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이 양립할 수 있다는 흔히 듣는 주장은 하나의 망상일 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주장이다. 생각해보라. 종교는 그것이 내세우는 주장을 위한 증거나 근거, 검증 가능한 발언도 제공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신은 입증될 필요가 없다"는 잘난체하는 주장을 끊임없이 만나는데, 종교적인 사람들에게는 그걸로 모든게 해결된다. 이에 반해 과학은 증거와 근거와 실험 가능한 발언들을 요구한다. 실재에 대한 이 두 가지 접근법은 전적으로 양립 불가능하고, 절대적으로 상반되며, 그중 하나의 연원은 오로지 희망적인 사고밖에 없다. - P205

저마다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고 나처럼 확고부동하게 믿는 사람들이 이런 양립 불가능한 신앙을 지킨다는 것도 알았다. 또,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나 신앙이 없는 사람들을 보기만 하면 끝없이 전도하려 들었던 내가 얼마나 짜증나는 사람이었는지도 알았다. 그런 태도는 자신의 신앙이 유일하게 참된 종교이며, 다른 사람들도 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개종해야 한다고 믿는 데서 나오는 논리적인 결과다. 마침내 신정론에 대해, 또는 악의 문제에 대해 (만일 신이 전지전능하고 만인에게 자애롭다면 왜 선한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신은 무능하거나 악하다는 결론을 피할 수가 없었다. 아니면 그냥 신이 존재하지 않거나. - P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 옳다는 착각 - 내 편 편향이 초래하는 파국의 심리학
크리스토퍼 J. 퍼거슨 지음, 김희봉 옮김 / 선순환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원제는 파국Catastrophe 입니다

천공의 섬 라퓨타의 악역이 라퓨타가 붕괴하는 파국의 장면에서 외치는 '보아라 인간이 고미(쓰레기 같구나!' 하는 대사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이 책의 저자는 (p.315에서 본인을 좌파로 밝히고 있으나 앞부분을 읽는 동안 저는 저자가 정치적 우파에 가까워보인다고 오해할 정도로 ) 정치적 좌파도 비판하고 우파도 비판하면서 자칫 양비론으로 치부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비판할 것은 확실히 내편 편향 없이 비판하고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균형적인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가짜노동도 좌파 저자와 우파 저자가 함께 쓰면서 균형적인 시선으로 분석하려고 했던데 최근 이런 시도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자칭 우파, 자칭 좌파와 타칭 우파, 타칭 좌파 사이의 간극이 심하고 공통된 목적에서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부럽기까지 한 모습이네요. 아무튼 파국에 이르는 편향과 같은(내편편향이나 그 밖의 나만 옳다는 착각에 해당하는) 태도를 피하기 위해 제시하는 방법은 원론적이긴 합니다만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로 설득력을 얻습니다. 


 저자의 국적이나 집필 시기의 영향으로 인하여 미국의 사례가 자주 등장하고 코로나 시국-BLM 운동 대한 예시나 트럼프 바이든의 미국 대선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합니다. 덕분에 바이든이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하고 트럼프에 대한 암살시도가 있는 시기에  더욱 시의적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은 더 늦기전에 읽으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과잉일반화:과잉일반화는 한 가지 또는 몇거지 사건에서 부정적인 패턴을 인식할 때 일어난다. 다시 말해 한 가지가 잘못되면 모든 것이 잘못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때 이런 행동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차에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고 하자. 차에서 내려서 타이어를 보고 이렇게 외친다. "오늘은 하루 종일 엉망이었어!" 사실은 그날이 전혀 특별하지않은 평범한 날이었는데도 말이다.
파국화Catastrophizing: 파국화는 아주 사소한 부정적인 사건의 영향을 과장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흔히 나타난다. 나쁜 성적을 받은 학생이 교수님을 찾아가 울먹이면서 애원한다. "이번 시험에서 D를 받으면 낙제하고, 졸업도 못 하고, 좋은 직장도 못구하고, 결국에는 쓰레기처럼 버려져 길거리에서 노숙자가 되어 빈털터리로 죽게 될 거예요." 나쁜 사건은 그 순간에 느껴지는 것만큼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사건을 파국으로 인식하면 과민하게 반응할수 있다.
독심술: 독심술은 다른 사람의 의도를 추측할 때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상대방이 가장 부정적이거나 가장 자비롭지 않을 것으로 가정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상대방이 도덕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인터넷 토론에서이런 일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난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유추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지만, 또한 우리가 이렇게 판단할 때 자기 기준만고집하는 경향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P21

이분법적 사고: 이분법적 사고는 어떤 것을 완전히 좋거나 완전히 나쁘다고만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한쪽에서는 어떤 정책을 유토피아로 가는 문이라고 홍보하고 다른쪽에서는 그 정책이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을 끝장낸다고 분노하는많은 정치적 논쟁에서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관찰된다.
개인화: 개인화란 나와 특별히 관련되지도 않고 해롭지도 않은무언가가 나를 해치려고 한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이번에는 인터넷이 아닌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나는 여자 친구(지금은 아내)와 식당에 갔고, 들어갈 때 여자 친구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바로 뒤에 다른 여자가 식당에 들어왔는데, 나는 이 사람을 위해서도 문을 잡고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나에게 고개조차 까딱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렸다. 이 무례함에 조금 짜증이 난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아내에게 말했다. 나보다 훨씬 현명한 아내는 이 사람이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렸거나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일지도 모른다고 말해주었다. 즉 이 사람의 행동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대놓고 나를 모욕했다고 여긴 것이다.
반박 불가능 Imability to disconfirm: 반박 불가능은 어떤 신념을 받아들인 다음에 그에 반하는 증거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아마추어 과학자처럼 행동하며 가정을 현실과 대조하여검증하려고 하지만, 반박 불가능의 편향이 있으면 더 이상의 검증을하지 않게 된다. 우리의 믿음은 더 이상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지않으며, 증거를 일종의 음모론의 산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고 패턴은 많은 도덕적 공황, 음모론, 위험한 정파적 분열의 한 가지 원인이다. - P22

정서적 예측Affective forecasting: 정서적 예측은 어떤 사건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감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십대들은 처음으로 실연을 당한 다음에 이렇게 예측한다. "다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거야!" 이러한 방식의 미래 예측은일반적으로 매우 부정확하다.
탓하기 Blaming: 탓하기는 문제의 원인인 나쁜 사람을 찾는 경향을말한다. 비난의 대상이 자기일 수도 있다. "나는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자기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을 비난할 수도 있다. "넌 나를 전혀 도와주지 않아!" 당파적인 정치 싸움에서 이는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빌미가 된다. - P23

가용성 폭포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부르는 인지적 편향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기본적으로 기억하기쉬운 사건의 빈도는 과대평가하고 기억하기 어려운 사건의 빈도는과소평가하기 쉽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서 정보의 출처는 일반적으로 일화다. 비행기 사고에 대한 과장된 공포는 가용성휴리스틱 때문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비행기가 추락하면 엄청난 뉴스로 보도되기 때문에 훨씬 더 인상 깊게 기억된다. 반면에 자동차사고는 그렇게 크게 보도되지 않는다. 비행기 사고의 사례는 기억하기 쉽기 때문에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비행기 여행이 자동차 여행보다 더 위험하다고 인식해왔지만, 그 반대가 옳다고 알려주는 데이터가 아주 많다. 10억 마일 이동에 따른 승객 사망자 수로 보면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 버스도 상당히 안전하지만, 여객선은 떠다니는관과 같다. 다음에 바다를 건널 때 이 점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자동차가 단연코 최악이다. 8 - P51

 사람들은 더 이상
‘과학‘을냉철하고 엄격한 데이터 분석으로 평가하지 않고 우리 편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신호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좌파는 생물학적 성차가 존재한다거나 인종이 경찰 총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등, 그들의 금기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과학을 믿는다‘고 할 것이다. 반대로 우파는 지구온난화나 총기 규제와같은 자신들의 금기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과학을 믿는다‘고 할 것이다.
과학자로서 말하자면, ‘과학을 믿는다‘ 또는 ‘과학은 진짜다‘라는말은 어차피 어리석은 생각이다. 과학은 종교적 교리처럼 고수해야하는 불변의 완벽한 사실들의 집합이 아니다. 우리는 과학을 면밀히검토해야 한다. 과학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많은 부분이 심각한결합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편향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널리 퍼져있는 문화적 편향을 공유하며(분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과학자들른 정치적으로 좌파인 경향이 있다), 이러한 편향의 많은 부분이 틀렸다. - P77

사람들은 사회·정치적 노선을 따라 이른바 메아리 방echo chambers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경향은 점점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25 메아리 방 안에서는 집단의 모든 구성원들 사이에서 동일한 신념의 메아리가 계속 울려 퍼져 완전히 쓰레기여도사실로 보일 수 있다. 이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완전히 현실과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그러한 사실과 모순되는 증거는 궁극적으로 이단으로 몰릴 수 있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실제로는 믿지않는데도 그 신념을 단순히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경우도 있다.  - P82

자기가 집단사고에 기울어져 있는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다.
여기에는 집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당연히 바른 것이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다)과 도덕성(반대하는 사람은 부도덕하거나 악하다)의 감정이 관련된다. 집단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천박하거나, 우둔하거나, 무지하거나, 사악하다는 고정관념을 씌운다. 집단의 결정에 반대하는 주장은 약하고 허술한 형태로 제시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심을 자기 검열하기 시작하고, 일부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을 감시하거나 감시하라고 지시받기도 한다. - P146

모호하게 대격변을 경고하는 말은 환경 운동가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다.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경고를하는 사람은 ‘양치기 소년‘이 되기 쉽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화석연료 고갈로 암흑기가 온다는 말부터 오존 구멍 때문에 지구상의 생명체가 멸종한다는 말까지 온갖 대격변의 경고가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물론 대부분의 경고가 고려할 만한 정당한 문제였지만, 종말론자들이 위협했던 만큼 해결하기 어렵거나 즉각 생사가갈리는 긴급한 문제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지구 전체의 모호한 문제를 종말론적인 용어로 표현할때만 행동을 취할까?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증거에 따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어떤 학자가 ‘지옥에서 온 소식‘이라고 부르기도 한 즉각적인 위기의 언어는 무력감을 일으킬 수있다.16 11년 후에 지구가 바삭하게 타버린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해야 할까? 차라리 남은 시간 동안 석탄 난로 옆에서 햄버거를 먹고 연료를 마구 잡아먹는 스포츠카를 즐기는 편이 좋을 거다.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말론적 내러티브에 대해 청중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고, 틀렸다고 생각하며(무엇보다도,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들리므로), 압도되어 어쩔 줄 모르고, 무력감을 느끼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 P239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한 푼도 보내지 않기를 바라는 옹호 단체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임무를 다른 아동 질병으로 전환했다.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니며, 공정하게 말하자면 이 단체는 사회적 대의를 위한다는 어떤 단체와 달리 소아마비가 여전히 널리 퍼져있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영리단체가 돈을 밝히는지 따위는 제쳐두더라도, 이 단체 중 상당수는 영원한 옹호 기계가 되거나 영원한 분노 기계가 되기도 한다. 승리를 선언하고 문을 닫는 일은 없다. 계속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 P266

물론 사람마다 음모론을 받아들이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증거에 따르면 좌절을 경험하고 그 좌절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있는 사람이 음모론에 더 잘 빠진다. 음모론은 또한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끼리 뭉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음모론을 믿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비난하면 역효과를 낳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음모론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집단(음모를 확인한 사람들)이 외집단(음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 또는 음모를 보지 못한 바보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 - P3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인간 탐구 보고서
제임스 햄블린 지음, 허윤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대생 출신의 저널리스트가 유튜브 채널의 영상 시리즈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내 몸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특히 통각이 없는 내장에서는 어떤 병환이 발생했는지 알/느낄 수 없기에 주기적으로 건강검진과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겠지.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은 우리 몸을 신체표면/감각작용/생명유지/수분보충/성/죽음 6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다양한 내용을 일반 대중에게 알기 쉽게 설명한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책들이 의사인 저자가 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와 회의주의자가 쓴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전에' 였기에 아무래도 비교하면서 읽게되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는 의사가 직접 겪은 상담 사례를 이름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가명으로 표시하여 일종의 썰을 푸는 느낌이었는데 즉,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정신과에 내원해서 잘 진단했더니 저런 해결책을 제시했고 환자가 잘 수행했더니 짜잔하고 해결되었습니다란 내용의 반복이어서 좀 지루하기도 하고 성공사례만 나열되는 것 같아 신뢰도도 오히려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성장판이 닫힌 이후에도 키가 클 수 있다는 자칭 그루(사짜 유튜버)를 비판하는 대목이나 미네랄/비타민/스마트 워터나 과도한 영양제의 무용함, 글루텐 과민증이란 실체가 불명확한 증상을 비판하는 항목에선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전에'의 저자처럼 합리적인 회의론자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 우리를 미혹하는 유행, 가짜, 사기 격파하기
토마시 비트코프스키 지음, 남길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부당할까 두려워서 받아들여지는 길을 추구할 때 우리는 관용을 무관심과 혼동한다. 관용은 이웃이 자신의 신에게 기도할 때 그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무관심은 이웃이 신의 이름으로 그의 아내의 얼굴에 염산을 뿌릴 때 그들에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과학에서 관용과 무관심의 경계가 희미해진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예를 들어 관용은 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가 유용한 진단 도구라고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연구에 평생을 바치는 과학자의 연구에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표현된다. 우리는 그들의 연구를 예사롭게 지나칠 수 있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그런 연구에 자금을 지원할만큼 돈이 넘쳐나는지 때때로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자가 연구원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진단 도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그 도구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사용되어 그들의 운명을 어느 정도 결정짓는다면 그때 관용은 차갑고도 잔인한 무관심으로 바뀐다.  - P145

‘쓰레기 과학‘이라는 용어는 일부 과학 분야에서 점점 증식하는 특성을 잘 반영한다. 이 용어는 두 가지 유형의 활동을 정의한다. 하나는 의뢰자가 제시한 가설을 확인하고자 맞춤 제작된 과학 활동(예를 들어 제약 회사에서 연구를 의뢰해 약의 효과를 확인하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도 읽지 않고 누구도 자기 연구에 사용하지 않는 과학 활동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과학 활동은 그 사기성을 간파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후자에 해당하는 과학은 전체 과학적 성과에서 차지하는비중을 파악하고 설명하기가 상당히 쉽다. 5년 동안 아무도,
심지어 저자 자신도 인용하지 않은 출판물이라면 아무도 읽지 않았으며 어디에도 유용하지 않다는 뜻이다. 쓰레기 과학의 비중은 학문 분야마다 다르다. 현재 인문학은 약 82%, 사회과학은 32%, 자연과학은 27%, 의학은 12%로 추정된다. 과학계의 현 상황은 마치 저장강박증을 앓는 사람의 집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의학에서 쓰레기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인문학 연구에 드는 비용과 비교하면 그 비용이 막대하기에 별 차이가 없는 것일 수 있다. - P152

빼기에 대한 반감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개발한, 탄탄한 경험적 근거를 가진 전망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은 실험을 통해 손실에 느끼는 심리적 반감은 획득한 이익에 느끼는 만족감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100달러를 잃으면 너무나 속이 상해 다시 100달러를얻어도 잃었을 때 경험한 부정적인 감정을 상쇄하지 못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계속 손실이 나는 주식이든, 그무엇이든 빼기를 매우 주저한다. - P155

제거적 인식론에서 무엇이 효과가 있고 또 무엇이 효율적인지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효과가 없고 비효율적인것이 무엇인지 가능한 한 많이 발견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오류의 결과가 아니라면 대리석을 조각하다 나오는파편으로서 그 덕분에 최종 조각품의 윤곽은 더욱 명확해진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의미 없는 관계, 비효율적인 방법, 실패한 구조에 대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조각가의 끝이 그토록 염원하던 모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과학계는 의식적으로 이러한 지식 수집을 포기하고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출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채택했다.  - P158

성관계에서의 자유의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 인식은 우리가 화장실에서 나왔느냐 들어갔느냐에 따라 다르다." 언뜻 들으면 이상한 말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당히 일리가 있다. 우리의 생리적상태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꾼다. 그런데 우리의 생리적 상태를 인식하는 일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일만큼이나 간단하다. 즉 우리가 화장실 문 어느 쪽에 있느냐 하는 간단한 사실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견해가 달라질 수 있다. 플로리다주립대학교의 마이클 엔트MichaelEnt와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실험으로 이를 입증했다. 그들이수행한 연구에서 소변을 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유 의지를 덜 믿는 경향이 있음을보여주었다. 인간은 노예가 아닌 한 완전한 자유 의지를 가진다는 믿음을 지지했던 토머스 홉스와 데이비드 흄은 이 발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배고픔이나 수면, 성적 욕구에 따라 자유 의지에 대한 견해가 변화한다는 점을 보여준 엔트와 바우마이스터의 연구 결과는 실로 획기적이다.  - P1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 우리를 미혹하는 유행, 가짜, 사기 격파하기
토마시 비트코프스키 지음, 남길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짜 휴머니스트는 정책적 제안이나 치료 방법, 심리치료 요법, 협상 방법, 직원의 사기 진작법, 재활 기술을 포함해 수백 개가 넘는 다른 효과적인 방법을 다 부정해 버린다. 가짜휴머니스트가 이렇듯 묵살을 일삼는 근거는 그런 제안이 한명을 넘는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몇몇 가짜 휴머니스트가 "나는 수학을 몰라"라는 말을 그토록 자주 반복하는가 보다. - P29

아마도 수백 년 후, 지금은 우리가 가기 두려워하는 닭장의 새로운 구역을 다시 돌아다니며 우리는, 2000년대와 3000년대의 전환기에 살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관대하면서도 조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히스테리를 믿었던 사람들, 동물을 고소하고 유죄를 내렸던 사람들, 잉크 얼룩(로르샤흐 테스트)을 근거로 다른 사람을 판단했던 사람들만큼이나 순진하고 터무니없는 사람들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릴 것이다. 왜냐하면 절대 양도할 수 없는 인류의 속성으로 자신의 닭장이 온 세상이며 그 세계에 대한 관점만이 유일한 참된 관점이라고 우리가 악착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지식이 인류 성취의 정점이라는 확신보다 더 가치 있는 건 없다고 믿기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는 독수리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 P41

자기 계발과 관련된 조언이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기 계발서의 누적 판매량은 2013년 이후 6년 동안 11%증가했으며 2019년에는 1860만 권에 달했다. 심지어 출판된 자기 계발서의 수가 판매량 증가를 앞질렀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의 수는 2014년 3만 897개에서 2019년 8만 5253개로 증가했다. 동기 부여 연사이자 작가인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는 자기 계발 업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으로2020년 그의 순자산은 1억 5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방법, 신체 상태를 개선하는방법, 성장하는 방법, 독학하는 법, 가정을 유지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계발하는 방법,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자기 발전이라는 충만함을 얻고 영적인 삶을 사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우리의 상상 속에서 이런 조언의 보고는 꼭 누구도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쇼핑센터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하여 이토록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모든 제안에 익숙해지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짧고 설령 모든 제안을 알뜰히 다 흡수하고 소진할만큼 오래 산다고 해도 그 사이 열성적인 판매원이 새로운 명제로 진열대를 계속 채우는 탓이다. 
- P44

자아 실현에는 결말과 목표가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이 ‘예‘라면 자아 실현을 달성했는지 여부와 그 시기는 누가 결정할까? 어떤 사람이 자아 실현을 이루었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질문은 만약 우리가 어떤 종류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면 그 과업은 사람의 생의 여러 과업 사이에서 어디쯤 자리매김하고 있는 걸까?
과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찾고 있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학의 목적이 아니며 더 나아가 과학은 그에 필요한 도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답을 찾기를 고집한다면 이 영역에서 판단의 특권은 전적으로 심리 치료사와 심리학자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확신으로 자아 실현을 달성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구할 때 우리를 안내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부정확하고 불명확하며 모호한 개념은 흙탕물에서 헤엄치며 쓸데없이 난해한 답을 대는 사람들이 점령하는 환경을 만들어 버린다. - P47

환청이나 엄청난 수를 외우는 경이로운 기억력은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둘은 같지 않다. 어떤 것이 병인지 아닌지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문화이다.
이런 사실은 지능과 성행위의 비교를 통해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정규분포로 설명된다. 우리는 성욕이 낮은 사람뿐 아니라 IQ가 낮은 사람을 특별히 돌보고 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전문적인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성욕이 낮은 사람에게는 성욕 감퇴 장애 진단을 내리고 심리 치료 또는 약물 치료를 처방한다. 그러나 참 흥미롭게도 우리는 평균 이상으로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을 존경하는 탓에 높은 지능이 장애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평균 이상으로 성행위를 하는 사람은 섹스 중독자로 진단하고 약물 치료를 받도록 권고한다. 그런 조언은 과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평균 이상의 성행위는 평균 이상의 IQ가 특별한 재능인 것과 마찬가지로 능력이다. 우리 문화가 전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능이라는 능력만을 받들어 모시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실제로는 그저 평균값에 불과한 규범을 더욱 위장하려고 적응적 행동 대 부적응적 행동이라는 정의로 대체한 것이다. - P49

사회문화적 규범과 관련하여 공식화된 조언 중 어느 것도 과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것은 항상 다수가 지닌 가치를 말하며 과학으로 포장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다리를 자르거나 늘이는 아집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불과하다.
과학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 모든 조언 중에서 짧지만 더 강렬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조언은 찾아볼 수 없다. 긴 수명이 강렬한 삶보다 더 가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의 목표에서 다음 목표로 나아가는 삶의 행군을 답습할 뿐 놀라운 인생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한다.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문명이 우리에게 내리는문화적 명령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익한 사색이나 휴식, 기타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부질없이 찾으려 한다. 그런 행동은 치료가 필요한 일종의 장애, 일중독으로 정의되는데도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는 조언이 특정 이데올로기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직 그 이데올로기와 관련해서만 우리의 행동이 ‘적응적‘인지, 우리의 관계가 ‘독성‘인지, 그런 것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무엇에 대해 ‘적응적‘이란 말인가? 어떤 체계를 참조해서 ‘독성‘이있다고 말하는가? - P50

 질문에 대한 해답은 정치학 교수인 윌프레드 라일리Wilfred Reilly의 저서 《증오 범죄 사기 Hate Crime Hoax》에서 찾을수 있다. 그는 책에서 346건의 증오 범죄 혐의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진짜 증오 범죄는 3분의 1 미만임을 밝혀냈다. 또한 그는 100건에 가까운 유명한 가짜 증오 범죄 사건을 자세히 기술했는데 이런 조작된 사건의 대부분은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왜 그토록 많은 미국인이 증오 범죄를 조작하는지 조사하자 대중의 믿음과는 달리 다소 충격적인 결론이 나왔다. 증오 범죄가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례 없는 증오 범죄 사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가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때문이다. - P58

피해자의 다량 ‘양산‘은 가해자를 만들어 내는 결과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불만을 제기하는 당사자 중 일부만이 자신의 운명을 우연으로 돌릴 수 있다. 차별당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는 차별을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학대당한 사람이 있는 곳에는 학대를 자행한 사람이 있으며 억압받는 사람에게는 억압하는 사람이 있고, 거의 모든 피해자에게는 가해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은 특정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하고 사람 사이의 분열을 심화한다. - P73

자살자란 신성한 땅에 묻힐 자격이 없는 자, 문밖으로 시신을 가져가면 저주받은 영혼이 미래에 돌아올 수 있다고 믿어 문지방 너머에 버려져 있는 자, 죽은 후 남은 가족이 위협과 박해를 받는 자이다. 그는 죄인이자 겁쟁이이다. 적어도 그의 자살이 문화적으로 인정받도록 포장되지 않는 한은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그렇게 하는 방법을 배워왔다. 1969년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바르샤바 조약의 침략에 항의하며 분신한 얀 팔라흐Jan Palach의 자살을 누가 감히 비난하고 낙인찍을 수 있을까?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책에 항의하는 티베트인들은 어떤가? 수적으로도 전투력으로도 적보다열세인 상황에서 항복하는 대신에 마지막 한 방울의 피를 흘리며 방어선을 구축한 병사들은 어떠한가?
문제는 자신의 생명을 의식적으로 포기하는 인간의 능력이 그 자체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살은 사회적 기대치에 어긋날 때만 비난받는다. 사회적기대치에 순응하는 자살이라면 그런 규칙을 만든 사회는 죽음을 미화한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 선생에게, 그 뒤를 따르는 우리에게 그 경계선이 과연 그렇게 선명하게 보일까? - P99

여성은 강간과 순결을 잃는 죄를 피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고 교회의 초대 교부는 그러한 관행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순교자의 죽음에 비유하며 칭찬했다. 빠른 구원을 바라는 초기 기독교는 실제로 죽음의 종교가 되었다.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끝내는 결정을 낼수 있는 특권은 당시 문명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평등주의가되었다.
기독교를 멸망으로 이끄는 이 죽음이라는 대량 전염병을 처음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한 사람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였지만 그 역시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는 명상을 하다가 세례성사를 받은 직후 죽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인 것처럼 보이는 역설을 처음 발견했다. 세례받은 직후의 성화된 자비의 상태에서 죽으면 죄가 그 사람에게 접근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살인하지 마라‘라는 계명을 자살 규제로 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정신적 교착 상태를 깨뜨렸다. 이때부터 자살에 대한 혐오와 경멸의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452년 아를에서 열린 시노드에서 이를 확인했다. 100여 년 후 브라가에서 열린 시노드에서는 자살을 금지하고 파문이라는 가장 가혹한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이 공식화되었다. - P84

경계는 현재 우리 현실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저항군의 하나가 점령군에 사로잡힌다. 그는 자신의 나약함으로 동료를 배신하는 결과를 불러올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는 고귀한 자기 희생의 행동으로서 청산가리 캡슐을입에 물고 깨문다. 그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알려진다면 그는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미래 세대의 시인과 교사에 의해 회자될 것이다.
그러나 말기 대장암 진단을 받은 한 어머니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굴욕감에 시달리고 대변을 쏟아내며 모든 존엄성을 박탈당해 타인의 보살핌에 온전히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주할 때, 그녀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이 수개월 동안 겪게 될 불필요한 고통과 굴욕감, 연명 치료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일찍 자신의 삶을 끝내려고 결심한다. 그녀는 신이 주신 생명의 선물을 거부함으로써 죄를 짓는다. 앞의예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두려움과다른 사람을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그랬다고 해도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절대 성인 후보로 지명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개중에는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소수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이 그녀를 비난할 것이다. 비난하는사람 중에는 신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그 자멸적인 자살을 신의 제단으로 가져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단체는 절망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죽을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과 그 과정에서 마주친 어려움에 대한 많은 개인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 P101

이기적 자살과 이타적 자살의 직관적 차이점은 이 문제를 다룬 에밀 뒤르켐Emil Durkheim이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이기적 자살은 더 이상 삶에서 존재의 근거를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비롯되고, 이타적 자살은 존재의 근거가 삶 그 너머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첫 번째 유형의 자살은 장기간에 걸친 소속감 결여 즉, 그 공동체에 통합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반영한다. 이는 자살자가 붙잡을 것이 없다는 감각이다. 이타적 자살은 불충분한 개체화의 결과이다. 이타적 자살의 목표는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뒤르켐의 분류는 개인의 목표보다 집단의 목표가 우선함을 확인해 준다. 하지만 개인의 목표보다 집단의 목표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인식(이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명백하게 느껴진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P102

죽을 권리인가, 살아야 할 의무인가?
모든 사람은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에서 절대 양도할 수없는 죽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은 이상하다.
다른 모든 법칙은 어떤 생명력과 관련 있는데 죽음은 그 모든 법칙을 거스르고 생명을 박탈하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현대 사회는 개인에게 부과된 조건 아래서 그가 죽음을 실행하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개인의 죽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죽음을 분명하게 악으로 취급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야 할 의무를 부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의무는 비용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권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불치병환자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대가를 치러야 할 때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저울에 올려놓는다면 죽음의 악은 고통의 악보다 훨씬 더 가볍다. 우리는 아픈 동물과 관련하여 그러한 판단을 내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람에게만큼은 살아야 할 권리를 부담하고는 우리가 받아들일수 있게끔 포장되었을 때만 죽을 권리를 부여한다. - P107

소아 성애는 가장 역겹고 끔찍한 범죄이기 때문에 가해 소식을 접한 대중의 반응은 법 집행 기관과 사법부를 향한 강력한 압력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압력은 합리적 의심이 있을지라도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양도할수 없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권리마저 거부하게 만든다.
"이런 괴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놔두느니 차라리 무고한 몇 명을 고발하는 것이 낫다"는 언급은 소아 성애에 분노한 전형적인 논평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을 한 사람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을 때 자신도 쉽게 무고한 피해자의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 P114

우리도 언젠가 근거 없이 형사 피의자가 되어 삶의 안전망을 완전히 잃는 경험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반면에 자동차 사고의 피해자가 되거나 불치병에 걸리거나 특정 범죄의 피해자가 될 확률 등은 계산할 수 있는데 우리 중 많은 사람은 그러한 운명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과 사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행복한 착각 속에 산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군중에 휩쓸려 무자비한 기소를 요구하며 무죄추정의 권리를 망각한다. - P117

이는 학계의 위선을 비통하게 보는 관찰자의 공허한 진술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수년 전 피에르 아줄레Pierre Azoulay가 이끄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이 수집한 데이터를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의 진술을 시험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그에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여 생각을 바꾸게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관철되지 않는다. 반대자들이 서서히 모두 소멸하고 처음부터 그 진리에 익숙한 후세대가 등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하다." <과학자의 장례식은 과학을 발전시키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된 연구의 결과는 우울한 대답을 들려준다. "그렇다, 과학 권위자의 죽음은 과학의 진보를 보장한다. 과학의 진보를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죽는 것이다. "
MIT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스타 학자가 사망할 경우,
고인과 함께 일한 적이 없는 연구자가 쓴 출판물에서 사망한 스타 학자 분야의 논문이 평균 8.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권위자의 서클에 속하지 못했던 학자의 연구가 권위자가 연구했던 분야 전반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으며 권위자의 연구보다 더 자주 인용됐다. - P1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