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 신문, 영수증, 알림장, 다이어리, 책.... 이 모든 것은 종이로 이루어져 있다. 종이와 만나지 않는 순간이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종이와 밀접하다. 우편물은 메일로, 신문은 인터넷으로 영수증은 모바일로, 다이어리는 스마트폰으로, 책은 e북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종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 어쩌면 제일 가까운 친구이자 나 자신일 수도. 저자는 종이에 설레는 인쇄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종이와 함께한 연대기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전에 커다란 '미미의 집'을 갖고 싶지 않은 여자친구가 얼마나 있을까? 너무나 탐나는 인형의 집을 갖고 싶었던 그녀는 매번 문방구에 들러 가격을 물어보곤 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벽지에 그림을 그렸다. 다음날 엄마는 미미의 집을 구입해 주셨다. 그 이후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벽에 그렸는데, 엄마에게 혼났던 저자. 그 이후에는 스케치북에 갖고 싶었던 것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러 펼쳐두고 잠이 들면 나중에 그것을 종종 선물로 사주셨다고. 이렇게 종이와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이 책에서 풀고 있다.
우표를 수집해서 모은 이야기도, 친구에게 받은 편지도 어쩌면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그때를 추억하게 했다. 영화티켓을 수첩에 고이고이 모아둔 모습도 내 얘기 같아서 얼마나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