걱정, 남편 걱정, 친정과의 갈등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탄탄대로를 잘 걷고 있는 거 같아 보였던 준코의 첫째가 갑자기 회사를 뛰쳐나와 미장일을 한다고 했을 때의 심경, 어릴 때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다가 의대를 갔는데 갑자기 아프리카로 봉사를 떠나겠다는 둘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준코의 심정이 왠지 와닿았다. 나도 2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육아이지만, 아이들을 믿고 '육아의 부담감'은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생겼다. 육아는 어려움이 많지만 함께 고민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내 인생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느끼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